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삶이 길다고 해도 사랑할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지나고 보면 사랑은 느슨하게 풀어져 있었지만, 우리의 번민과 자존심과 열등감이 사랑을 활짝 피게 하지 못했습니다. 사랑의 꽃봉오리를 피우지 못했던 것입니다. 씁쓸하게 후회하지만, 후회한다고 사랑이 다시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영원히 사랑이 끝나버린 것은 아닙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또다른 사랑이, 고양이처럼 살그머니 내 주위에 다가와 나를 응시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것을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이겠지요.
- 그대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