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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웹툰

by gyaree 2017. 7. 1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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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선 작가의 ‘우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위안부 소녀들의 아픈 상처를 단지 15컷의 만화로 우리의 가슴과 마음을 후벼 판다. 그 시절 일본인에게 당했을 어린 소녀들의 공포, 아픔, 상처, 분노, 슬픔이 이 만화를 보면서 그 어떤 다큐멘터리보다도 울분을 토하게 한다. 어린 나이에 어딘지도 모르는 곳,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곳으로 끌려가 그들의 노리개가 되었던 뼈아픈 역사다. 목적지도 모른 체 로봇처럼 끌려가는 댕기 머리에 치마저고리 입은 소녀들의 첫 장면에서부터 아픔이 전해져 온다. 엄마가 고이 싸주었을 짐 보따리. 아마도 그 안에는 배고프면 먹으라고 삶은 달걀을 넣어줬을지도 모를 엄마의 따스함이 들어 있을 것이다. 작가가 그려 낸 소녀들이 꼭 껴안고 있는 짐 보따리는 소녀들이 느꼈을 무서움과 공포에서 유일하게 안식처가 됐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본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소녀들의 피로 그린 욱일기의 마지막 대사.


고향으로 가면… 사람들이 우릴 받아줄까?

더럽혀진 내 몸… 혼이라도 받아줄까?

“엄…마….!”   

최인선 작가 | 우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엄마라는 마지막 대사를 읽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확 돋는 느낌이었다. 내가 그 당시 소녀였더라도 죽음 앞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단어는 엄마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아니, ‘엄마’ 외에는 나올 수 있는 단어가 없을 것 같다.


그때의 어린 소녀들이 겪었을 아픔을 지금의 우리는 알지 못한다. 20 몇 년 전 일본에 유학했을 때도 그들의 젊은이들도 이런 사실을 몰랐고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일본인이 전혀 모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감추려 하는 그들의 못된 민족사상에 벌을 주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더 나쁜 것은 우리조차도 이런 사실을 묵과하고 넘어가려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 


최인선 작가의 ‘우린 어디로 가고 있는가? 는 잊을 뻔했던 아픈 역사를 쉽지만, 전혀 가볍지 않고 가슴 한켠을 아리게 그려낸 작품이다. 





감상문 


홍치마와 연보라 저고리, 청치마와 연녹색 저고리, 허리 아래까지 늘어뜨린 댕기 머리 여자의 뒷모습은 결혼하지 않은 어린 여자라는 것을 말해준다.

축 처진 양어깨와 앞으로 모은 두 손. 소녀들의 무거운 발걸음은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걷는다. 여자아이들의 발밑 검은 그림자는 소녀들의 피눈물 맺힌 결말임이 틀림없다.


흙먼지 휘날리며 아래쪽으로 달리는 군용 트럭엔 12명의 소녀가 실려 있다. 짐칸에 실려있는 소녀들은 제작기 천으로 감싼 짐 보따리를 엄마의 품처럼 꼬옥 부둥켜안고 무서움을 달랜다. 짐 보따리에 얼굴을 파묻고 불안에 떠는 소녀, 짐 보따리를 두 손으로 꽉 껴안은 채 허공을 바라보며 엄마 생각을 떠올리는 소녀,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만 같은 소녀, 닭장 같은 군용 트럭의 짐칸에 움직일 공간조차 없이 쪼그려 앉은 12명의 소녀. 소녀들을 감시하는 일본 군사의 왼쪽 허리엔 칼이 꽂혀있고 왼손으로 총구에 긴 칼이 꼽힌 장총을 들고 있다. 반대편에 또 한 명의 모자 쓴 사내도 소녀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감시하며 앉아있다. 


단지 돈을 벌러 가는 줄로만 알았던 길인데…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소녀들이 탄 검은색 배가 망망대해를 건너간다. 뱃고동에서 뿜어대는 시커먼 연기구름과 배 아래 큰 파도에 헤엄쳐 다니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커다란 상어들은 소녀들의 몸과 정신을 갉아먹는 일본 군인인가?


그들의 놀이에 방해가 될까. 거친 사내의 왼손으로 꽉 움켜쥔 잘린 붉은색 댕기 머리. 고개를 들어 자신의 잘려나간 댕기 머리를 쳐다보며 눈물 뚝뚝 떨어뜨린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안고 우는 소녀. 두려움과 놀람으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벙어리가 된 소녀. 공포를 견디려 짐 보따리를 꼭 감싸 안아 보지만 소용이 없다.  


소녀의 뺨을 날리는 황색 군복 사내의 매서운 손바닥. 멍든 오른뺨과 눈물 흘리는 눈동자는 무자비한 폭력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더욱 붉어진 뺨의 멍 자국 위로 고통과 슬픔의 눈에서 쏟아지며 흩날리는 푸른색 눈물은 점점 커진다. 말도 통하지 않는 사내의 폭력은 그칠 줄 모른다.


짜악! 짜악!  


커다란 푸른색 눈물 안엔 감옥에 갇힌 소녀들이 보인다. 방문 옆에 작은 창 하나, 수건 한 장 깔린 공포의 방. 그 좁은 공간에서 소녀가 있을 곳이라고는 바닥에 깔린 수건의 끝자락. 엎드려 흐느껴 우는 소녀. 쪼그리고 앉아 무릎 사이로 얼굴을 파묻은 채 덜덜 떨고 있는 소녀. 발도 펴지 못하고 바닥에 쪼그리고 누워 또 어떤 놈이 들어올지 불안에 벌벌 떠는 소녀.   


방문이 열린 곳에 긴 칼을 찬 황색 군복의 일본군이 다리를 벌린 채 서 있다. 그 발밑으로 방안을 꽉 채우는 검은색 괴물 그림자는 소녀의 몸을 침범하고, 군인이 찬 칼은 흡사 괴수의 꼬리처럼 검은 그림자를 만들고 있다. 두려움에 두 팔로 가슴을 감싸고 뒤로 가지만, 피할 곳 없는 벽이다.


커다란 검은색 눈물 속, 바닥에 엎어져 소녀의 윗옷과 치마를 벗긴 긴칼 찬 황색 군인의 마귀 같은 혀 놀림. 황홀한 표정의 황색 옷 입은 사내, 온몸이 굳어 눈과 입은 이미 얼어버린 지 오래된 소녀. 그 주위를 맴도는 수십 명의 일본군들. 웃는 놈, 손가락질하는 놈, 모자 들고 즐거워하는 놈, 어깨에 수건을 건 채 순서를 기다리는 놈, 그렇게 수십 명의 ‘개새끼’는 둥글게 둥글게 줄 서 있다. 소녀가 움직일 수 없게 황색 군인의 두 손은 어깨를 짓누르며 벗겨진 소녀의 상체로 쓰레기처럼 달려드는 아랫도리 벗은 일본 놈들. 미친 듯이 이름 모를 높은 산을 정복하듯 소녀의 몸을 정복한다. 앙다문 소녀의 입, 분노의 눈물이 거꾸로 쏟아져 내린다.


아파! 
아파!
아…파!


그렇게… 그렇게… 


헝클어진 머리 위로 흘러내린 소녀의 눈물은 피맺힌 공포와 분노의 빨간색이 되어 점점 커져만 간다.


핏빛 비가 내린다. 


툭… 투두둑… 투두두둑… 투둑… 투두둑…


눈을 감은 채 핏물 바닥에 누운 소녀.


발가벗긴 몸과 찢어진 옷, 그 속에서 눈 뜨지 못하는 소녀들.


소녀들의 붉은 피와 몸으로 완성된 일제 욱일기. 


욱일기의 마지막 한 줄을 채우려 죽은 소녀의 몸을 질질 끄는 장총을 맨 일본군.


소녀들이 외친 마지막 한 마디!


엄…마…!    


그들은 아직도 반성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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