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아저씨, 12일
이곳에서 나는 객이다. 겨울엔 하늘에서 차가운 하얀 눈이 내리고 사월에는 벚나무에서 하얀 꽃눈이 하늘하늘 날린다. 겨울 눈이 가슴 설렌다면 봄의 눈은 마음이 풍요롭다. 그런데 이 사월에는 짜증스러운 눈발도 있다. 땅에서 하늘로 밀어 올리는 하얀 눈발. 섀도복싱을 하듯 얼굴을 요리조리 움직이며 걸어간다. 혹시라도 눈에 들어갈까. 반갑지 않은 사월 끄트머리의 눈발. 멀쩡하던 코는 투명한 액체를 흘리고 입은 입대로 터져 나오는 재채기를 막지 못해 힘겹다. 에취! 에취! 에취! 온몸이 비틀릴 만큼 재채기는 쏟아진다. 간질간질한 눈은 긁어달라고 아우성. 눈과 코와 입이 괴로운 계절에 그 한가운데를 걷고 있다. 민들레 씨 2003년 독일 레겐스부르크 대학교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민들레 씨의 99.5%는 모체에서 ..
일상/하루하루
2019. 5. 10.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