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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 [김진명] 아쉬움!

책소개/소설

by gyaree 2017. 10. 1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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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 [김진명]

김진명 예언통일?

고구려 6권이 출간되고 뒤이어 나온 '예언'. 그동안 이 작가의 책을 재밌게 읽은 터라 기대했다. 고구려도 출간되는 간격이 길어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기에 힘들었지만 6권의 출간은 너무 기뻤다. 고구려의 역사를 이 만큼이나 보여준 작가가 있을까 싶어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다. 고구려 7권을 기대하며 기다렸지만, 갑자기 나온 '예언'. 그래도 김진명이니까 다른 책보다 먼저 손이 갔다.

이 작가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아주 쉽게 읽힌다는 것. 어려운 말을 섞어가며 복잡하게 쓰지 않고, 쉽고 간결하게 쓴다. 어휘력이 딸린 나에게도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글자전쟁'에서 한자의 한 글자로 저런 상상력을 발휘해서 썼을까 할 정도로 놀라운 상상력에 감탄하며 읽었다. 작가의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읽는 독자에게 궁금증을 유발하게 한다.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 다음 장, 다음 장을 넘기게 된다.

1983년 대한항공 KAL 007 여객기 폭파 사건을 다룬 이야기. 책 뒤 커버에 적힌 문구는 이 책을 읽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됐다. 폭파 미스터리, 미국 감옥에서 만난 의문의 사나이, 뉴욕, 모스크바, 베를린, 평양으로 이어지는 문장과 단어에 유혹당했다. 사실을 기반으로 써 나가는 작가의 스타일이라 소련이 자행한 폭파 사건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제일 먼저 궁금했다.

불우한 환경의 어린 시절. 고아원에서 자란 주인공과 여동생. 하나뿐인 여동생을 미국으로 입양 보내야 하는 진부한 설정에서 약간 실망했다. 고아원에서 해외 입양으로 동생이나 형, 누나와 헤어지는 상황은 이미 낡은 소재가 된 지 오래다. 여동생은 미국으로 떠난다. 언젠가는 헤어진 동생을 만나기 위해 영어 공부를 하려고 고아원에 있던 영어책 한 권을 들고 그곳을 나온 주인공 지민. 사랑하는 여동생을 떠나보낸 심정은 이해하지만, 어린 나이에 저런 행동이 가능할까 고개가 갸우뚱한다. 

여동생과 헤어진 후 14년이 흐르고 장소는 김포공항으로 바뀐다. 좋은 양부모에게서 자란 여동생은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오빠를 만나려고 KAL 007기 탑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 눈이 빠지게 여동생이 나오기만 기다리는 지민. 결국 여동생과 영영 만나지 못한다. 소련 영공으로 들어간 여객기는 그곳에서 폭파당한다. 여동생의 죽음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주인공. 무고하게 죽은 희생자들의 진실을 밝혀야 하지만 정부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통령 '전두환'을 칭송하는 방송만 내보낼 뿐. 여동생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민국에 울분을 토하는 주인공의 심정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심정은 아마도 작가의 심정과도 일치한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 마음속에 쌓인 감정이 지민의 입을 통해 전해진다. (페이지 118)

비행기 폭파범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을 떠나 미국으로 간다. 그곳에서 소련 태생 소피아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로 인해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감옥에서 만난 한국인 '문'이라는 인물은 미국 대통령과 전략적 협력자였던 종교단체의 지도자다. 아마도 통일교 교주 문선명 씨가 모델이라는 예상을 해본다. 정치 싸움에 휘말려 감옥에 갇히게 된 '문'이 주인공의 복수에 길을 열어준다. 복수를 하기 위해 우여곡절 끝에 소련까지 가는 것은 이야기 흐름상 어쩔 수 없다 쳐도 결말 부분에 평양까지 장소가 바뀌는 것, 김일성을 만나 벌어지는 구조는 대한항공 KAL 007 여객기 폭파 사건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 여객기 폭파의 미스터리 사건을 어떻게 흥미롭게 끌고 나갈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은 무너졌다. 더욱 참을 수 없는 것은 마지막 남북통일은 언제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에 '문'의 대답은 2025년. 공산주의의 붕괴를 다룬 소설인지, KAL기 폭파의 진실을 파해친 이야기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고구려 7권 작업이 되지 않아 그 사이에 쉬어가는 타임으로 쓴 것이 '예언'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작가의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은 느낌. 지금까지 내가 읽은 김진명 작가의 책 중 가장 기대 이하의 작품이지 않을까.    


       

페이지 118 / 분노

"전두환 이 개새끼야! 힘없고 불쌍한 국민들은 잘 죽이더니 대통령이란 새끼가 우리 국민 수백 명을 죽인 소련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못해! 네가 그러고도 대통령이야. 이 새끼야!"

"광주에서 착하고 약한 국민들은 그렇게 많이 처죽이고 로스케 놈들한테는 한마디도 못하고 이런 게 대통령이라니! 이런 게 나라냐? 이 씨팔놈아!"

이 소설에서 가장 시원한 장면이다. 대한항공 007기의 의문에 싸인 폭파. 거기에 탑승한 여동생의 죽음에 울분을 삭이지 못한 주인공 지민. 그의 입을 통해 역사에서 용서받지 못할 죄를 저지른 대통령을 향해 쏟아내는 거친 표현. 법이 용서했을지 모르나 국민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음을 작가는 지민의 입을 빌려 표현한다. 지민이 욕을 싸지르는 문장은 정말 시원하고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벌어진 참사. 전두환의 지시로 무고한 광주 시민들이 군의 총탄에 맞아 죽었던 사건이다. 그 시대를 살지 않아 어렴풋이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한 페이지만 읽어봐도 그때의 참상을 찾아보게 하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페이지 131 / 미스터 켄싱턴

"국가란 엄현한 현실이야. 아마 소련 놈들도 대한항공 007이 미국 민항기였으면 격추시키지 못했겠지."

"개자식들!"

누구를 향한 건지 모를 욕설이 지민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국제관계의 진리는 오로지 힘이야. 레이더니 전투기니 미사일이니 하는 차디찬 하드웨어에도 눈과 귀와 뇌가 있어. 언제나 상대에 맞춰 행동하지."

소련 연방에 들어간 대한항공 K007 민항기. 그들의 외무성 조칙에 포함되는 23개국에 들어있지 않은 대한민국.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하찮은 변방의 조그만 나라에 불과하다. 자국을 침범한 민항기를 폭파하는 소련. 미국에 들어간 지민은 여동생 지현의 양부 켄싱턴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국제관계는 힘이라는 말. 아무리 많은 무기를 가지고 있어도 상대에 맞춰 행동한다는 켄싱턴의 대사는 지구상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느끼게 한다. 그 비행기가 만약에 미국이나 일본, 중국, 영국 등등 여타 유럽의 강대국의 민항기였다면 쉽사리 폭파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 씁씁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1983년. 과연 2017년 대한민국의 지금은 어떨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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