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정류장 사람들은 더 많다
출근길 회사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여직원과 단 둘이 마주쳤다.
"뭐 타고 오세요?"
"버스."
"안 막히세요?"
"안 막히는데."
"아우우 좋겠다. 저는 너무 막혀요. 이렇게 비 오는 날은 더요."
어떻게 길이 막히지 않느냐며 부럽다는 듯한 여직원의 말투. 막힌 도로에 오래 서 있다 보니 이미 몸과 정신은 아침부터 너덜너덜한 상태로 양어깨가 축 늘어져 있다.
"내가 오는 길은 다행히도 출퇴근 반대 방향이라서 길이 전혀 안 막혀. 심지어 버스가 택시 같다니까. 버스에 손님이 없어. 게다가 버스 노선이 부자 동네를 가로질러 가니까 정류장에 사람들이 거의 없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아. "
"정말요? 너무너무 좋겠어요. 부러워요! 저는 늦지 않으려고 택시를 탈 때도 있거든요."
시계를 보니 이미 출근 시간이 넘어버렸다. 아침부터 비가 내려 버스가 한 참 안 오더니 오늘은 지각이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야 비로소 내가 조금은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결같은 똑같은 일상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그냥 반복되는 따분한 일이니까. '행복할 게 뭐가 있어. 다 똑같은 일상인데'라고. 나에게 주어지는 행복이 행복인 줄 모르며 고마워하지도 않고 지나쳤다. 아마도 여직원의 그 한 마디가 아니었다면 출근길의 소소한 '행복'을 모른 채로 살아가지 않았을까.
아침 막히는 도로, 비까지 쏟아지는 우중중한 하늘, 앉아서 오는 행운도 로또 당첨만큼이나 힘든 만원 버스, 옆 사람의 접지 않은 우산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물을 피할 수도 없는 좁은 공간. 어떤 이는 그 버스 안에서 짜증이 확 밀려온다. 한편 어떤 이는 다행히 막히지 않는 도로 위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 '행복'을 느낀다.
같은 날, 회사로 오는 서로 다른 길. 행복을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다.
행복할 것이 많이 없는 세상에서 이렇게라도 행복을 주는 일상이라서 고맙다.
버스가 택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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