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에게 [정호승]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운동장가 벚나무 가지 끝에 무언가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지지 않는 나뭇잎인가 했는데, 책을 보다 궁금해서 다시 보니 움직인다. 새다. 새가 나뭇잎처럼 웅크리고 있었던 것이다. 외로움의 끝, 그 절정에서 잠깐 움직인 것이다. 산그늘이 강을 건넌다. 외롭다. 나도 강가를 지나 집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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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3. 15. 15: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