빤스에 런닝만 입어도 더워!

아! 덥다. 더워! 더워! 7월 초에 이렇게 벌써 더워!

집에서 빤스와 런닝만 입어도 이마에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덥다. 

아침 출근 준비는 청바지와 셔츠나 티를 입으면 끝이다. 런닝 위로 셔츠 하나 입었을 뿐인데 셔츠 안의 런닝은 이미 땀으로 찐득찐득하다. 바깥으로 나서기 전에 벌써 내 몸에서 땀내가 나는 느낌이다. 이 상태로 딸내미 손을 잡고 정류장까지 가면 내 등짝은 짤순이에 집어넣고 돌려야 할 상태가 된다. 

정류장의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이상하게 나의 이마와 등에서만 찐득한 물이 흐르고 있다. 분명히 더운 날씨인데 나만 유독 젖어있는 기분이 든다. 간혹 휴대용 선풍기로 얼굴 앞에서 분사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큰 얼굴을 커버하지는 못해 자연스레 손에 들린 선풍기는 자동 회전으로 바뀐다. 아마도 팔에서 더 많은 땀이 떨어지질 지도…

기다리는 버스는 안 오고 아침부터 땡볕에 서 있자니 귀밑으로 한 줄기, 목 뒤로 작은 몇 개의 하천이 흐르고, 런닝셔츠 안의 등엔 이미 하천이 범람해 뚝을 넘을 듯한 기세다. 손을 등 뒤로 가져가 살짝 셔츠를 당겼다 놓으면 아주 짧은 한순간 시원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땀으로 달라붙었던 런닝을 이렇게 몇 번 잡았다 놓기를 반복하며 버스가 빨리 오기를 바랄 뿐. 

이렇게 더운 날씨에 버스에 올라탄 승객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유리창 위에 달라붙어있는 에어컨 구멍의 방향을 바꾸던지 바람이 더 많이 나오게 구멍을 전부 열어재낀다. 몇몇은 그 바람이 실어서 꼭 잠그는 사람도 있고, 그 바람구멍 때문에 약간의 실갱이를 벌이는 사람들도 보인다. 나도 찝찝한 바람이 실어서 에어컨 구멍을 막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오늘 같은 더운 날씨엔 구멍을 다 오픈하는 대신 나에게 직방으로 바람이 떨어지게 하지 않고 창가 쪽으로 돌려 유리창에 맞고 쿠션으로 돌아오는 바람을 쐰다. 제대로 청소하지 않아 더럽고 냄새나는 찝찝한 에어컨 바람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내 등에 쫙 달라붙은 런닝을 떼어 줄 유일한 장치다. 그 조그마한 구멍으로 뒷목덜미를 가져간다. 약간은 어정쩡한 자세가 되지만 차가운 바람이 젖은 부분에 닿았을 때가 제일 시원한 타이밍이다. 그 짧은 몇 초의 짜릿함은 에어컨 바람을 계속 쐬는 것 이상의 효과를 준다. 계속 그 작은 구멍에 의지한 체 땀을 식혀본다. 그래도 런닝의 축축함은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도 없어지지 않아 땀 냄새가 나지 않을까? 옆 사람의 시선이 걱정되는 아침. 다행히 나에게 따가운 눈총을 주는 사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