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빵이 찾는다

나는 월급쟁이

출처 - https://kor.pngtree.com/freepng/vector-bird-cage-and-birds_736864.html

출근해서 의자에 앉았다. 책상 위에서 충전 중인 핸드폰이 떨린다. 요즘 들어 아니 요즘이라고 말하면 안 돼갔구나!(살짝 김정은 말투로) 좀처럼 내게 전화하지 않는 이름이 떠 있다. 전화를 받으니 이 부장의 목소리다. 대빵이 회의실로 오라는 메시지다. 위에서 찾기라도 하면 가슴이 덜컥거린다.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벌어졌을까? 회사 대빵이 찾는다는 건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뜻인데. 8층 회의실로 갔더니 이 부장과 대빵이 앉아있다. 대빵의 얼굴을 보니 나쁜 일은 아닌 듯하다. 순간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일단 다행이다. 별일 아닌 것 같아서.

얘기인즉슨 앞으로 일이 더 늘어나니 새 건물에 추가 장비를 세팅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는 대빵. 동그랗게 위로 말린 입꼬리와 선한 눈빛에서 즐겁다는 뜻이 바로 내비친다. 내년 9월부터 장편 애니메이션 작업이 들어가고 TV시리즈도 같이 맞물려서 들어간다고 한다. 최근 2년간 일이 없어서 걱정 아닌 걱정을 했던 차에 잘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물며 직원도 이런 감정이 드는데 오너의 마음은 어떨까. 하지만 이제는 솔직히 짜증이 밀려온다. 

일의 가치와 보수는 일치하지 않는다고 이사카 고타로의 [남은 날은 전부 휴가]에서 깡패 미조구치는 말했다. 

회사가 일이 늘어나 발전하는 것은 의당 반길만한 일이다. 일이 없어서 문 닫는 회사가 부지기수라는 것을 생각하면 불평할 건더기도 못 된다. 무조건 쌍수를 들고 반길 일이지만, 이제는 힘이 빠진다. 앞으로 일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대빵의 말이 꼭 반갑지만은 않다. 왜 그럴까? 열과 성의를 다해도 돌아오는 건 모두가 평등하다. 직원들과 싸워가며 온갖 스트레스 다 받으며 버텨온 나날들. 오로지 회사 작업이 잘 돌아가기만을 바라며 회사를 위해 헌신한다고 하지만 그 노고를 알아주는 이는 없다. 이제는 열정을 쏟아내기가 두렵다. 나의 혼만 빨리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이런 모습이 월급쟁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그대로 빠져나가는 혼을 잡아둘 수가 없다. 월급쟁이에게 산산이 흩어지는 혼들을 제자리 돌려놓는 것은 그나마 월급뿐. 쥐꼬리라고도 할 수 없는 월급은 다 날아가고 한 달에 10일을 못 채우고 남은 20일의 밤낮은 빚으로 매운다. 

잘하거나 못하거나 열심히 하거나 땡땡이치거나 모두가 공평한 곳. 문을 열어주어도 밖으로 날아가지 않는 철장에 갇힌 새처럼 모두가 공평한 이 새장 안이 익숙해진 것인가. 죽지 않을 만큼 먹이를 받아먹으며 삶이 이어진다. 날아갈 곳 없는 이제는 날개 힘도 떨어진 초라한 새 한 마리.

그래도 대빵의 말에 다시 열심히 열심히 속으로 외친다. 

나는 월급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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