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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끝나고

글쓰기/자유롭게 마구 쓰기

by gyaree 2018. 10. 1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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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끝나고



집에 들어오니 하루가 끝나기 직전이다. 저녁 9시 20분에 제주 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한 시간이면 김포공항에 도착하는데, 집으로 돌아오니 시곗바늘이 12시 근처에 와있다. 나는 여행에서 돌아오면 핸드폰에 고이 간직한 여행지의 사진을 꺼내 본다. 그런데 작은 화면은 답답하다. 티브이를 켠다. 핸드폰에 담은 사진 한쪽 귀퉁이에 전송 아이콘을 누르면 큰 티브이 화면으로 옮겨간다. 그 느낌은 정말로 다르다. 광활한 대지를 보는 것처럼 가슴이 뻥 뚫린다. 한 장 한 장 소중히 담아낸 순간들. 정확한 타이밍이 어긋나 눈꺼풀이 감긴 사진이 있는가 하면, 생각지도 않은 순간을 잡아낸 사진도 있다. 의도하고 찍은 것도 아닌데 찰나의 순간을 잡아낸 작은 렌즈가 기특하기만 하다. 어정쩡한 표정을 담은 사진을 보며 아내는 말한다. 

"이것 봐! 만날 사람 표정은 생각도 안 하고 찍지. 죄다 눈감았잖아. 사람을 생각하고 찍으라고."

아내의 입에서는 핀잔이 날아온다. 그래도 가뭄에 콩 나듯 멋진 사진을 볼 때면 '우와' 하고 탄성이 터져 나온다. 핸드폰으로 찍는 사진이 다 그렇고 그렇지. 뭘 더 바라느냐고 받아친다. 아무리 장비가 후져도 여자는 이쁜 사진을 원한다. 핸드폰 카메라로는 한계가 있거늘. 남자는 순간순간을 놓치기 싫어 아이의 표정은 두 번째다. 움직이는 아이들이 떨리지 않게 나오기만 하면 족하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피사체를 그나마 포커스가 나가지 않게 찍는 게 힘들기 때문에. 내가 찍은 사진에서는 이상한 표정이 넘친다.

얼굴이 일그러지든 눈꺼풀이 감기든 그런 순간도 큰 티브이 화면에 띄우면 즐겁다. 그때 그 순간이 다시 떠오르니까. 점점 나이가 들어가니 기억력도 떨어져 흔들린 사진이라도 고맙다. 옛날에 앨범이 했던 일이 지금은 티브이가 대신하게 됐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두꺼운 앨범을 넘기는 맛은 없어도 지나간 시간을 되새김하기에는 부족하지 않다.

아내는 여행 짐을 푸느라 힘들었던지 먼저 잠들고 나는 조용한 밤에 홀로 티브이 화면을 보며 웃음 짓는다. 


2018.10.16 늦은 밤에

정방폭포 앞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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