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 밤길, 달은 말했다. 걷는 아저씨, 29일
양재천 밤길, 달은 말했다. "무섭지 않다고. 무섭지 않으니까 걸어도 돼. 밤에 이곳으로 나와보라고. 내가 너의 가는 길을 밝게 해 줄게." 달은 그렇게 속삭였다. 양재천의 저녁. 아니, 밤. 양재천에 인구 밀집도가 갑자기 상승했다면, 그것은 저녁이 왔다는 뜻이다. 기온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양재천 산책로는 더더욱 그렇다. 낮에는 나무 그림자, 저녁은 그 위에 사람들의 그림자가 포개진다. 거칠고 밋밋했던 아스팔트 바닥이 캔버스에 그려놓은 그림처럼 그림자로 뒤덮이고 한낮에 태양열로 충전된 가로등은 해가 떨어진 저녁에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텅텅 비어 있던 아침의 산책로는 가로등이 켜지면서 사람들의 그림자를 아로새기며 한 폭의 그림판으로 바뀐다. 그리하여 양재천의 밤은 아침보다 낮보다 화려하다. 사람들은..
일상/하루하루
2019. 6. 12. 1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