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미코의 보물상자 [모리사와 아키오]

책소개/소설

by gyaree 2017. 9. 13. 11:12

본문

반응형

미코의 보물상자 [모리사와 아키오]


페이지 9

나는 이따금 생각한다. 인생에는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이 있다고. 바꿀 수 없는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났는가'다. 치코의 아빠가 알코올 의존증에 빚까지 남기고 잠적했다는 사실과, 엄마인 내가 간병 일을 하면서 유사성매매 업소에 나간다는 사실. 언젠가는 치코도 알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끝까지 감출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불혹도 반을 넘긴 지금도 '나는 왜 이런 부모 밑에서 태어났을까'하는 질문을 수없이 하게 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나의 부모. 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는 존재가 부모다. 언젠가는 나의 아이들도 자라서 똑같은 생각을 하겠지. "우리 집은 왜 이렇게 가난하냐고." 어릴 때야 부모가 큰 산처럼 느껴지지만, 자라면서 자아가 성립되고 자기만의 생각의 나무가 자라면 같은 질문을 던질 날도 머지않아 다가오겠지. 그때 나는 무어라고 답을 해야 할까?  



페이지 19

손님들도 아마 비슷한 감각일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바른 인간'의 탈을 쓰고 가식적인 호흡을 반복하는 동안 마음속에 오래된 화약을 조금씩 쌓아간다. 그러다 언젠가 그 화약은 폭발 위험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린다. 폭발했을 때 자신이 잃을 것이 얼마나 큰지를 현명한 어른들은 안다. 그럴 때 그들은 '나'라는 도구를 돈으로 사서, 다른 인격을 연기하며 겹겹이 쌓인 화약에 안전하게 불을 붙인다. 물론 나는 가차 없이 폭발시켜준다. 쾅! 하고 성대하게. 폭발은 격렬할수록 좋다. 쌓인 불쾌감을 죄다 모아서 한방에 날려주는 것이 프로의 기술이다. 손님들은 그걸 기대하고 나에게 비싼 돈을 지불한다.

사회생활도 마찬가지다. 나를 괴롭히는 인간, 상처 주는 인간, 무시하는 인간들의 틈바구니에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가식적인 탈'을 뒤집어쓰고 산다. 가슴 속 깊이 쌓이고 쌓인 칠흑 같은 답답함을 애써 누르고 산다. 폭발시키려 해도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진다. 누군가 대신 기폭제가 되어 쌓인 울분을 터트려 줄 수 있다면.... 인생에서 꼭 '바른 인간'이 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화약을 터트려 줄 누군가를 찾지 못한다면, 스스로가 심지에 불을 붙여보는 용기를 가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페이지 21

나베짱과 나는 남에게 절대 보여줄 수 없는 또 다른 인격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드러내면 드러낼수록 내면의 상처가 치유의 점막으로 덮여갔다.

그저 조용히 살아가고 싶어도 사회 속의 인간이라면 누구나 타인에게 상처를 입게 마련이다. 통증을 느낄 때마다 상처를 핥기 위한 새로운 인격이 필요해진다. 그런 식으로 하나씩 갖추게 된 다양한 인격을 능숙하게 가려 쓸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어른'이라는 범주에 속하게 된다. 그제야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고 피해갈 수 있는 요령을 터득하고, 약한 타격으로 끝나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통증을 느낄 때마다 상처를 핥기 위한 새로운 인격이 필요해진다. 삶을 살아가면서 타인에게 상처받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적어도 '어른'이라면 다양한 인격을 길러야 한다. 내 안에 하나의 인격밖에 없다면 수많은 고통과 상처에 치이고 치어 몸이 부서지고 말 것이다. 이 전쟁 같은 치열한 삶에서 내 자신을 보호하려면 내 안에 다른 나를 길러야 한다. 또 다른 인격 형성은 통증을 없애주는 마약 주사가 될 수 있다는 것.



페이지 22

물론 나도 성을 팔아 돈을 버는 게 좋은 일이라고 생가하지는 않는다. '성매매도 훌륭한 일이야. 자부심을 가져도 돼'라는 허울 좋은 말을 들으면 구역질이 난다. 싱글맘 대부분이 '빈곤층'인 이 나라에서 치코와 내가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돈은 없는 것보다 있는 편이 낫다. 아니, 있는 편이 훨씬 나은 게 당연하다. 궁핍한 어른은 마음이 피폐해져서 자식에게 화풀이를 한다. 그로 인한 갖가지 사건 사고로 뉴스가 도배되는 세상이다. 나는 그런 인생은 사절이다. 치코는 나와 '다른 아이'여야 한다. 어른의 분풀이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

'궁핍한 어른은 마음이 피폐해져서 자식에게 화풀이를 한다.' 정말 돈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이 문장 하나로 가슴을 후벼 판다. 인생에서 돈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하는 일부 사람들의 이야기는 정말 쓰레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 자신보다는 자식이 더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똑같다. 2년 지나면 이사 걱정을 해야 하는 삶. 다른 아이들은 비싼 장난감을 가졌다고 말하는 아이들. 쉬지 않고 일해도 줄어들지 않는 빚. 오르지 않는 월급. 자꾸만 궁핍한 어른이 되어간다. 나와는 '다른 아이'이길 바라는 마음이 사치일까. 빚으로 꾸린 가정이 마음마저 피폐해지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보자.   

 



페이지 33

할머니는 늘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험한 경우에 처하더라도 감사해야 할 점이 반드시 한 가지는 있으니 넌 그 부분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

예, 라고 대답하지 않으면 빗자루로 흠씬 두들겨 맞았지만, 어린 마음에도 무척 단순하면서도 합리적이며 올바른 사고방식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힘들고 모진 삶에도 즐겁고 행복한 것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 그런 삶이라고 해서 고마워하고 감사해야 하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힘들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우리의 인생은 나아질 것이다.



페이지 40

"어, 아이가 자라면 마음이 바뀌나요?"

담배를 문 나베짱의 입술에 자조적인 웃음이 담겼다.

"내가 안 변해도 아들은 변해. 안 팔리는 가난뱅이 만화가에다 꿈마저 버린 한심한 아버지야. 어릴 때처럼 존경해주지 않아."

"그런가? 어른이 되면 오히려 부모를 이해하게 될 것 같은데."

적어도 나는 어른이 된 후에야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생겼고, 부모님에 대한 원망도 어느 정도 떨쳐버릴 수 있었다.


나이가 몇이 되면 어른이라 할 수 있을까. 나도 서른 전까지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지울 수 없었다. 평생을 돈을 벌지 않던 아버지의 모습이 나는 너무 싫었다. 그 시기엔 증오를 넘어서 염오감까지 들던 때다. 어디 나가서 한강에라도 빠져 죽으라는 말을 내뱉기도 했다. 나쁜 친구들의 꼬임에 빠져 노름판을 전전하던 아버지. 집 안에 있던 돈 될만한 물건은 모조리 가져다 전당포에 팔아넘기는 아버지는 이미 천덕꾸러기다. 여느 아빠처럼 저녁에 퇴근해서 돌아오는 아빠를 가지고 싶었다. 자라면서 아빠에 대한 미움의 불씨는 커지면 커졌지 사위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늙어 할아버지가 된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한다. 원망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페이지 61

놀란 얼굴로 미코가 나를 보았다.

나도 미코를 보았다.

정답을 모르는 두 사람이 동시에 아내의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네 손은 사람들에게 '고마워'라는 말을 듣기 위해 있는 거란다."

"어....."

"그러니까 지금처럼 평생 고마운 손이 되어라."

고마운 손이라......

나는 왠지 특별한 보물이라도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 가슴에 벅찼다.

자라서 매춘부가 된 미코. 그녀의 손님인 나베짱은 모든 서비스가 끝나자 "미코의 손이 '고마워'"라는 말을 한다. 돈을 주고 여성을 샀지만 미코의 손으로 많은 위로가 되었다고. 이렇게 뭇 사내들의 벗은 몸을 만지며 정액을 받아내는 미코의 손. 이 시간이 지나면 집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딸 사치코에게 맛있는 밥을 차려줘야 하는 손이다. 노인 요양소의 노인들을 씻기는 손. 그녀의 할머니가 남긴 "네 손은 사람들에게 '고마워'라는 말을 듣기 위해 있는 거란다."라는 대사에 갑자기 울컥하게 된다. 정말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은 상대에게 '네 손이 고마워'라는 말을 듣는다면 어떨까? 한번 보고 끝날 매춘 상대인 남자에게서 할머니가 남긴 소중한 이야기를 듣는 심정. 그녀의 할머니가 바란 미코의 손은 그런 '손'이 아니었을 텐데.     


페이지 120

"이거, 고마워..... 보물상자라는 거, 참 좋네."

"어?"

"좋았을 때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잖아. 쪼그만 타임머신 같지 않아?"

미코의 머리맡에 있는 보물상자를 보며 구미짱은 얘기한다. "좋았을 때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잖아. 쪼그만 타임머신 같지 않아?" 엄마 아빠 없이 할머니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는 미코가 부러워지는 순간. 집에 돌아가 봐야 혼자서 식은 편의점 도시락을 데워 먹는 구미짱. 감기로 며칠째 학교에 나오지 못해 할머니가 끓여준 미코의 모과차를 한 모금 마셔 본다. 구미짱은 엄마가 있지만 항상 맥주만 들이켜는 모습과 미코 할머니의 따스한 보살핌을 비교한다. 미코 할아버지가 만들어 준 보물상자에 매일매일 자신만의 소중한 물건을 주어서 간직한다. 항상 땅바닥을 보며 천천히 걷는 미코. 다른 아이들에 비해 늦게 걸을 수밖에 없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봤던 구미짱. 좋았을 때의 추억은 머릿속에만 있으면 시간이 흐르면 저 밑바닥에 있는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는 것은 정말 어렵다. 세월은 좋았던 추억이든, 싫었던 추억이든 잊어버리게 한다. 어딘가에 저장해놓지 않는다면. 자기만의 보물상자를 만들어 행복한 추억을 담아보자. 훗날 그 상자의 자물쇠를 여는 날. 상상하지도 못했던 행복감을 받게 될 것이다. 어릴 적 산타 할아버지가 준 선물보다 더 행복한 선물이 되지 않을까.      


페이지 165

사실은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없었던 게 아니라 내가 처한 '환경'을 사랑하지 못한 것이다. 환경을 사랑하기는커녕 그 환경에 없는 것만 줄기차게 요구했다. 엄마라는 존재, 엄마가 직접 만들어주는 도시락, 모성이라는 이름의 사랑과 관심.....

내가 처한 환경을 사랑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받아들이려는 노력은 했어야 했다. 내가 만약 그 환경 속에 존재했던 아빠의 사랑과 아이코씨의 다정한 배려에 조금이라도 눈을 돌렸더라면.... 나는 어떤 나날을 보내고, 지금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미코의 중학교 시절 간호실 선생님인 나나짱. 그녀에게도 엄마가 없었던 어린 시절. 그래서인지 부모에게 버림받고 할머니,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미코와 친해진다. 어린 미코를 보며 엄마를 떠올리는 나나짱. 아버지가 데려온 아이코라는 여자가 미웠다. 아빠가 싸주는 갈색 천지인 못생긴 도시락도 싫었다. 모든 것이 싫기만 했다. 중학생 미코와 교환편지를 주고받기로 하면서 먼저 편지를 보냈다. 자신이 숨겨두었던 어린 시절 아빠와 아이코라는 여자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 편지를 읽은 어린 미코의 생각지도 못한 위로에 엄마의 따스함을 느낀다. 자신을 사랑할 수 없었던 게 아니라 자신이 처한 '환경'을 사랑하지 못했던 것을 깨닫는다. 주어진 환경에 없는 것만 찾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 아닐까. 나 또한 어릴 적 가난한 집안 '환경'이 싫었다. 일하지 않는 아빠 때문에 궁색한 집안. 친구들과 비교되는 차림새. 반찬 뚜껑을 열기 싫은 도시락. 모든 것이 싫지만 표현하지 않는 아이였다. 파출부로 일하는 엄마의 힘든 모습은 어리지만, 환경에 없는 것을 요구할 처지도 아니었다. 차라리 나나짱처럼 환경에 없는 것만이라도 요구해볼 수 있는 철부지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가 철든 모습은 더 이상하고 오히려 초라하다. 그래서 항상 자신감이 없던 어린 시절이 아니었는지....


     

페이지 195

페이지 196



아버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마을의 작은 회사에 입사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출세할 전망이라곤 조금도 없는 하찮은 샐러리맨이었다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비하했다.

"머리도 좋고 능력도 있고 노력도 하는데, 그저 고졸이라는 이유로 봉급이 싸. 그런 아버지 '불쌍'하지 않아? 아버지는 동기들한테도 뒤에서 무시당하고, 나중에는 퇴직금도 적겠지. 그 때문에 아빠, 엄마는 노후에 가난할 거야. 그러니까 후미야는 절대 아빠처럼 되면 안 돼."

아이들이 존경하는 '감독'을 한심한 낙오자처럼 말하는 어머니 때문에 어린 나는 평형감각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아빠, 엄마는 노후에 가난할 거야." 

나도 이제 노후를 생각할 나이다. 고졸이라서 봉급이 싸다는 후미야 엄마의 대사 한마디. 고졸 출신인 남편의 노후가 가난할 거라는 예측은 어쩌면 우리 사회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페이지 255

 "누구든 살다 보면 싫은 일도 많이 겪게 되잖아요. 하지만 눈을 훈련시켜두면 싫은 일이랑 비슷하게, 아니 그보다 조금 많게 행복을 발견할 수 있어요."

미코가 종이비행기를 접었다. 날개 부분에 글자가 적혀 있는 것 같은데 흐릿해서 알아 볼 수 없었다.

"똑같은 잡동사니인데 쓰레기로 보이는 사람도 있고 보물로 보이는 사람도 있다면, 이왕이면 보물로 보이는 눈을 가지는 편이 좋잖아요. 그러면 더 행복해질 수 있대요."

매일매일 하찮은 물건, 사소한 물건이라도 자신만의 보물상자에 간직해 놓으면 다른 사람은 찾지 못하는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어릴 때, 반 친구 중에 자기 수첩에 낙엽 같은 걸 고이 간직하는 아이를 봤다. 그때는 몰랐다. 왜 저런 걸 수첩에 끼워 넣고 이쁘게 글씨까지 적어놓는지. 남들이 생각지도 보지도 못하는 관점. 그런 눈을 기른다면 허드레 쓰레기 같은 물건이라도 보물로 보여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다. 학창시절 나만의 수첩 하나 준비하지 못했던 것이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페이지 276페이지 277

어느날 문득 깨달았다.

죽음을 원하는데도 죽을 수 없는 이유를.

냉혹한 급우들과 교사들. 내 마음은 그들에게 갈기갈기 찢어져 치사량에 이를 만큼의 피를 뚝뚝 흘렸다. 하지만 피투성이가 된 내 마음 한가운데에 '은신처'가 존재했고 그곳만은 상처 없이 보호받고 있었다. 그 '은친처' 안에 내 '본질'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 '본질'이란 머리로는 알 수 없는 무언가이며, 어쩌면 '무의식'이라 불러도 되는지도 몰랐다. 혹시 '무의식'은 '사랑'이라는 단어에 가까운 걸까?

아무튼 내 마음 한가운데에 있는 '은신처'가 '무의식'을 줄곧 지켜주었고, 그 '무의식'에 새겨진 말이 내가 나 자신을 죽일 수 없었던 이유인 건 틀림없었다.

자기 엄마의 신분이 들통났다. 성매매를 하는 엄마의 이야기는 급우들과 교사들 사이에 퍼졌다. 중학생인 여자 아이 혼자 감당하기엔 정말 어려운 난관을 만났다. 엄마가 성매매를 한다는 사실보다는 학교에서 조롱받은 자신의 처지가 더 싫었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치코는 자신의 손목에 칼을 그었다. 하지만 자기자신을 죽일 수 없었던 이유는 딱 한 가지. 엄마의 사랑이다. 갈기갈기 찢어진 마음의 상처는 엄마라는 '은신처'에서 보호받고 치유될 수 있다는 끈끈한 믿음이 존재했다. 무의식으로 남아있던 자신의 '본질'을 엄마의 사랑으로 알게 된다. 그 어떤 시련에도 치코가 죽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엄마의 사랑이라는 것.

얼마 전 동네에서 자살한 고등학생 남자아이의 죽음을 보며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그 아이의 은신처가 미코 같은 엄마 또는 아빠였다면 어땠을까? 엄마 아빠의 사랑을 알기엔 어린 나이일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어도 부모의 사랑을 모른 채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 않을까. 인생이 지치고 힘들 때 '은신처'가 될 수 있는 곳은 부모밖에 없다.



페이지 280

엄마의 입술이 "있잖아, 사실은" 하고 말했다. 그러고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후 내 손목을 쓰다듬으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마음은, 아무리 상처를 입혀도 상처 입지 않게끔 만들어져 있어."

"응?"

"진짜 그래."

"......."

"마음은 상처 입는 게 아니라 연마되는 거거든. 거칠거칠한 사포 알지? 사로포 문지르면 따끔따끔 아프겠지만 한 번 두 번 문지르다 보면 결국 반들반들 빛이 나잖아."

살다가 상처받고 힘들면 '마음이 쓰라리고 아프다'가 아닌, 연마되고 연마되어 더 탄탄해지고 빛이 날 거라는 생각을 해보자. 사람의 마음은 쉽게 병들지 않는다는 것. 깎이고 깎일수록 더 단단해질 수 있다.



페이지 304

머릿속에서 영상화된다는 건 분명 현실이 된다는 소리다.

나도 자주 상상해 본다. 앞으로 어떤 인생이 될지. 그렇게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 머릿속에 영상화된 그림이 현실로 다가왔으면 하는 희망. 정말 그렇게 될지는 모르지만....


  

페이지 304

작은 보물을 찾는 눈으로 파인더를 들여다보고, 고마운 손으로 셔터를 누르자.

이 마지막 한 구절이 이 소설의 메시지다. '작은 보물을 찾는 눈으로 파인더를 들여다보고, 고마운 손으로 셔터를 누르자.'

보물을 찾으려면 눈을 길러야 한다. 그런 눈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겐 작은 행복은 보이지 않는다. 행복은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라는 것. 



우리 시대 웹툰작가들의 생존기 - STYING ALIVE
국내도서
저자 : 박인찬
출판 : 다할미디어 2017.04.25
상세보기
나도 웹툰 작가가 될 수 있다
국내도서
저자 : 박인찬,박세기
출판 : 혜지원 2016.05.07
상세보기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