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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끝나 집에 돌아가서 제일 귀찮은 일이 쌓인 빨래라고

일상/여행

by gyaree 2018. 10. 2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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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중 빨래가 쌓이면 꼭 이곳에 


저녁 11시 35분. 제주도에서 이 시간이면 모든 불빛은 캄캄한 밤에 빨려 들어가 자취를 감춘다. 제주도 사람들은 일찍 잠자리에 드는지 초저녁만 돼도 밝은 빛은 찾기 어렵다. 여행을 하다 보면 자연히 빨래가 쌓인다. 준비해간 비닐봉지에 담아서 며칠이고 쟁여두면 왠지 꺼림칙하다. 숙소에 빨래를 할 수 있는 세탁기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냄새나는 속옷들이 처치 곤란이다. 아내는 말한다. 여행이 끝나 집에 돌아가서 제일 귀찮은 일이 쌓인 빨래라고 . 


검색. 

대한민국에서 검색하면 해결하지 못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행히 숙소 근처에 코인 세탁소가 나왔다. 240미터 거리에 있어 봉지째 들고 가도 그리 힘들지 않을 듯.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도니 캄캄한 밤에 밝은 빛을 내뿜는 곳이 보였다. 어둠을 간신히 이겨내는 하얀 불빛이 그리도 반가울 줄은. 24시간 영업하는 코인 세탁소다. 안에는 아무도 없다. 매장 안은 유난히 밝았다. 바깥세상이 어두워 더 그렇게 느껴진다. 깔끔하게 관리된 내부는 방문객의 기분을 상쾌하게 했다. 들어가서 왼쪽에 등받이 의자 네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고, 그 옆으로 하얀 책장도 있다. 세탁소에 책장이라니 색다른 느낌이다. 그곳에 진열된 책 또한 제대로다. 사람들이 안 읽는 낡고 오래된 책이 아니라 최근에 출간된 따끈따끈한 것들로 가득했다. 김애란 작가의 [비행운]을 이런 무인 세탁소에서 만나다니 놀랍고 기뻤다. 심지어 그 누구의 손도 타지 않은 깨끗한 채로 말이다. 이 세탁소를 운영하는 주인장의 센스가 정말 돋보인다. 한 시간 넘게 걸리는 빨래에 지루하지 말라고 손님을 배려하는 것일까. 깜깜한 밤에 갈 곳 없는 손님에게 즐거움을 주는 세탁소.

넓은 매장 안을 한 바퀴 돌아보다 또 한 번 놀랐다. 봉지 커피와 일회용 티백도 마련해놓았다. 이 캄캄한 밤에 무인 카페에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 그것이 비싸고 질 좋은 먹거리가 아니어서 더 좋았다. 커피 한잔 하면서 독서를 즐기라는 주인장의 마음씨.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세탁소다. 그것뿐이 아니다. 책을 싫어하는 사람을 위해 또 하나의 배려. 핸드폰 충전 케이블.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지루한 시간을 때우니 충전 케이블도 여유 있게 준비돼 있다.  


빨래도 하고 조용한 공간에서 커피 한잔과 독서도 즐길 수 있는 곳. 24시 빨래방.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처럼 깜깜한 제주도 밤에 환한 휴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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