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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책소개/소설

by gyaree 2017. 9. 2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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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알랭 드 보통 [낭만적인 연애와 그 후의 일상]. 나는 이 제목을 '살아보니 알겠더라.'로 고치고 싶다. 사랑하는 두 연인이 만나 낭만적인 연애를 하지만 결혼 생활도 낭만이 이어질까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은 누구나 다 낭만적인 연애와 같은 결혼 생활을 꿈꾸지만 오히려 재난의 예고라 말한다. 어떻게 하면 재난 같은 결혼 생활을 낭만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 답은 하나다. 서로를 깊이 알아가는 것.


페이지 27

우리는 사랑이 어떻게 시작하는지에 대해서는 과하게 많이 알고, 사랑이 어떻게 계속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모하리만치 아는 게 없는 듯하다.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친구에게 여자친구가 생기거나 결혼할 상대를 찾으면 항상 똑같은 질문을 한다. 

"너희 어떻게 만났어?"라고

사람들은 사랑의 시작을 궁금해한다. 그들이 만나서 사랑을 하고 시련을 겪고, 싸우기도 하며, 때로는 해어졌다 다시 만나기도 하는 것이 남녀 관계다. 사랑해서 결혼까지 하며 살아가는 커플의 지속하는 사랑 이야기엔 별로 관심이 없다. 그저 두 사람이 처음 어떻게 만나고 사랑을 하게 되었는지만 궁금해할 뿐. 사랑의 시작도 중요하지만, 인생은 사랑의 지속 없이는 버티기 힘들지 않을까. 때로는 결혼해서 사랑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직접 보기도 하지만.... 


 

페이지 38

보통 그들은 세상이 그들에게 부여한, 공문서와 행정 기구에서 쓰이는 이름으로 불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랑은 애정을 불러일으키는 각자의 특징에 더 어울릴 법한 애칭을 찾아 나서게끔 한다.

사랑은 새로운 이름을 창조한다. 주민등록증에 나와 있는 부모가 지어준 이름을 거부하기도 하며, 자신들만의 닭살 돋는 애칭을 만들게 한다. 이렇듯 사랑은 새로운 언어를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페이지 65 / 낭만주의

결혼: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아직 모르는 두 사람이 상상할 수 없고 조사하기를 애써 생략해버린 미래에 자신을 결박하고서 기대에 부풀어 벌이는 관대하고 무한히 친절한 도박.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결혼'은 도박"이라는 말. 

뭐 어느 면은 맞는 거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사랑하는 두 사람은 서로를 알기도 전에 결혼하게 된다. 결혼하기 전에 서로를 안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것이 인간이다. 몇십 년을 살아도 모를 것이 인간이기도 하니까. 서로 자기 자신을 몰라서 결혼 초엔 엄청난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순한 양 같았던 사람도 돌변하는 것이 결혼의 또 다른 모습이라 말할 수 있다. 오직 사랑하는 마음만이 모든 불안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젊은 청춘들의 특권이지 않을까. 적어도 20~30년 간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다른 가치관을 가졌던 두 인간이 '사랑' 이 한 단어로 엮인다는 것은 정말 놀랍다. 그 뒤에 이어질 수많은 장애물이 있다는 건 알려고 하지 않는다. 낭만적인 미래만 보일뿐. 

많지는 않지만 결혼은 도박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본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은 결혼보다는 '동거'를 선택해 일단 살아보는 것이 아닐까. 상대방을 조금 더 알아가기 위한 방편으로. 그러면 낭만이라는 겹겹이 껴입은 두꺼운 갑옷을 하나쯤은 벗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남자는 단순한 동물일까? 아니면 내가 단순한 이유 일까? 나는 이런 복잡한 관계 설정엔 약하다. 아니, 이미 꼰대의 길로 들어선 것인가. 상대방을 알아가기 위해 동거를 한다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에겐 이런 번잡스러움이 싫을 뿐이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 또는 남자의 내면까지 알 수는 없지만 사랑한다면 도박을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살아보니까 알겠더라. 처음엔 싸움의 연속이다. 당연하다. 오랜 시간 품고 살았던 생각들과 대치하는 순간이 수없이 벌어진다.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며, 우울한 감정에 휩싸이기도 한다. 오밤중에 냉장고를 열고 소주병을 꺼내 불도 켜지 않은 채, 깡소주를 마실 날이 올지도 모른다. 아니면 정신과를 찾아 내가 옳은지 그녀/그가 옳은지 상담도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내 생각은 틀리지 않을 거야."라며. 결혼 초 이런 힘든 과정을 참지 못해 티격태격 싸우다 종국엔 이혼한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30%는 이혼한다는 결과를 본 적도 있으니.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해 끝장이 나버리고 만다. 그런데 한 번 참고 나와 상대방이 다름을 되짚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상대방이 틀렸다고 생각됐던 것들이 서서히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날이 온다. (참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살아보니 알겠더라. 논리적으로 설명하긴 어렵다. 그냥 상대방을 이해하는 마음. 아무 말 없이 져준다는 개념이 아니다. 누가 이기고 지냐의 문제가 아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때 내 마음도 편안해진다. 


"살아보니까 알겠더라."

도박이라도 해보는 편이 낫더라. 결혼은. 아직까지는.



페이지 76 / 그 후로 오래오래

우리는 삶의 중요한 영역들(국제무역, 이민, 종양학 등)에서는 복잡성을 감안하고, 이견을 수용하고 참을성 있게 해결해나간다. 그러나 가정생활에서만큼은 치명적일 정도로 안이한 가정을 세우곤 하며, 이 때문에 협상이 오래 걸리는 데 대해 날카로운 반감이 생긴다. 욕실 관리를 두고 꼬박 이틀간 정상회담을 하는 건 너무 유별나고, 저녁 식사를 위해 집에서 정확히 몇 시에 출발해야 하는지를 정하기 위해 전문 중재인을 고용하는 건 분명 터무니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살다 보면 부부라는 관계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서로의 주장에 대해서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까워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식의 안이함이 존재한다. 한 귀로 듣고 반대편 귀로 빠져나가는 일이 허다하다. 오히려 사회생활보다 복잡한 메커니즘이 있는데도 말이다. "나와 제일 가까운 사이인데 왜 이해 못해주는 거야?" 이런 마음이 쉽게 생기곤 한다. 직장에서나 다른 사회활동에서 타인들의 주장이 나와 달라도 참고 견디다가도 집안일로 번지면 상황 대처가 달라진다. 아내이고 남편이니까 내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어서 싸움이 난다. 별거 아닌 일에 생고집을 부리기도 하고, 내 생각이 옳다고 우기다가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이제부터 아내나 남편도 서로 직장 동료라는 생각을 가지고 대하면 조금 더 싸움이 줄지 않을까.   



페이지 102 / 그 후로 오래오래

의사 전달을 잘하는 이런 사람은 어릴 적, 모든 면에서 적절하고 완벽할 것을 요구하지 않고도 아이를 사랑할 줄 아는 보호자로부터 보살핌을 받는 축복을 누렸음이 분명하다. 그런 부모는 자식이 - 적어도 한동안은 - 가끔 이상하거나, 난폭하거나, 화를 잘 내거나, 심술궂거나, 기이하거나, 슬퍼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수용할 줄 알고 그래도 가족의 사랑이라는 울타리 안에 자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할 줄 안다. 그렇게 하여 자녀가 성인이 되고도 고백과 솔직한 대화를 지속할 수 있게끔 하는 용기의 매우 귀중한 원천을 이루어낸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속의 남자 주인공 라비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거나 고백하는 것에 서툴다. 말을 안 해도 상대방이 알아주기만을 바라는. 어떤 불만에 대해서 정확히 말하지 못하며 분명한 의사 전달을 어려워한다. 나는 이런 라비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 또한 내 안에 있는 솔직한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 고백의 경우는 더더욱. 나의 솔직한 감정을 이야기해야 상대방은 오해 없이 받아들일 텐데, 보통 그렇지 못한다. 와이프가 이게 좋냐, 저게 좋냐는 질문에도 번번이 제 빠른 답을 못하고 어물쩡거린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 적 엄마, 아버지와 길게 대화를 나눈 기억이 없다.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는 교육을 받지 못해서인지 내 속의 생각을 감추기 바빴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고, 아이들에게 항상 허튼짓은 하지 말라는 말만 하는 내 모습. 내 기준에 벗어난 행동을 보이면 먼저 윽박지르고 본다. 때로는 아이들이 별날 수도 있고, 엇나갈 수도 있을 텐데. 나는 이런 모습이 용납되지 않아 매번 화만 내는 아빠로 남는다.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눈높이의 커뮤니케이션은 이루어지지 않고 내 기준이 먼저 앞서게 된다. 이대로라면 아이들이 커서 적절한 의사 표현을 하는 것에 힘들어하지나 않을까. 아이들을 좀 느긋하게 바라보는 눈. 아이들은 부모가 정해놓은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잘못이 있더라도 제대로 된 대화로 풀어나가는 자세를 취해야 아이들도 부모에게 속내를 들어내 보일 것이다. 아이보다 부모가 먼저 변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늘 머리에 있지만 가슴이 따라주질 않는다.  


페이지 124 / 그 후로 오래오래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퍼붓는 비난들은 딱히 이치에 닿지 않는다. 세상 다른 어떤 사람에게도 그런 부당한 말들을 발설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난폭한 비난은 친밀함과 신뢰의 독특한 증거이자 사랑 그 자체의 한 증상이고, 제 나름대로 헌신을 표현하는 비꾸러진 징표다. 분별 있고 예의 바른 말은 모르는 사람에게 할 수 있지만, 밑도 끝도 없이 무분별하고 터무니 없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진심으로 믿는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뿐이다.

회사생활에서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불만을 토로하기란 쉽지 않다. 불만을 넘어서 소리를 내지르거나 비난을 퍼붓는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다. 회사를 나올 각오가 되어 있다면 모를까. 그런데 자신을 해칠 가능성이 전혀 없는 부부 관계인 사람들은 서로에게 쉽게 화를 내거나 불만을 토로하며 큰 소리를 내지른다. 강자에겐 강하고 약자에겐 약해야 한다는 것이 '정의'라면, 부부관계는 정의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맞벌이 부부의 경우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가정으로까지 이어지는 일을 겪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았던 말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며, 사소한 말이 큰  싸움으로 번지게 된다. 부부라서 무분별하게 쏟아낸다. 신혼 때처럼 당연히 이해해주리라 믿지만 상대방도 피곤하고 힘들긴 마찬가지다. 이런 난폭한 비난과 화도 사랑의 한 증상이라 말할 수 있을까. 세상 누구에게도 부당한 말을 하지 않듯 부부간의 사이도 터무니없는 말은 피하는 것이 행복의 길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페이지 194 / 아이들

현대사회는 부부가 모든 면에서 평등하기를 기대한다지만, 실제로는 고통의 평등을 기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괴로움의 복용량을 확실히 똑같게 측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불행은 주관적인 경험으로, 각 당사자가 실제로는 자신의 삶이 더 저주받았으며 파트너는 이를 인정하고 속죄하지도 않는다는 진지하면서도 경쟁적인 확신에 빠질 유혹이 상존한다. 자신이 더 힘들게 살고 있다는 자기 위안식의 결론을 피하려면 초인적인 지혜가 필요하다.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고 육아가 시작되면 결혼의 낭만은 이제 끝이다. 끝도 없이 늘어나는 집안일에 지칠 대로 지쳐 몸이 부서진다. 아이가 말하기 시작하고 대여섯 살까지만 돼도 엄마, 아빠의 무한한 너그러움과 자애로움이 작용해 고달픔을 참는 힘이 된다. 자식이 무슨 잘못을 저지르던 무한대에 가까운 이해심이 충만한다. 그러다 아이가 조금 더 자라면 몸만 크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자아도 성숙된다. 자연히 챙겨야 할 일들은 눈덩이처럼 늘어난다. 그동안 무한한 이해심으로 대했던 아이의 그 탄탄한 벽은 깨지고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도저히 말로 해서는 듣지 않는 시기가 찾아와 매를 들어야만 할지도 모른다. 자애로움과 이해심은 사라지고 잘못만 지적하며 드디어 아이의 교육에 한 발 빼고 있던 남편과 언쟁이 시작된다. 모든 면에서 평등해야 하는데 아이들의 육아와 훈육엔 전적으로 엄마만 책임지는 그림이 되고 만다. 일방적으로 엄마의 고통이 심한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이 지금의 우리들의 결혼생활이지 않을까. 아빠는 밖에서 돈을 번다는 핑계는 구시대적 발상이 된 지 오래다. 지금은 맞벌이가 많은 시대에 살고 있다. 낭만적인 결혼으로 스타트를 했지만 살다 보면 고통이 찾아온다. 자기만 더 힘들다고 징징대지 말자.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 평등을 유지하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    



페이지 236 / 외도

우리 눈에 정상으로 보일 수 있는 사람은 우리가 아직 깊이 알지 못하는 사람 뿐이다. 사랑을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을 더 깊이 알아가는 것이다.

우연히 만난 로렌이라는 여성과 하룻밤을 지낸 라비. 커스틴의 남편으로서 외도를 하게 되었다. 아내에게서 더는 사랑과 위안받지 못하는 감정이 쌓이는 결혼생활. 새로운 사랑의 열병이 시작되려 한다. 하지만 이 열병은 심각한 오류가 있다. 사람은 함께 보낸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상대방의 심각한 결점을 알게 되고 황홀했던 처음의 감정에 숨어서 보이지 않았던 많은 결점이 보이게 된다. 결혼해서 살다가 외도의 늪에 빠져 허우적 대며 결국엔 늪속으로 가라앉는 사람들도 보았고, 동네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종종 듣기도 한다. 지난한 삶에 지쳐 서로에 대해 깊이 알려고 하는 노력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은 점점 더 늘어난다. 이것이 현실의 결혼 생활이다. 누군가가 한쪽이 외도의 늪에 발을 들이는 상황이 오기 전에 서로에 대해 깊이 알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랑을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깊이 알아가는 것.       



페이지 253 / 낭만주의를 넘어서

모든 것은 작은 굴욕과 실망에서 싹튼다.

부부 관계가 멀어지는 일은 큰 사건 사고가 벌어지는 데 원인이 있지 않다. 아주 아주 사소한 일이 발단이 되어 토라지거나 삐지거나 해서 서서히 대화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나의 힘든 사정을 들어줄 여력이 없는 그/그녀. 성의 없이 내뱉은 한마디에 실망하고 굴욕감을 느낄 수도 있다. 살다 보니 항상 자그마한 일이 눈덩이처럼 커져 서로를 할퀴는 말만 날린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별거 아닌 일이다. 마치 사자가 먹다 남은 고기를 두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 먼저 먹겠다고 싸우는 하이에나처럼. 한발 물러서서 여유를 가지고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페이지 258 / 낭만주의를 넘어서

회피 애착 유형은 정서적 필요가 충족되지 않으면 갈등을 피하고 상대방에게 노출을 줄이려는 강한 욕구를 느낀다는 특징이 있다. 회피적인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열심히 공격하고 있으며 그들에게 설득은 전혀 먹히지 않는다고 쉽게 가정한다. 자리를 피해 도개교를 올리고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다. 유감스럽게도 회피적인 사람은 두려움에 찬 방어적인 행동 양식을 파트너에게 설명하지 못한다. 그 결과 그들의 소원하고 무덤덤한 행동들 뒤에 숨어 있는 이유들은 안개 속에 싸인 채 진실과는 정반대로 무정하고 무심하다는 오해를 쉽게 불러일으킨다. 회피적인 사람은 사랑을 주는 건 너무 위험하다고 느끼게 되었을 뿐, 마음속으로는 상대방을 깊이 염려한다.

나는 라비와 커스틴 중 커스틴에 가깝다. '회피 애착 유형'

페이지 281 / 낭만주의를 넘어서

우리는 마치 '사랑'을 단일하고 분화되지 않은 것처럼 얘기하지만, 사실은 매우 상이한 두 가지 양식인 사랑받기와 사랑하기로 이루어져 있다. 후자를 실행할 준비가 된 동시에 전자에 대한 우리의 비정상적이고 위험한 집착을 인식할 때 결혼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처음에는 '사랑받기'에 대해서만 알고 인생을 시작한다. 아주 그릇되게도 사랑받는 일이 표준처럼 보이게 된다. 아이들은 마치 부모가 거의 항상 온정 어리고 기꺼운 마음을 유지하며 자발적으로 그들을 위로해주고 인도해주고 즐겁게 해주고 먹여주고 씻겨주는 것처럼 느낀다.

우리는 이러한 사랑의 개념을 성년기까지 갖고 간다. 성인이 되었을 때 우리는 보살핌을 받고 다 받아들여지던 그 느낌을 되살리고 싶어 한다. 우리는 마음속 은밀한 구석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예측하고, 우리의 심정을 읽어내고, 이타적으로 행동하고 모든 면에서 더 나아지게 해줄 연인을 그린다.

이건 '낭만적'인 것 같지만, 재난의 예고이다.

사랑도 분화된다는 말. '사랑받기'와 '사랑하기'. 내 아내는 항상 사랑이 모자란다는 말을 하곤 한다. 자신을 더 사랑해달라는 이야기다. 결혼해서 지금까지 사랑이 부족하다는 말을 끊임없이 아내에게 듣고 있으니. 나는 '사랑하기'에 서투른 편에 서있는 것 같다. 어릴 때 받았던 엄마, 아빠의 무조건 적인 사랑을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해도 보살핌을 받기를 원한다는 심리는 낭만이라기보다는 재난의 예고라 말한다. 사랑받는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릴 수만 있다면 낭만적인 결혼생활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페이지 284 / 낭만주의를 넘어서

잘못은 삶이 아닌 예술에 있다. 불화를 일으키기보다는 우리 자신에게 보다 정확한 이야기들을 들려줄 필요가 있다. 시작에만 너무 얽매여 있지 않은 이야기, 완벽한 이해를 약속하지 않는 이야기, 우리의 문제를 정상적인 것으로 돌려놓고 사랑의 여정에서 거쳐 갈 길이 우울하더라도 희망적임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결혼을 처음 하는 젊은이들은 낭만적인 결혼 생활을 꿈꾼다. 그런데 살다 보면 둘 사이에 불화가 생기기도 하고, 서로의 다름이 인정이 안 돼 불안한 결혼 생활을 할 수도 있다. 낭만적으로 시작한 결혼초의 감정에만 집착하지 말고 서로에게 정확한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서로의 간극은 좁아진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내세우는 주장에 대해 완벽한 이해를 구하지 않아도 된다. 설령 그 주장이 옳고 정확하다고 해도 상대방이 생각하기엔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인내가 필요하다. 두 사람의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가 조금 암울하고 우울하더라도 둘이 같이 힘을 보태 희망적임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행복한 결혼 생활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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