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利しりラーメン 리시리 라멘의 오로춍 라멘

일본

by gyaree 2018. 5. 1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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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의 오로춍 라멘

출처 구글맵 - 利しり ラーメン 내부



TVN에서 방영하는 백종원 푸드파이터에서 백 선생은 어떤 라멘집을 찾아간다. 메뉴판을 보며 오로춍 라멘에 매운 단계는 3단계를 주문한다. 

'오로춍'이라고? 

그 단어에 21년 전 기억이 되살아났다. 방송 카메라가 비추는 식당 내부는 어딘지 눈에 익었다. 예전에 내가 자주 가던 식당의 모습과 흡사했다. 그것도 벌써 21년 전인데 설마 식당이 그대로일까? 의심에 의심이 들었다. "그 식당이 아직까지 영업하겠어" 혼잣말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기역자 형태로 된 주방과 그 옆으로 테이블 세 개였던지 네 개였던지 정확한 기억은 없다. 하지만 21년이 지난 카메라 렌즈에 잡힌 식당 내부는 그때와 변함이 없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혹시나 해서 검색해봤다. 나의 단골 식당이 맞는지. 정답이었다. 1977년 개점이래 쭉 같은 장소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는 문구가 식당 내부에 적혀 있었다. 


이 라멘 집의 특징은 매운 라멘을 판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일본 사람들은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 지금이야 시대가 바뀌어서 변했을지는 모르겠지만 20년 전만 해도 일본 라멘은 전통적으로 미소라멘, 쇼유라멘, 돈코츠라멘이 주류였다. 그 속에서 매운 라멘을 파는 식당은 많지 않았다. 利しり ラーメン 리시리 라멘 외엔 매운 라멘을 먹어본 곳이 없었다. 그때만 해도 어찌 보면 주류에서 벗어난 라멘 집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이 집의 오로춍 라멘은 인기 메뉴였다. 특히 한국인들에게는.


利しり ラーメン 리시리 라멘에서 왜 매운 라멘을 만들어 팔았을까? 나만의 추측이지만 이 식당의 지리적 위치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 식당이 있는 곳은 신주쿠 '가부키초'다. 20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식당 근처에는 모텔이 즐비하게 있었고 술집과 클럽이 있는 향락가의 중심부였다. 밤이면 매춘부가 얼굴을 내미는 장소. 특히 그 한복판에 한국인 클럽과 한국인 식당 그리고 야쿠자들이 즐비한 거리였다. '가부키초'라는 어감이 일본의 고전 연극 가부키(歌舞伎)를 떠오르게 하지만 그것과는 관계가 없어 보인다. 일본 내에서도 일반적인 일본인들이 잘 찾지 않는 동네였다. 낮에는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고요한 동네가 저녁이면 네온사인이 휘양 찬란한 환락가로 변신하는 동네. 이곳의 밤거리엔 주로 야쿠자, 한국인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 거리에서는 한국인 클럽에서 일하는 여자들이 일본인들의 팔짱을 끼고 걷는 모습은 특이하거나 이상한 그림이 아니었다. 대부분 손님과 아가씨의 관계로 값비싼 한국 클럽에 돈 많은 일본 남자를 손님으로 대리고 들어간다. 밤이면 밤마다 흔히 벌어지는 동경 신주쿠 가부키초의 일상이다. 이 동네의 식당이나 가게들은 저녁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한국인 클럽이 시작하는 저녁 시간이 이곳에선 평범한 직장인이 활발하게 일할 오후 2시 쯤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저녁 6시가 넘어야 영업을 시작한다고 간판에 불이 들어온다. 


오로춍라멘


이번에 얘기할 곳은 利しり ラーメン 리시리 라멘. 밤늦게 일을 끝내고 라멘 집을 찾는다. 자정이 넘은 시각. 밤 12시가 넘은 시간이 피크 타임이다. 식당 내부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사람들은 술에 취한 일본인, 한국인 50대 50 수준이다. 야쿠자를 비롯해 돈 많은 부동산 업자, 한국 클럽의 마담이나(마마라고 부른다) 아가씨들, 그리고 클럽의 점장이나 매니저들. 이 식당에서 특히 한국인들은 '오로춍 라멘'을 좋아한다. 매운 라멘은 이것이 유일하기 때문에. 그리고 한국인 입맛에도 딱 들어맞는다. 빨간색 국물에 갖가지 채소와 돼지고기가 버무려진 마치 육개장처럼 보이는 비주얼은 한국인 입맛에 제격이다. 당시만 해도 이 식당엔 일본의 보통 사람들은 오지 않는 곳이었다. 그러니까 일반적인 가정의 일본인들. 동네 특성상 야쿠자나 돈 많은 호구들을 제외하고는 놀러 가는 곳이 아니었으니까.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해서 맛집을 찾아다니는 사람도 없었을뿐더러 위험한 동네라는 인상을 주었기에 일반적인 사람들은 더더욱 오지 않는 곳이었다. 20년 전, 야쿠자나 그곳에서 장사하는 일본인과 많은 한국인들 그리고 소수의 다른 나라 이방인들이 차지했던 동네. 지금은 180도 바뀐 마을이 된 듯하다. 한국에서 맛집을 찾아 방송국에서 촬영 목적으로 가는 곳이 됐으니까.


백종원 씨가 주문한 '오로춍 라멘'. 내게는 맛집이 아니라 그 시절 그리웠던 한국의 매운맛을 느끼게 해 준 식당이다. 엄밀히 말해서 한국의 매운맛과는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미소라멘, 쇼유라멘, 돈코츠라멘 일색이었던 일본에서 육개장 같았던 '오로춍 라멘'의 추억. 잊고 있었던 옛 기억을 되살리는 백종원 씨의 후루륵후루륵 면발을 빨아들이는 소리. 이마에 송글 하게 맺힌 땀방울이 과거로 돌아가게 한다. 아마도 이제는 위험한 동네라는 이미지를 떨쳐버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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