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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석촌호수

일상

by gyaree 2017. 7. 1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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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석촌 호수


점심 먹고 석촌호수 둘레길을 돈지 두 달 가까이. 여전히 내 뱃살들은 나를 비웃듯이 전혀 가벼워지지 않았다. 석촌호수 한 바퀴 돌고 두 바퀴 째 걷다가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우리 회사 사장님과 감사님. 두 분도 매일 이곳을 걷는다.

이때 시간은 1시 35분쯤.


매일 마주칠 때마다 왠지 죄짓는 느낌 때문에 귀에 꽂은 한쪽 이어폰을 빼고 가볍게 목 인사하고 눈웃음 지으며 지나간다. 그런데, 사장님은 밝은 표정으로 몇 바퀴 돌았냐고 물어본다. 

손가락 두 개를 들어 올리며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지금 두 바퀴 째입니다.


"적어도 두 바퀴는 돌아야 운동이 돼" 

"두 바퀴 돌아" 하며 반대 방향으로 걸어간다.


이미 점심시간이 지난 지 30분은 넘었다. 뻔히 아실 텐데 고맙게도 그렇게 말씀하시고 지나간다.


오늘은 이상하게 습기가 많다. 하늘 색깔도 어느새 회색으로 변했고 온도를 표시하는 시계탑엔 빨간색 32도를 표시한다. 고온다습 정말 짜증이 폭발하는 날씨다.


지금은 32도


갑자기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스타트 지점까지 가려면 아직도 3/4은 더 가야 하는데 제발 그쳐라! 그래도 석촌호수의 울창한 나무숲은 비를 피할 수 있는 좋은 가림막이 되어 끝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중간중간 쉴 수 있는 장소도 있고, 이 정도 내리는 비는 충분히 막아줄 수 있기 때문에. 그런데 울창한 나뭇잎으로도 피할 수 없는 비가 내린다. 잠시 비를 피하기 위해 석촌호수 중간에 있는 터널까지 뛸 수밖에 없다. 점차 굵은 빗줄기로 변하더니 금세 팔과 머리는 흠뻑 젖었다. 힘들게 도착한 터널엔 비가 그치길 기다리는 운동족 몇 명이 벤치에 앉아 있다. 터널 가운데에 있는 벤치에 앉으니 바로 건녀편에서도 비를 피하는 사람들의 수다가 동굴처럼 울려 퍼져 전해져 온다.


비가 그칠 때까지 잠시 쉬기로 하고 아래로 시선을 돌리니 내 팔뚝만 한 비단잉어들이 헤엄친다. 평상시 날이 좋으면 비단잉어 먹이를 파는 할아버지가 기다란 수레에 잉어 먹이를 쌓아 끌고 다니는데 오늘은 나오지 않으셨다. 아무리 뜨거운 땡볕에도 이 터널에만 있지 않고 석촌호수 한 바퀴를 돌고 돌아 하나라도 더 파시려는 듯. 할아버지의 수레는 멈추지 않았다.


호수 바닥엔 큼지막한 비단잉어가 득실


비가 멈춘 것 같아 다시 걷기 시작했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또다시 퍼붓기 시작하는 비. 한국도 이제는 스콜이 내리는 기후로 바뀐 듯. 이쪽 하늘과 저쪽 하늘의 색깔이 다르고 푸른 하늘에 비가 내렸다 멈췄다를 반복한다. 다시 비를 피하려고 조금 더 가서 롯데월드 매표소 앞으로 갔다. 다행히 5미터 정도 넓이의 천장이 있어 아저씨 3명이 비를 피해 서 있는 모습에서 어색하고 묘한 동질감이 생긴다.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여자의 빨간 우산은 비 내린 석촌호수 바닥의 빨간색, 비에 젖은 초록색 나뭇잎과 훌륭한 조화를 이루고 투명 유리로 코팅한 듯한 빨간 고무바닥은 거울처럼 모든 사물을 반사한다. 

햇빛 쨍쨍한 날의 석촌호수의 하늘보다 훨씬 더 눈이 부신 바닥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다.


저 우산이 있었으면


빨리 비가 그쳐야 회사로 돌아갈 수 있는데.... 

그녀의 빨간 우산이 자꾸만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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