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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책보고

글쓰기/자유롭게 마구 쓰기

by gyaree 2019. 4. 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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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빠는 패한다.

예전 암웨이가 있던 자리에 서울시에서 좋은 공간을 마련했다. 항상 지하철을 타고 가다 눈에 걸렸던 장소. 나와는 인연이 없었던 공간. 어느새 시간도 훌쩍 흘렀다. 가지 않던 길에 내 발길을 돌리게 한다. 이렇게 새로운 인연은 시작하나 보다. 지하철 차창으로 보이는 한강. 잠실역을 빠져나와 지상으로 올라온 지하철에서 얼마 안 가 오른쪽에 보이던 암웨이 창고.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그곳에 새롭게 문을 연 중고 서점. 물건을 팔던 곳이 변했다. 오랜 시간, 이 지구상에서 싹터 지나온 문학과 지식을 파는 곳으로 변모했다. 이런 변화는 반갑다.

 

 


서울 책보고 

주말에 시간이 나면 되도록 아이들과 서점에 가려고 한다. 책과 친해지게 만들고 싶은 아빠의 마음이랄까. 나 자신부터 책을 많이 읽어야 아이들도 따라 할 텐데. 정작 나 자신은 그렇지만도 않다. 아이들이 책을 좋아했으면 하는 바람. 잘못된 부모의 욕심으로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책과 가까운 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하다. 과연 아이들도 그렇게 느낄까? 

 

아들놈은 책방만 오면 만화책만 읽는다. 초집중을 하면서 말이다. 산만하고 집중력 떨어지는 생활 태도에 매일매일 혼나면서도 만화책만 집으면 없던 집중력이 갑자기 들러붙는다. 부모가 바라는 책은 아예 만져볼 생각을 않는다.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세계 문학 전집이라든가 유명한 책을 읽으라는 잔소리는 귓등으로 듣지도 않으니. 울화통이 터져 나온다. 여기서부터 부모가 바라는 독서와 아이가 원하는 독서의 거리가 생긴다. 부모의 일방적인 강요로 책 읽기를 소망해보지만, 매번 결과는 똑같다. 

 

아빠가 내미는 소설책이나 권장 도서가 만화책을 이기지 못한다. 백전백패. 이 싸움에서는 아빠가 아들을 이기지 못한다. 그래도 어떤가. 만화책도 책이니 그거라도 열심히 집중해서 읽는 모습에 작으나마 위안으로 삼는다. 부모 몰래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닌데, 활자만 봤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아들에겐 활자에 그림이 있어야 하니까. 오늘도 아빠는 패한다.

 

 


요즘 읽고 있는 책.

최옥정[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에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가의 각오]에 대해서 쓴 구절이 나온다. 소설을 쓰기 위해 산으로 들어갔다는 소설가. 오로지 글을 쓰는 데만 온 정신을 쏟아낸다는 사람. 소설가는 항상 글을 쓰는 작업에서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집념으로 세상과는 벽을 두고 글만 쓴다는 작가. 

 

오늘 이곳 [서울 책보고]에서 귀한 책을 얻었다. 그것도 무려 천 원이라는 지폐 한 장으로. 원래는 네 권을 찾았지만 아쉽게도 한 권만 손에 넣었다. 자신이 원하는 책을 그것도 저렴한 가격으로 얻었을 때, 그 희열은 상당하다. 강가에서 빛나는 돌을 하나 주웠더니 그것이 바로 다이아몬드라면. 바로 그 느낌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역시 부모 마음은 똑같다. 아이를 데리고 찾아온 엄마 아빠의 모습. 자식에게 지식을 넣어주고 싶은 부모 마음. 서점에서 아이들은 책을 읽기도 하지만 뛰어놀기도 한다. 이게 아이들의 참모습이지 않을까. 서점에서 책만 읽는다면 어른과 다를 바 없으므로. 

 


이곳에는

서울 책보고는 중고 서점을 한데 모아놓았다. 영세한 중고 서점들이 하나의 공간에 자리 잡아 정말로 오래되고 희귀한 책들도 눈에 띈다. 알라딘이나 예스24 중고 서점에서는 팔지 않는 책을 쉽게 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곳이 일반 서점과 다른 점은 책의 진열 방식이다. 중고 서점별로 서고가 정리되어 있어 내가 찾는 책이 다른 서고에도 있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똑같은 책을 조금 더 저렴하게 구매하려면 보물찾기와 같다. 꼭꼭 숨은 술래를 찾듯이 어딘가에 숨어 있는 책을 찾아야 하는 수고가 따른다. 책을 찾으려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빨리빨리 해야 하는 세상에 이곳 만큼은 시간을 더디게 가게 한다. 도서관처럼 책에 넘버링을 해서 진열하지 않고 중고 서점별로 배치한 뒤 순서 없이 진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울 책보고 사이트에서 검색을 제공하지만, 자신이 찾는 책을 발견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제일 아래 바닥부터 천장 꼭대기까지 고개를 쳐들고 샅샅이 살펴야 한다. 이렇게 목을 쳐들고 다니다 보면 나처럼 체력이 약한 사람은 무릎도 쑤시고 금세 어지럼증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그래도 두루두루 살핀 덕에 내가 원하던 책을 단돈 천 원에 구매했으므로 이 정도 번거로움은 충분히 견딜 만하다. 조금 더 다양한 책과 고객에게 편리한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사람들의 발길은 더 많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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