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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기원 [서은국]

책소개/인문학

by gyaree 2018. 6. 2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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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불행한 사람들아! 이 책을 손에 들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첫째, 행복은 거창한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험이다. 그것은 쾌락에 뿌리를 둔, 기쁨과 즐거움 같은 긍정적 정서들이다. 이런 경험은 본질적으로 뇌에서 발생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철학이 아닌 생물학적 논리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둘째, 행복에 대한 이해는 곧 인간이라는 동물이 왜 쾌감을 느끼는지를 이해하는 것과 직결된다. 곧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 쾌감을 느낀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으며 즐겁게 이야기 나누는 것, 이것이 바로 행복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항상 내 곁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에 먹는 것도 같이하게 되고, 행동도 같이하게 되니까 당연한 일쯤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바로 이런 사소한 일상이 행복이었다고 말한다. 남보다 물질적으로 많이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과연 행복할 것인가? 이 질문에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사소한 즐거움이 계속되어야 한다"라고. 로또 같은 일확천금으로 기나긴 인생의 행복을 얻을 수는 없다고. 이 책에는 행복이라는 관념적인 단어를 우리 눈에 보이게끔 쉽게 설명한다. 그중에서 딱 두 가지만 꼬집어서 말해보고 싶다.




2 천 년 전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은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단언했다. 행복을 뭔가를 위한 수단이나 도구가 아니라, 모든 인생사가 향하는 최종 종착지로 보았다. 이 철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행복의 모습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진화론 학자들의 이야기는 사뭇 다르다.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에 대해서 저자 서은국은 2천 년 전 행복론 주의자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멀게는 호모 사피엔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제는 철학적 관념에서 바라본 행복을 떠나 진화론에 근거한 행복론을 펼칠 때가 됐다고.


첫째,

정말 행복이란 무엇일까? 예컨대 배부르고 등 따습다는 말이 있다. 한 마디로 맛있는 음식을 먹어 충분히 배부르고, 추위를 막아줄 방 한 칸이라도 있으면 그 자체가 행복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저자가 말하듯 행복이 거창한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험이라는 것. 인생을 살다 보면 단지 배부르다는 것, 이 이유 하나만으로는 행복한 느낌이 들지 않을 때가 많다. 요즘이야 옛날 같지 않아서 어느 정도 밥은 먹고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행복이 흘러넘쳐야 할 것 같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굶지 않고 밥만 먹고 사는 것도 행복이라고 한다면 반론의 여지는 없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세분되면서 주린 배를 채우며 느꼈던 행복감이 예전만큼의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 다시 말해서 음식 하나만으로는 충분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갈수록 다른 곳에서 행복을 찾게 된다. 때가 되면 여행도 가야 하고, 때가 되면 값비싼 선물도 준비해야 하고, 때가 되면 좋은 집으로 이사도 해야 하고, 혹은 좋은 차도 사야지 충분한 행복감을 느끼는 것 같다. 자꾸만 타인과 비교하면서 나의 행복을 찾으려고 한다. 그러면서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생각을 바꿔 봐. 생각을 바꾸면 모든 게 달라져."라고.


그런데, 행복은 본질적으로 '생각'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생각을 고치면 행복해질 거라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행복은 사람 안에서 만들어지는 복잡한 '경험'이고, 생각은 그의 특성 중 아주 작은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가령 손에 가시가 박혀서 아파 죽는 친구에게 "아프지 않다고 생각해"라고 조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생각을 통해 바뀌는 것은 또 다른 종류의 생각뿐이다. 


둘째,

인간은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 쾌감을 느끼고 행복하다는 감정을 갖게 된다. 행복한 사람들은 타인과 함께할 때 행복감을 느끼지만 내향적인 사람들도 혼자일 때보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더 높은 행복감을 느꼈다(Diener & Biswas-Diener, 2008). 결국은 사람이다. 레바논 속담에 '사람이 없다면 천국조차 갈 곳이 못 된다'라고 한 것처럼 곁에 사람이 없는 삶이 가장 빈곤한 삶이라고.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나에겐 이 부분이 가장 아프게 느껴졌다. 사람과 관계를 맺음으로 인해서 쾌감을 느끼고 행복한 감정이 생긴다는데, 나의 경우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좋은 인간관계가 행복의 지름길이라면, 나는 아마도 멀고 먼 길을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생각해보면 인생에 꼭 지름길만 골라서 간다고 모두가 행복하지는 않을 텐데....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최고의 한 줄을 고른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행복의 관념을 일깨운 책이라 하겠다. 



이 책과 같이 읽으면 더없이 좋을 책을 추천한다면 판사 문유석의 [개인주의자 선언]이 있다.

2018/03/15 - [책소개/에세이] -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삶은 갈등의 연속이다

삶은 갈등의 연속이다. 이 갈등은 인간의 양면적 모습 사이의 끝없는 줄다리기다. 무의식적이고 동물적인 우리의 '본능'이 의식적이고 합리적이고자 하는 문명인의 '이성'과 하루에도 몇 번씩, 평생 동안 충돌한다.

시누이가 너무 얄미워 한 방 날리고 싶지만 이성의 목소리가 겨우 말린다. 이성 신승(辛勝). 세상이 깜짝 놀랄 정도로 살을 빼겠노라 결심하지만, 결국 늦은 밤 라면을 끓여 먹고 잔다. 밥도 좀 말아서. 본능 압승.





행복은 본질적으로 감정의 경험이다

행복은 본질적으로 '생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생각을 고치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런 식의 행복 지침서를 읽고 행복해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왜 생각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행복해지기 어려운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다. 행복은 사람 안에서 만들어지는 복잡한 경험이고, 생각은 그의 특성 중 아주 작은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뜻대로 쉽게 바뀌지도 않지만, 변한다고 해도 그것은 여전히 전체의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다윈과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행복

인간의 관점에서는 우주의 모든 것이 이유와 목적이 있어 보인다. 강물은 바다를 향해 가고, 봄비는 꽃을 피우기 위해 내리는 것 같다. 이처럼 세상만사를 어떤 원인이나 목적, 계획과 결부시켜 생각하는 관점을 철학에서는 '목적론teleology'이라고 한다. 자연의 그 어떤 것도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분명한 이유와 목적을 품고 있다는 생각. 이 목적론적 사고의 원조가 바로 아리스토텔레스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인생관, 행복은 최고의 선

그에게 삶은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추구하며 그것을 향해 나가는 과정이다. 이때 인간이 추구하는 가장 궁극적인 목표를 행복이라고 보았다. 아침 식사는 출근하기 위해, 출근은 돈을 벌기 위해, 돈은 결국 행복해지기 위한 것이다. 인간 행위의 종착지는 결국 행복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행복을 'summum bonum'이라고 단정했다. 라틴어로 'summum'은 '최고'라는 뜻이고'bonum'은 '좋다'라는 의미다. 즉, 행복은 최고의 선이 되는 것이다(McMahon, 2006). 행복이 최고의 선이라는 기초 위에 현재의 행복 연구는 세워졌다. 이 관점에서 보면 모든 행위는 행복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일상의 일들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행복을 쟁취하기 위한 과정 혹은 수단이다.





진화생물학, 우리는 아무런 '이유 없는 우주'에서 살고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세상은 그 누군가의 계획과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인간은 더 똑똑해지기 위해 살아온 것도 아니다. 물리적 법칙과 화학 반응들에 의해 발생한 것이 우주고, 생명이고, 인간이다. 그 과정에는 어떤 목적도 이유도 없다. 인간은 수천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시계보다 복잡한 존재지만, 이 복잡성 자체가 초자연적인 힘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명암 정도만 겨우 구분할 수 있었던 단순세포 동물의 '눈'은 유전적 돌연변이에 의해 생긴 작은 우연과 환경적인 요인이 합쳐져 이 글을 보고 있는 인간의 눈으로까지 진화했다. 상상력을 필요로 하지만, 이런 우연과 환경적 선택의 과정을 거치면 아무리 복잡한 시계도 장대한 계획이나 포부가 없는 '눈먼 시계공'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 진화생물학자들의 설명이다(장대익, 2008; Dawkins, 1986).




진화론의 핵심적 메시지, 공작새 꼬리는 성공적인 짝짓기

다윈은 생존의 목적이 단지 살아 숨 쉬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생명체는 후세에 자기의 유전자를 남겨야 하며, 이때 넘어야 할 엄청난 장벽이 성공적인 짝짓기다. 이것이 공작새가 사치스러운 꼬리를 가진 이유다. 수컷 공작새가 많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큰 꼬리를 유지하고, 그것을 단장하는 이유는 짝짓기를 위해서다. 

'생명체가 가진 모든 생김새와 습성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생존과 짝짓기를 위한 도구'라는 점이다.




진화심리학의 견해, 창의적인 노력에 담긴 본질적인 의미?

제프리 밀러 [메이팅 마인드Mting mind] : 창의성이나 도덕성 같은 마음의 산물들은 동물 중 인간만이 가진 특성이며, 또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인간은 동물과 질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밀러에 의하면 인간의 마음 또한 진화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긴 '도구'일 뿐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과제를?

피카소는 캔버스에, 바흐는 악보에 생을 바쳤지만, 이런 행위는 동물이 생존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악보가 사자와 추위를 막아주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창의적인 노력에 담긴 본질적 의미나 목적은 무엇일까? 본인조차 의식하지 못하지만, 상당 부분 짝짓기를 위함이다. 이것이 밀러를 비롯한 최근 진화심리학자들이 내놓은 파격적인 대답이며, 현재 많은 학자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견해다(Kenrick & Griskevicius, 2013).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 행복은 모든 인생사의 최종 종착지

아리스토텔레스는 일찍이, 행복은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단언했다. 행복을 뭔가를 위한 수단이나 도구가 아니라, 모든 인생사가 향하는 최종 종착지로 보았다. 이 철학적 관점이 빚어낸 행복의 모습이 2천 년간 큰 흔들림 없이 유지돼왔고, 이것은 여전히 많은 사람이 행복에 대해 갖고 있는 시각이다. 그러나 진화론은 정면 대립한다.




진화론의 행복론

행복감 또한 마음의 산물이다. 창의력과 마찬가지로 행복도 생존을 위한 중요한 쓰임새가 있는 것은 아닐까? 행복은 삶의 최종 목적이라는 것이 철학자들의 의견이었지만, 사실은 행복 또한 생존에 필요한 도구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마치 피카소의 창의성 같은?




동전탐지기로 찾는 행복, 왜 인간은 행복을 느끼는가?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동물이다. 조금 더 냉정하게 표현하자면 인간은 생존 확률을 최대화하도록 설계된 '생물학적 기계'고, 행복은 이 청사진 안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뇌], 최후의 비밀

1954년 캐나다 맥길 대학의 신경과학자 제임스 올스James Olds와 피터 밀러Peter Milner는 쥐의 학습행동 연구 중 우연한 발견을 했다. 실수로 쥐 뇌의 시상하부를 미세한 전극으로 자극했는데, 이후 쥐들은 이 자극을 받았던 장소로 계속 돌아가려고 했다. 그곳에서 뭔가 대단히 좋은 경험을 한 것이다. 연구자들이 상황을 다시 분석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쥐들이 돌아가려는 그 장소에서 뇌의 '쾌감센터pleasure center'가 우연히 자극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뇌 속의 행복 탐지기에서 신호가 울리는 순간.

인간은 쾌감을 느낀다.




쾌락의 빈도가 행복을 결정적으로 좌우

행복의 핵심은 부정적 정서에 비해 긍정적 정서 경험을 일상에서 더 자주 느끼는 것이다. 이 쾌락의 빈도가 행복을 결정적으로 좌우한다.(Diener, Sandvik, & Pavot, 1991). 많은 현대인의 삶이 행복 과녁을 제대로 못 맞추는 이유가 쾌락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다.





챕터 5, 결국은 사람이다

"뭐든 대화하고 싶은 사람은 저에게 전화하세요. 외로운 제프."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건 사람이다.





The ultimate SOCIAL machine

인간의 본성을 압축한다면 나는 "The ultimate SOCIAL machine"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사회성은 인간의 생사를 좌우하는 가장 독보적인 특성이다.

"인간의 뇌는 도대체 무엇을 하기 위해 설계되었을까? 답은 인간관계를 잘하기 위해서다(마이클 가자니).





생존 비법 패키지, 고통

호모사피엔스라는 동물의 진화 여정에서 집단으로부터의 소외나 고립은 죽음을 뜻했다. 뒤집어 말하면, 우리의 조상이 된 사람들은 연인과 친구들을 항상 곁에 두고 살았던 매우 사회적인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사회적 인간의 유전자를 받았고, 그것을 통해 '사회적 생존 비법'을 전수 받았다. 이 '생존 비법 패키지'를 뜯어보면 두 가지 중요한 내용물이 나온다.

하나는 '고통'이라는 경험이다. 고통을 경험하지 못하는 동물은 오래 살 수 없다. 다리에 박힌 못이 아프지 않으면 치료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목숨까지도 잃을 수 있다. 생존에 위협이 되는 작은 불씨를 미리 끄는, 일종의 호루라기 소리가 고통이다.





생존 비법 패키지, 쾌감

우리 조상이 물려준 생존 패키지의 두 번째 내용물은, 우리의 관심사인 '쾌감'이다. 고통과 같은 부정적 경험이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면, 긍정적 정서의 기능은 생존에 필요한 자원을 추구하도록 하는 것이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생명체가 오래 생존하지 못하는 것처럼 쾌감을 상실한 동물 또한 문제가 생긴다.





사회적 영양실조, 타인을 소 닭 보듯 바라보는 사람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확보해야 했던 또 하나의 절대적 자원이 있다. 앞에서 언급한 '사람'이다. 먹는 쾌감을 느껴야 음식을 찾듯 사람이라는 절대적 생존 필수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간을 아주 좋아해야 한다. 타인을 소 닭 보듯 바라보는 사람에게 친구나 연인이 생길 리 없다. 이런 '사회적 영양실조'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왕성한 '사회적 식욕'을 갖는 것이다. 식욕의 근원은 쾌감이다. 그래서 사람(특히 이성)을 만나고, 살을 비빌 때 뇌에서는 사회적 쾌감을 대량 방출한다. '강추'한다는 뜻이다.





행복에 대한 결론

첫째, 행복은 객관적인 삶의 조건들에 의해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둘째, 행복의 개인차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그가 물려받은 유전적 특성,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외향성이라는 성격 특질이다.





챕터 6, 행복은 아이스크림이다

스칸디나비아 행복의 원동력은 넘치는 자유, 타인에 대한 신뢰, 그리고 다양한 재능과 관심에 대한 존중이다(Bormans, 2010). 그들 사회는 돈이나 지위 같은 삶의 외형보다 자신에게 중요한 일상의 즐거움과 의미에 더 관심을 두고 사는 곳이다. 일상의 작은 경험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





아무리 좋은 감정도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나는 대학에서 행복에 대한 강의를 15년째 하고 있다. 매 학기 학생들에게 자신을 가장 행복하게 해줄 사건을 적어보라 한다. 독보적인 1위는 복권 당첨이다. 대학생뿐 아니라 많은 일반인도 복권 당첨과 행복을 동일시하지만, 실제로 복권에 당첨된 경우를 보면 이것이 답이 아니다. 왜 그럴까?

우선 감정이라는 것은 어떤 자극에도 지속적인 반응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계속 반응을 해서도 안 된다.




시시한 즐거움을 자주 느끼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

지금까지 연구 자료들을 보면 행복한 사람들은 이런 '시시한' 즐거움을 여러 모양으로 자주 느끼는 사람들이다.(Diener, Sandvik, & Pavot, 1991).

일확천금을 얻는 것은 돈에 인생의 수갑을 차는 것과 같다




'becoming'과 'being'의 차이

영어로 표현한다면, 'becoming(~이 되는 것)'과 'being(~으로 사는 것)'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 재벌집 며느리가 되는 것(becoming)과 그 집안 며느리가 되어 하루하루를 사는 것(being)은 아주 다른 얘기다. 하지만 우리는 화려한 변신의 순간에만 주목하지, 이 삶을 구성하는 그 뒤의 많은 시간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성공하면 당연히 행복해지리라는 기대를 하지만, 실상 큰 행복에 변화가 없다는 사실은 살면서 깨닫게 된다. 그제야 당황한다. 축하 잔치의 짧은 여흥만을 생각했지, 잔치 뒤의 긴 시간에 대해서는 제대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행복이 담겨 있는 곳은 'being'이다

많은 사람이 미래에 무엇이 되기 위해 전력 질주한다. 이렇게 'becoming'에 눈을 두고 살지만, 정작 행복이 담겨 있는 곳은 'being'이다.





생존 행위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서 매우 중요한 점은, 이런 생존 행위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오늘 아무리 영양가 높은 음식을 먹어도, 살기 위해서는 내일 또 사냥을 해야 한다.

사냥에 대한 의욕이 다시 생기기 위한 필요조건이 있다. 오늘 고기를 씹으며 느낀 쾌감이 곧 사라져야 하는 것이다. 쾌감 수준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이런 '초기화reset' 과정이 있어야만 그 쾌감을 유발시킨 그 무엇(고기)을 다시 찾는다.





쾌락의 쳇바퀴 hedonic treadmill

적응이란 간단히 말하면, 어떤 일을 통해 느끼는 즐거움이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현상이다. 행복이라는 좁은 관점에서 보면 야속한 일이다. 수년 동안 몸과 약간의 영혼까지 팔아서 얻은 승진이 주는 즐거움도 불과 며칠이다. 그래서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라는 표현이 오래 전부터 학계에 쓰여왔다.(Brickman & Campbell, 1971). 적응 때문에, 그 무엇을 얻어도 행복은 결국 쳇바퀴를 도는 것처럼 제자리걸음을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정서의 본질적 관심사는 행복이 아닌 생존이다. 생존을 위해서는 자원을 계속해서 더 많이 비축하고 확장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서 승진의 즐거움은 며칠 뒤 없어져야만 한다. 그래야 과장을 단 사람이 부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동메달을 딴 선수가 금메달을 위해 땀을 흘린다.





행복은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은 달콤하지만 반드시 녹는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큰 기쁨이 아니라 여러 번의 작은 기쁨이 중요하다. 객관적인 삶의 조건들은 성취하는 순간 기쁨이 있어도, 그 후 소소한 즐거움을 지속적으로 얻을 수 없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결국 행복은 아이스크림과 비슷하다는 과학적 결론이 나온다. 아이스크림은 입을 잠시 즐겁게 하지만 반드시 녹는다. 내 손 안의 아이스크림만큼은 녹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 행복해지기 위해 인생의 거창한 것들을 좆는 이유다.





챕터 7, '사람쟁이' 성격 (행복한 사람들은 타인과 함께 한다)

행복한 사람들은 타인과 함께 할 때 행복감을 느끼지만 내향적인 사람들도 혼자일 때보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더 높은 행복감을 느꼈다(Diener & Biswas-Diener, 2008).





행복한 사람은 '경험'을 사고 불행한 사람은 '물질'을 산다

최근 주목받는 콜로라도 대학의 리프 반 보벤Leaf van Boven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행복한 이들은 공연이나 여행 같은 '경험'을 사기 위한 지출이 많고, 불행한 이들은 옷이나 물건 같은 '물질' 구매가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Van Boven &* Gilovich, 2003).




경험 구매가 물질 구매보다 행복과 더 관련

최근 "저기 잠깐만요!" 하고 외치며 등장한 논문이 있다(Caprallielo & Reis, 2013). 이 논문에 의하면 경험 구매가 물질 구매보다 행복한 본질적 이유는 또다시, 사람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경험(뮤지컬 관람)은 다른 사람과 함께 소비하는 경우가 많고, 물건(면도기)은 혼자 쓰기 위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경험 구매가 물질 구매보다 행복과 더 관련이 있는 이유다.




외향성, 행복과 깊은 관련

외향성은 지난 30년간의 연구에서 행복과 가장 관련 깊은 특성임이 밝혀졌다. 외향성은 도시의 기온을 좌우하는 위도와 비슷하다. 적도에 가까운 홍콩이 베를린보다 연간 일조량이 많고, 이 때문에 연평균 기온이 높다. 외향성은 일종의 '사회성 위도'다. 이 값이 높을 수록 사회적 관계의 양과 질이 높고, 바로 이점이 행복에 절대적 기여를 한다.





사람이 없다면 천국조차 갈 곳이 못 된다

가장 빈곤한 인생은 곁에 사람이 없는 인생이다. 그의 겨울은 유난히 춥고, 베인 상처도 잘 아물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행복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레바논에 이런 속담이 있다.

"사람이 없다면 천국조차 갈 곳이 못 된다."





문화, 공유된 이해(shared understanding)

문화는 '공유된 이해(shared understanding)'다. 생각, 가치, 규범이나 행동 방식에 대한 문화 구성원 간의 암묵적 합의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고 자연스러운 것인가에 대한 공감대가 서로 구축된다.




행복감의 예측은 개인주의로부터

행복감을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문화적 특성은 개인주의다(Diener, Diner, & Diner, 1995). 소득 수준이 높은 북미나 유럽 국가들의 행복감이 높은 이유도, 사실은 상당 부분 돈 때문이 아니라 유복한 국가에서 피어나는 개인주의적 문화 덕분이다. 그래서 개인주의적 성향을 통계적으로 제거하면, 국가 소득과 행복의 관계가 거의 소멸된다. 즉, 개인주의는 국가의 경제 수준과 행복을 이어주는 일종의 '접착제' 역할을 한다(Inglehart, Foa, Peterson, & Welzel, 2008).




알베르 카뮈, 행복해지려면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신경 쓰지 마라

행복해지려면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신경 쓰지 마라(To be happy, we must not be too concerned of others.)




챕터 9, 오컴의 날로 행복을 베다

행복에 대한 두 가지 생각, 첫 번째

행복은 거창한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험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쾌락에 뿌리를 둔, 기쁨과 즐거움 같은 긍정적인 정서들이다. 이런 경험은 본질적으로 뇌에서 발생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철학이 아닌 생물학적 논리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고혈압 환자에게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 되는 생각을 자주 하라는 처방을 내리는 의사는 없다. 그러나 행복에 대한 지침들은 대부분 그렇다. "불행하다면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말이다. 불행한 사람에게 생각을 바꾸라는 것은 손에 못이 박힌 사람에게 "아프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과 비슷하다. 생각을 통해 바뀌는 것은 또 다른 종류의 생각이다. 행복의 핵심인 고통과 쾌락은 본질적으로 생각이 아니다.



 


행복에 대한 두 가지 생각, 두 번째

행복에 대한 두 가지 생각, 두 번째

행복에 대한 이해는 곧 인간이라는 동물이 왜 쾌감을 느끼는지를 이해하는 것과 직결된다. 인간만큼 쾌감을 다양한 곳에서 느끼는 동물은 없다. 쇼팽과 셰익스피어도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다. 그러나 가장 본질적인 쾌감은 먹을 때와 섹스할 때, 더 넒게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온다. 진화의 여정에서 쾌감이라는 경험이 탄생한 이유 자체가 두 자원(생존과 번식)을 확보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결론

행복의 핵심을 한 장의 사진으로 담는 다면? 

그것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장면이다. 문명에 묻혀 살지만, 우리의 원시적인 뇌가 여전히 가장 흥분하며 즐거워하는 것은 바로 이 두 가지다.

음식, 그리고 사람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모든 껍데기를 벗겨내면 행복은 결국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요약된다. 행복과 불행은 이 장면이 가득한 인생 대 그렇지 않은 인생의 차이다. 한 마디 덧붙인다면 "The rest are details." 나머지 것들은 주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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