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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기다렸던 그녀

일상

by gyaree 2018. 2. 1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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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는 겨울의 왕국 엘사였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여주인공 엘사가 얼음으로 만든 환성적인 성에서 힘차게 양손으로 문을 열어젖히며 나온다. 그 유명한 'Let it go'를 힘차게 부르는 장면에서 아마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감동받으며 가슴속에서 울컥거리는 무언가를 느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의 장치는 나도 모르게 눈물짓게 하는 마력이 있다. 눈물 흘리며 보는 관객들은 영화가 끝나고서도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평창 동계 올림픽의 절정은 잘 쓰인 소설의 마지막처럼 후반부에 이르러 진면목을 보여줬다. 전반부도 기대한 바 이상이었고 서서히 기대치는 더 달아올랐다. 올림픽 시작을 알리는 성화 점화. 그 피날레를 누가 하는가에 모든 이목이 집중됐다. 모두들 아마도 '그녀'가 마지막 주자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개회식이 열리는 경기장 안으로 성화가 들어왔다. 첫 번째 주자는 전이경 전 쇼트트랙 금메달 리스트. 그녀의 손에 있던 성화봉은 골프 여왕 박인비로 넘겨졌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운동장을 살짝 돌아온 그녀에게 성화봉을 이어받은 이는 축구 스타 안정환. 조금은 의외였던 인물이다. 관객들에게 큰 선물을 선사하기 전에  살짝 놀라게 하려는 작은 선물이었을까. 그의 성화봉을 이어받기 위해 저 멀리 두 명의 여자가 카메라에 들어온다. 카메라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고 마지막 주자라고 생각되던 두 명의 여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빨리 자막이 나오든가 캐스터의 설명이 이어져야 하는 시점. 아주 잠깐 동안 두 여인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시간이 흐르고 아나운서의 입을 통해 빠져나온 이름은.


아이스하키 여자 남북 단일팀의 정수현(북)과 박종아(남)


정말 예상외의 인물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고 게다가 마지막 성화 주자로 생각되는 어린 두 소녀. 하지만 전혀 손색없다 생각했다. 아! 이런 연출을 하다니 개회식을 어떤 인물이 총괄했는지 시나리오 한번 제대로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소식은 많은 사람에게 박수를 받지 못하고 남한 쪽 선수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여론이 쏟아진 것도 사실이다. 오랜 시간 합을 맞춰봐도 모자랄 판에 올림픽 코앞에서 이루어진 단일팀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한 번쯤 생각해 보자. 이 만남이 정말 얼마 만에 이루어졌는가. 얼마나 소중한 만남인가. 누군가의 정치 논리와 누군가의 이득을 위해 서로 더 멀어져만 갔단 남과 북. 올림픽을 핑계 삼아서라도 이런 장면 연출은 몇 만 번을 봐도 질릴 것 같지 않다는 기분이 들던 저녁이다. 전 세계에 남북한의 평화를 바라고 희망하는 남과 북의 여망을 담은 메시지로서 가슴 뭉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어떤 선수나 사람이 마지막을 장식한다 해도 이보 다 더한 의미를 줄 수 있는 그림은 없으리라 생각할 때, 그때 관중석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시작됐고 마지막 성화 봉송 주자 남북 단일팀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 두 명은 하얗게 빛나는 계단을 올라 성화봉 꼭대기에 다다랐다. 그곳엔 얼음으로 만든 듯한 기다란 수정체를 연상케 하는 작은 연못 같은 것이 보였다. 그곳은 밝고 영롱한 빛을 내뿜었다. 카메라는 잠시 그 연못에서 멈추었다. 갑자기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바로 우리가 예상하고 바랐던 그녀. '피겨의 여왕 김연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높은 꼭대기에 마련된 아주 작은 그녀만의 스케이트장.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얼음판을 미끄러져 나오는 그녀는 겨울의 왕국 여주인공 엘사 그 이상이었다. 사람들의 함성은 극에 달했고 모두의 바람대로 마지막을 장식하러 나온 그녀여서 고맙고 황홀했으리라. 정말 오랜만에 보는 피겨 여왕의 스케이팅은 전성기를 떠오르게 했다. 가장 높은 곳에서 역사상 가장 뛰어난 여자 피겨 스케이터이자 국민 영웅에게 전 세계의 시선은 집중됐다. 카메라는 그녀에게 더 가까이 갔다. 그녀의 얼굴에서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와는 무언가 다른 울컥거림이 느껴졌다. 그녀의 아름다운 스케이팅은 끝이 나고 마침내 성화봉으로 동그란 링에 불꽃이 붙어 위로 위로 올라가 개회식을 상징하는 성화의 불꽃이 타올랐다.


마지막 뒤에 또 다른 피날레가 있었다.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결말에서 또 한 번의 반전을 심어놓은 영리한 작가의 시나리오. 우리 모두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은 채 환상적인 한 편의 동화를 관람한 기분이 든다. 그것이 설령 현장이 아닌 거실의 TV를 통해서였다고 하더라도 머리와 가슴속에 깊이 새겨진다. 평창 올림픽 개회식은 놀람, 자부심, 감동 마지막의 반전까지 선사한 글로벌 베스트셀러가 되어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오랜 시간 기억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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