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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실었어요.

갸리365일

by gyaree 2017. 8. 2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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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까지 짐을 실었군

2017.8.25 아침 출근 버스 안에서.

오늘 이상한 트럭을 만났다.

트럭은 녹이 슬어 언제 무너지질 모를 정도로 낡았다. 

"아, 저러다 사고 날 텐데..."

최대한 짐을 많이 실으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트럭. 그 아래에 이삿짐센터에서 사용하는 노란색 플라스틱 바구니를 끈으로 묶어 대롱대롱 달고 달린다. 오른쪽 왼쪽으로 4개의 바구니에 신문지가 가득. 한 번에 많이 실어야 받을 수 있는 금액도 더 많겠지. 녹색 그물망으로 덮은 쓰레기 더미. 이미 뒤쪽은 불룩 튀어나와 언제 쏟아져 바닥에 뒹굴지 모를 상태다. 뒤에 따라가는 차는 쓰레기 폭탄을 맞을지도 모른다.

저렇게 바구니를 달 생각을 한 트럭 기사의 크리에티브가 넘쳐난다. 과속방지 턱이 많은 우리나라 도로에서는 분명히 사고가 날 텐데. 그리고 도로 아스팔트가 정비되지 않은 곳이 많아 움푹 페인 곳도 많거늘. 덜컹덜컹 아스팔트 바닥에 다을락 말락 아슬아슬 곡예를 펼치는 장면을 만든다. 



제삼자의 관점에서 보면 분명히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이미 트럭에 실은 쓰레기만 보더라도 적재하중 초과로 보인다. 트럭 꽁무니 잠금 문도 닫을 수 없을 정도의 쓰레기가 쌓여 있다. 불법으로 보이는 양 사이드 철판 가림 구조물조차 옆으로 휘어진 상태. 시커먼 고무 밧줄만이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거기에 부족해 바퀴 앞뒤로 바구니까지 달려있으니. 

그럼 한 번 트럭 기사의 처지에서 생각해보자. 

트럭 기사는 아마도 한 가정의 아버지일 것이다. 새벽부터 재활용 쓰레기를 모으러 이 동네 저 동네를 덜덜거리는 트럭을 끌고 다녔을 것은 자명하다. 점점 불어나는 쓰레기로 철판을 덧대어 만든 양 사이드 지지대는 조금씩 바깥으로 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터. 그래도 좀 더 많은 쓰레기를 싣고자 녹슬어 종이처럼 찢어질 처지에 놓인 트럭 안으로 집어 던진다. 적재량 초과는 늘상 있는 일. 조금이라도 빈틈이 생기지 않게 눌러 눌러 쌓는다. 끝끝내 뒤꽁무니 철문을 열어둔 채 또 쓰레기 더미가 쌓인다. 불룩해진 쓰레기 더미를 녹색 철망으로 모기장을 치듯 덮는다. 그리고 출발. 가다가 동네 어귀에 쌓인 신문지 더미를 발견하고 잠시 멈춘다. 신문지 한 움큼 집어 바퀴 옆 노란색 바구니에 채워 넣는다. 바구니 둘, 바구니 셋, 바구니 넷. 이렇게 노란색 바구니에 신문지가 가득 쌓인다. 덜렁덜렁 위험천만한 네 개의 바구니는 트럭과 같이 달린다.   



쓰레기 수집장까지 멀고 먼 길을 달려야 한다. 기름값을 아끼려면 쌓을 수 있을 때까지 쌓아 한 번에 달려야 한다. 넘치는 쓰레기를 싣고 달리는 트럭을 보니 새벽부터 종이 박스를 산처럼 쌓은 리어카를 끌던 할아버지가 생각난다. 그 할아버지도 돈 몇천 원을 받기 위해 자기 키보다 몇 배는 더 높은 종이를 주워 쌓아 올렸을 것이다. 손녀, 손자, 혹은 아들, 딸을 먹여 살리기 위해 종이박스를 담는다. 트럭 기사가 쓰레기봉투를 쌓듯이. 언젠가 굵은 비 내리던 날 아침. 도로 한가운데에 세워진 리어카가 눈에 들어왔다. 리어카의 높이보다 네 배는 더 높은 곳까지 비에 젖은 종이박스가 쌓여 있었다. 주인은 어디 갔는지 없고 덩그러니 리어카만 홀로 서 있었다. 할아버지는 산더미 같은 리어카를 끌다 끌다 힘이 들어 장대비 쏟아지는 그곳에 남겨 둘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날은 유독 많은 종이박스를 모았건만.... 이리도 매정하게 장대비가 쏟아졌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쓰레기를 모으는 트럭 기사와 리어카 할아버지는 비슷할지 모르나, 타인에게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에서는 전혀 다르다. 위험을 무릅쓰고....? 달리는 트럭!? 그런데, 그 위험은 고스란히 옆에, 뒤에, 달리는 다른 차들의 몫이다. 리어카에 아무리 많은 짐을 쌓아도 느릿느릿 굴러가는 할아버지의 힘은 타인에게 위협적이지 않다. 그러나 바퀴 옆에까지 바구니를 달아 빨리 달리는 트럭은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사고가 나지 않는다면 다행이지만, 바구니라도 떨어지거나, 쓰레기가 굴러떨어진다면 2차, 3차 사고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쓰레기를 모아 돈을 만드는 일은 리어카나 트럭이나 같지만, 트럭 기사 아저씨의 욕심을 조금 줄이고 안전을 택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삿짐센터의 노란색 바구니가 매달린 위태위태한 트럭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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