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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책소개/소설

by gyaree 2018. 4. 2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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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

제목이 참! 뭐 하다. 이게 솔직한 첫 느낌이다. 저녁 식탁에서 아이들에게 이 책에 관해서 잠깐 말해줬다. 역시나 반응은 예상 대로다. '좀머'라는 발음 자체만으로도 아이들에겐 즐겁게 웃을 거리가 된다. 대략의 줄거리를 이야기해줬을 때, 아이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어떤 망토를 뒤집어쓴 아저씨가 있는데, 이름이 '좀머'야. 이 아저씨는 매일매일 걸어 다녀. 그것도 엄청나게 긴 거리를 걷는 거야. 하루에 몇십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걷는 거야. 오른손엔 구불구불한 막대 지팡이를 짚고서 머리에는 고깔모자를 썼어. 멀리서 보면 흡사 해리포터의 맥고나걸 교수처럼 보이는 옷을 입고 다니지. 좀머 아저씨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커다란 우박이 떨어져도 아랑곳하지 않고 걸어 다녀.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냥 걷는 거야. 마을 사람들도 그 이유를 아무도 몰라. 그 아저씨가 걷는 이유에 대해서. 비바람이 몰아치고 하늘에서 우박이 쏟아지던 날이었어. 아이와 아빠는 차를 타고 지나가다 저 멀리 좀머 아저씨가 우산도 없이 여전히 걸어가고 있는 거야. 이렇게 나쁜 날씨에 걷는다는 건 위험할 수도 있어서 아이의 아빠는 좀머 아저씨를 차로 집까지 데려다주려고 했어. 아저씨 옆으로 차를 움직여서 차에 타라고 했지. 그런데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는 거야. 아이의 아빠는 걱정이 돼서 몇 차례 계속 차에 타라고 했어. 그런데도 묵묵부답에 비바람이 몰아치는 숲 속으로 걷기만 하는 거야. 아이의 아빠는 마지막으로 한번 더 말했지. 그러더니 좀머 아저씨가 대뜸 한마디 했어.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도움을 주려는 사람에게 오히려 화를 내고 저렇게 말하는 거야. 위험하니까 차에 타라고 한 것뿐인데 말이야. 남의 호의를 무시한 채 아저씨는 그냥 제 갈 길을 걸어갔어.



동화 같은 이야기다. 사노 요코의 [문제가 있습니다]에서 인생에서 가장 좋아하는 책 한 권을 꼽는다면 그 할머니는 주저하지 않고 바로 [좀머 씨 이야기]라고 했다. 동화를 그려 왔던 저자가 인생의 책이라고 했던 바로 그 책이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책이기에. 


살면서 어릴 때 기억들이 아련히 떠오를 때가 있다. 나에게도 판타지에서 나오는 마법사 같은 인물이 있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쯤 일이다. 엄마 손을 잡고 동네에 있는 어떤 집으로 가면 그곳에서 맛있는 단팥죽을 먹을 수 있었다. 그 집에 대한 어렴풋한 기억은 작은 문이 있었고, 그 작은 네모난 문이 열리면 그곳에서 조그마한 그릇에 담긴 단팥죽 한 그릇이 나왔다. 마치 요술 상자 같았다. 엄마는 항상 나를 데리고 가서 그곳에서 단팥죽을 사줬다. 단팥죽을 만들어 파는 아저씨가 어린아이에게는 환상의 나라에서 온 사람처럼 느껴졌다. 가게 간판도 없는 곳에서 작은 나무문이 열리면 맛있는 단팥죽이 나오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공간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지금도 단팥죽을 좋아한다. 단팥죽 한 숟갈을 입에 넣으면 항상 그때 기억이 떠오른다. 


[좀머 아저씨 이야기] 또한 아이의 어릴 적 기억으로 쓰인 이야기다.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마을의 이상한 아저씨의 존재는 아이의 시각에서는 신비로웠을 것 같다. 사람들은 정신병에 걸린 거라고 그래서 걷는 거라고.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이는 그런 아저씨가 신경 쓰인다. 결국, 아저씨는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데 그 광경을 유일하게 지켜본 아이. 아무에게도 아저씨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자신도 왜 그랬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 솔직히 아저씨가 왜 걸어 다녀야 했는지 알려주길 바랐지만, 이 책에는 설명하지 않는다. 아이의 시각에서 바라본 동네의 이상한 아저씨를 동화처럼 역어 놓았다. 

어릴 적 기억을 토대로 써 나간 '좀머 씨 이야기'에서 삽화의 힘은 정말 강력했다. 이 책의 삽화를 그린 장 자끄 상뻬의 그림 없었다면 큰 아쉬움이 남았을 것 같다. 중간중간 나오는 그의 그림과 저자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이야기는 정말로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어 낸다. '내가 지금 동화책을 읽고 있나?' 이런 생각에 빠지게 한다. 그림을 감상하며 글의 의미가 명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좀머 아저씨는 나의 어릴 적 추억, 단팥죽 아저씨를 떠오르게 할 만큼 인상 깊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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