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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리솔라 무인카페 [나그네, 쉬어 가게나]

핫플레이스

by gyaree 2017. 9. 2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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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리솔라 무인카페

나그네, 쉬어 가게나. 급히 갈 거 뭐 있나. 예서 물이나 한 사발 들이키며 땀으로 젖은 옷이라도 말리고 가는 건 어떤가. 

제주도의 그리 많은 관광지를 가고도 나는 이곳이 왜 그렇게 좋을까? 그냥 카페에 불과한데. 왜일까?

리솔라 무인 카페

제주도로 여행 오는 사람들이 굳이 카페를 보러 멀리서까지 오지는 않을 거다. 안 그래도 볼 것이 천지인 이곳에서 카페를 찾는다는 것은 시간 낭비 일지 모른다. 짧게는 2박 3일 아니면 3박 4일 정도 일정으로 오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경치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입이 떡 벌어지는 경관을 보고 말로 표현해보려 해도 그에 어울리는 단어를 찾지 못해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곳. 제주. 내가 가진 지식과 언어로는 제주 곳곳의 장소를 표현하지 못한다. 그저 의성어만 남발하는 때가 대부분이다. 


"우와!" 
"헉!" 
"끝내준다!" 
"장난 아니야"
"대~~~박!"
 
바로 이런 말이 터져 나오는 곳이 내게는 제주도였다. 말로 표현하고 싶은데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곳. 제주도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선 한글 공부가 더 필요다는 것을 절감한다. 자연이 만들어 보여주는 경관 앞에서 아무 말 못 하고 눈물이 글썽거리도 한다. 다희연의 작은 오름에 올랐을 때도 그랬으며, 곶자왈의 숲길을 걸을 때도 그러했고, 송악산의 절벽 위를 걸으며 바다를 바라볼 때도 그러했고, 산굼부리의 억새풀을 볼 때도 그러했다.

가슴에 뭉클함을 던져주는...
그 공기를 빨아들여 가슴속 깊은 곳에 담아두고 싶은....
카메라의 한정된 프레임에 가두어 둘 수 없는...

이곳이 나의 제주도다.

그리고, 꼭 하나 더하고 싶은 곳.

코코아 한 잔

우연히 멈추다.

서귀포의 성읍마을을 나와서 2시 방향으로 올라가고 있다. 아침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메이즈 랜드로 향하는 길. 앞에도 백미러로 보이는 뒤에도 다른 차는 보이지 않는다. 긴 도로에 우리 가족 네 명이 전부다. 도로 양 옆으로 서 있는 키 큰 나무들은 세상의 잡소리를 막아주는 듯한 적막하고 고요한 아침. 유난히 엔진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액셀을 밟을 필요가 없다. 그냥 천천히 천천히 거북이 뛰어가듯 주변 경관을 살피며 달린다. 이것 또한 제주도만의 묘미가 아닐까. 빨리빨리 가자고 경적을 누를 필요도 없다. 천천히 차창 밖에서 들어오는 바람맞으며 달린다. 그러다 오른편에 2, 3층은 되어 보이는 건물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길 걷던 나그네가 목이 말라 우물물 한 바가지 떠 마시려 찾는 마을처럼. 호기심이 발동해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가까이 다가간다. 건물 입구 언저리에 카페라고 쓰인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넓은 주차장에 하얀 페인트로 그려진 주차 구역 표시만 있을 뿐. 다른 자동차는 보이지 않는다. 외견상 카페 같은데 왠지 너무 적막했다. 폐업한 건물 같은 분위기. 일단 한 번 들어가 보기로 했다. 한 번쯤은 아무도 찾지 않는 이런 카페가 있다면 와보고 싶었는데, 정말 우연한 끌림으로 이곳에서 멈추었다. 


어떤 곳일까?

건물 1층은 문이 닫혀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 왼쪽 나무 판때기에 하얀색으로 쓴 무인카페 글씨. 우리의 여행 일정에는 없었고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무인카페' 글씨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렜다.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느낌이랄까. 닫힌 문을 열면 어떤 모습으로 되어 있을까? 계단 한 칸 한 칸 오르며 이 넓은 세상에 우리 가족만이 점령한 곳이라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나무 계단을 올라 입구로


이곳에 바리스타는 나.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은 정말로 우리 가족이 점령한 것처럼 아무도 없었다. 넓은 실내 공간에 아무도 없었지만 왠지 따스함이 전해졌다. 깔끔하게 정리된 나무 테이블. 아이들이 뛰어다녀도 누구 하나 나무랄 이 없는 우리들만의 공간. 테이블이 많으니 굳이 좁게 붙어 앉을 필요 없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우리 부부는 부부 대로 각자가 좋아하는 테이블을 골라 앉았다. 무인카페는 말 그대로 커피를 주문받는 아르바이트생도 없고, 계산하느라 줄을 서지 않아도 되고, 빈자리를 찾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문 옆에 있는 기다란 테이블에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주전부리도 준비되어 있다. 커피, 차, 과자, 코코아. 그리고 그 옆으로 싱크대가 있다. 다 먹고 난 뒤에 각자가 알아서 씻어놓고 가는 것이 에티켓. 바리스타가 만들어 주는 고급진 커피가 아니어서 좋다. 내 맘대로 커피포트에 있는 커피를 따라 마실 수 있는, 리필해도 눈치 볼 필요 없는 카페. 카페 하나를 통째로 빌린 부자가 된 느낌. 아이들은 코코아, 우리는 커피.     

아무 데나 앉아도 돼.



제일 좋은 자리에서


2천 원의 행복

2천 원짜리 커피 두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뷰가 가장 좋은 넓은 유리창이 있는 자리에 앉았다. 유리창 밖엔 누구의 밭였는지 모를 밭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슬슬 농작물을 심으려고 땅이 곱게 다져진 상태다. 햇살 받으며 아메리카노 한 모금 홀짝. 모닝커피가 이렇게도 마음 편안하게 해준다는 기분은 처음이다. 카페 주인장이 틀어놨을 은은한 노래와 커피가 어우러지고, 창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에 피로감이 싹 사라지는 마법 같은 장소. 단 돈 2천 원으로 판타지 세상으로 들어가는 티켓을 산 느낌이 들 정도다.    



코코아 홀짝 홀짝


무인카페 '리솔라' 

제주도까지 왔는데 무슨 카페 타령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길 가던 나그네도 쉬어갈 곳이 필요하다. 여행에 지친 피로를 한 템포 릴랙스 시켜줄 곳. 바로 이곳이다.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는 애월의 GD(지드래곤) 카페보다는 천배 만배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봄날' 카페처럼 커피를 마시며 광활한 바다를 즐길 수도 없다. 커피와 같이 즐기는 훌륭한 케이크도 없다. 숨이 딱 머질 듯한 정경도 없다. 이곳에 있는 것은 주차장에 덩그러니 하나 있는 강아지 집, 텅 빈 주차장, 반기는 이 하나 없는 카페. 먹던 컵은 각자가 알아서 설거지해야 하는 곳. 불편함이 있는 곳.


그런데...

바다도 보이지 않는 이곳이 좋다.

수많은 관광객으로 치이지 않는 고즈넉한 곳. 

차를 타고 가다 그냥 지나쳤을 곳. 

이상하게 나를 끌어당겼다.

그냥 카페에 불과한 곳인데.


커피 머신에 컵을 들이밀고 커피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시간. 커피를 가는 기계 소리. 은은하게 퍼지는 커피 향. 이곳에선 그 소리와 향기를 고스란히 나의 귀에 담고 콧속으로 집어넣을 수 있다.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우리 가족 전용 카페를 하나 얻은 느낌. 그 속에서 커피 한 모금 마신다. 제주도의 아침 햇빛을 받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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