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아저씨, 11일
걷기는 과거의 문을 연다. 평소와 다르게 이번엔 반대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길을 골랐다. 집에서 내려와 왼쪽으로 갈 것이냐 오른쪽으로 갈 것이냐를 놓고 잠시 주춤. 회사로 가려면 왼쪽. 일요일인 오늘은 굳이 몸을 왼쪽으로 틀어야 할 명분이 없다. 살아내려고 지겹도록 한 방향으로만 돌렸던 몸. 삶에서 필요한 걸 얻기 위해 무던히도 한 방향으로만 몸을 움직였다. 비탈길을 걷듯이 항상 한쪽으로 쏠려 있었다. 이것이 순리대로 사는 인생이었을지는 모르겠다. 아침에는 잠에서 깨어나야 하고.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고. 아침 끼니를 챙겨 먹고. 손목시계를 왼쪽 손목에 차고. 지갑을 왼쪽 안쪽 주머니에 넣고. 현관문을 나선다. 발은 정류장으로 향하고 내가 탈 버스 번호가 언제쯤 보일지 먼 곳을 쳐다본다. 기다리는 버..
일상/하루하루
2019. 5. 9. 1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