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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스미노 요루]

책소개/소설

by gyaree 2018. 4. 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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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스미노 요루]


벚꽃 휘날리는 4월에 더없이 좋은 이야기

석촌호수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날, 우연히도 이 책을 읽고 있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사쿠라(우리말로 벚꽃)는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라고 말하는 클래스메이트에게 다음처럼 말한다.


우리는 단지 그날 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것뿐이니까. 그 말에 그녀는 나를 꾸짖었다. "아니, 우연이 아니야. 우리는 모두 스스로 선택해서 여기까지 온 거야. 너와 내가 같은 반인 것도, 그날 병원에 있었던 것도, 우연이 아니야. 그렇다고 운명 같은 것도 아니야. 네가 여태껏 해온 선택과 내가 여태껏 해온 선택이 우리를 만나게 했어. 우리는 각자 자신의 의지에 따라 만난 거야."

  

맞다. 벚꽃이 피던 날 내가 이 책을 우연히 읽은 게 아니라는 것. 그녀의 말대로라면 나도 벚꽃이 보고 싶어 벚꽃을 보러 가는 것을 스스로 선택했고, 제목에 끌려 우연히 읽게 되었지만, 나의 의지에 따라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선택한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살면서 '우연히'라는 말을 자주 쓰기도 하고 듣기도 한다. 그런데 가만히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책의 여주인공 사쿠라의 말에 조금은 창피한 감정이 든다. 이제 고교생인 여자아이의 말에서 무언가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이. 하여튼 내가 이 책을 벚꽃이 피던 날 읽은 것이 '우연'이라는 단어로 치부하기엔 아깝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이 책은 묘한 마력을 가지고 있다. 페이지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읽는 느낌이 마치 애니메이션에서 그림 한 장 한 장 넘겨보며 체킹 하는 플립 북을 넘겨보는 기분이 들었다. 분명히 소설책인데, 극장에 앉아서 애니메이션을 관람하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어린 남녀의 이야기가 살아 움직였다. 오래간만에 졸지 않고 끝까지 읽었다. 어쩌면 나와 같은 아저씨 세대 인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열일곱 살 아이들의 로맨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청소년의 풋풋한 사랑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이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 내내 일명 '클래스메이트'라 불리는 남자 주인공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그의 이름은 오직 사쿠라의 입에서 클래스메이트라고만 불린다. 그 또한 여자 주인공 사쿠라를 '사쿠라'라고 부르지 않고 그냥 '너'라고 호칭한다. 보통 일본에서 학교 친구들끼리는 이름에 '짱'을 붙여 부르며 친근함을 표시하기도 하지만, 그녀를 부르는 호칭에서부터 그의 성격을 조금은 알 수 있다. 비가 오는 날이 싫지 않고 비가 가진 폐쇄감이 자신의 내면과 잘 어울리는 날이 많다는 클래스메이트. 이에 반해 사쿠라는 정반대의 성격이다. 타인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며 학교에서도 인기가 많고 발랄한 성격이다. 작가는 인물의 내면 묘사를 통해 이 소설이 단순히 고교생의 로맨스를 다룬 애정물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다. 클래스메이트를 사회성이 결여된 성격의 소유자로 설정함으로써 정반대 성격의 여자 친구로 인해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그린다. 이야기 속에서 클래스메이트 즉 남자 주인공 내면의 묘사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한다. 사회와는 담을 쌓은 듯한 인물. 어찌 보면 개인주의일 수도 있겠지만 왠지 그의 모습이 안돼 보인다. 예를 들어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이상 자신을 싫어하든 좋아하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그래서 타인과의 관계는 처음부터 포기한 채 살아왔다든가. 가족 이외의 모든 인간관계를 머릿속 상상으로만 완결시키는 인물이다. 타인과 관계 맺는 걸 싫어하는 인물. 당연히 여자 친구를 한 번도 사귀어본 적 없는 인물. 클래스메이트가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 흥미로웠다. 



이 소설의 한 문장 에센스

단연코 제목인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고 말하고 싶지만 나는 다음 문장을 소개하고 싶다.


"그녀를 만난 그날, 내 인간성도 일상도 삶과 죽음에 대한 가치관도 변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었다."


소설에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두 사람의 사랑이 교집합을 이루는 순간이다. "나는 실은 네가 되고 싶었어." 그래서 "너의 발뒤꿈치라도 따라가고 싶었어."라고 말하며 우리의 관계는 이런 흔해빠진 단어로는 모자란다는, 끝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고 말한다. 작게 보면 사랑한다는 의미를 그렇게 표현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 문장에서 두 청춘의 풋풋한 사랑이 느껴진다면 위에서 말한 문장은 이 책이 정말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나와는 다른 인간을 만남으로써 또는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음으로써 자신의 인간성도 일상도 삶과 죽음에 대한 가치관도 변할 수 있다는 것. 제대로 된 인간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던 것 같다.


끝으로 인간이 살아간다는 의미,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남자 친구인 클래스메이트가 아닌, 바로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그녀는 크게 숨을 들이쉬다가 먼지 때문에 잠시 콜록거리고 나서 의기양양하게 설명에 들어갔다. 나는 그녀 쪽을 쳐다보지 않았다.

"어제 텔레비전에서 봤거든. 옛 사람들은 어딘가 안 좋은 곳이 있으면 다른 동물의 그 부분을 먹었대."

"근데 그게 뭐?"

"간이 안 좋으면 간을 먹고, 위가 안 좋으면 위를 먹고, 그러면 병이 낫는다고 믿었다는 거야. 그래서 나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혹시 그 너라는 게 나?"

"너 말고 또 누구 있어?"








문득 마음속에 떠오른 것을 그대로 메시지에 쓸까 하다가 관뒀다. 그것을 그녀에게 말하는 것은 아무래도 약이 오른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도 오늘 꽤 즐거웠다....

마음 깊은 곳에 밀어 넣은 그 말을 메시지에서는 '내일 보자'라는 말로 바꿔서 보냈다.



"죽음을 마주하면서 좋았던 점이라면 매일매일 살아있다고 실감하면서 살게 된 거야."

"어떤 훌륭한 위인의 말보다 가슴에 스민다."

"그렇지? 아, 다른 사람들도 머지않아 다 죽는다면 좋을 텐데."

혀를 쏙 내미는 그녀, 농담처럼 말할 생각이었겠지만 나는 진심이라고 받아들였다. 말은 때때로 발신하는 쪽이 아니라 수신하는 쪽의 감수성에 그 의미의 모든 것이 내맡겨진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 마지막 아슬아슬한 순간까지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하자고 이미 결심했어." (중략)

사이좋은 클래스메이트, 너 말고는 아무한테도 말 안 했어. 너는 분명 나한테 진실과 일상을 부여해줄 단 한 사람일 거야. 의사 선생님은 내게 진실밖에는 주지 않아. 가족은 내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과잉반응하면서 일상을 보상해주는 데 필사적이지. 아마 친구들도 사실을 알고 나면 그렇게 될 거야.




클라스메이트의 성격

그녀가 없어진다면 다시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어느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않고 소설의 세계에 파묻혀 살아간다. 그런 나날로 돌아간다. 결코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녀가 그걸 이해해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야마우치 사쿠라의 가방 안을 처음 본 날

배낭 안에는 여러 개의 주사기, 처음 보는 많은 양의 알약, 사용법을 알 수 없는 검사기기 등이 들어 있었다. 사고력이 딱 멈춰버리려는 것을 겨우겨우 버텼다. 알고 있었다, 이게 현실이다. 그녀가 의학의 힘으로 가까스로 존재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 막상 눈앞에 마주하고 보니 마음속에 말할 수 없는 공포감이 쏟아졌다. 억눌러둔 두려움이 그 즉시 얼굴을 내밀었다.





진실 게임의 마지막 질문

한 호흡, 큼직한 공기의 흐름이 들려온 뒤에 그녀가 오늘 밤의 마지막 질문을 했다.

"내가....."

"......"

"내가, 죽는 게 정말 너무 무섭다고 말하면, 어떻게 할 거야?"

나는 대답하지 않고 뒤돌아보았다.




다시 일상으로 

저녁식사 때 어머니가 깨워줘서 야키소바를 먹으며 텔레비전을 봤다. 곧잘 '집에 돌아올 때까지가 소풍'이라고 말하지만, 집에 돌아와 '평소의 식사를 할 때까지가 소풍'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클라스메이트의 성격

비 오는 날이 싫지는 않았다. 비가 가진 폐쇄감이 내 마음에 잘 어울리는 날들이 많아서 비에 대해 부정적인 마음은 없었다.





처음 야마우치 사쿠라의 방에 갔던 날

처음으로 초대받은 여학생의 방은, 컸다. 어떤 것이? 모든 것이. 방 자체도 그렇고 텔레비전, 침대, 책장, 컴퓨터까지. 부럽다, 라고 한순간 생각했지만 이 모든 것이 그녀 부모님의 슬픔에 비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동경은 한순간에 안개처럼 흩어졌다. 오히려 공허함이 실내에 가득한 것 같았다.






말을 잃고 표정도 잃은 그녀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것을 본 순간, 애초에 어디서 나왔는지도 알 수 없었던 분노가 처음부터 아예 없었던 것처럼 스르륵 녹아내렸다.





싸움

인생에서 아마도 맨 처음의 경험이 될, 이른바 싸움. 감정이 서로 맞부딪치는 가운데 이성적으로 생각할 부분을 잃어버렸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사과

우리는 단지 그날 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것뿐이니까. 그 말에 그녀는 나를 꾸짖었다.

"아니, 우연이 아냐. 우리는 모두 스스로 선택해서 여기까지 온 거야. 너와 내가 같은 반인 것도, 그날 병원에 있었던 것도, 우연이 아니야. 그렇다고 운명 같은 것도 아니야. 네가 여태껏 해온 선택과 내가 여태껏 해온 선택이 우리를 만나게 했어. 우리는 각자 자신의 의지에 따라 만난 거야."





클래스메이트의 성격

그녀는 타인과 함께 어울리며 살아온 인간이다. 표정이나 인간성이 그것을 말해준다. 그에 반해 나는 가족 이외의 모든 인간관계를 머릿속의 상상으로만 완결시켜왔다. 사람들이 나를 좋아한다는 것도 나를 싫어한다는 것도 모두 나만의 상상이고, 내게 위해를 끼치지만 않는다면 나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타인과의 관계는 처음부터 포기한 채 살아왔다. 그녀와는 정반대로, 주위의 어느 누구에게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사람이다.




그녀로 인해 조금씩 변해가는 클래스메이트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워서 나는 웃어버렸다. 나는 제삼자의 눈으로 타인을 향해 순순히 웃어주는 나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느 틈에 이런 인간이 되었나 하고 의아했고, 한편으로 감탄했다. 나를 그렇게 만든 것은 틀림없이 눈앞의 그녀였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꽤 많이 변해버렸다.




벚꽃이 왜 봄에 피는지 알아?

실은 벚꽃은 꽃이 떨어지고 그 석 달쯤 뒤에 다음 꽃의 싹이 생겨나. 하지만 그 싹은 일단 잠드는 거야, 날씨가 다시 따뜻해지기를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피어나려고. 즉 벚꽃은 자신이 피어나야 할 때를 지그시 기다린다는 거야. 어때, 멋있지?





너에게 산다는 것은, 뭐야?

누군가를 인정한다, 누군가를 좋아한다, 누군가를 싫어한다,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즐겁다,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짜증난다, 누군가와 손을 잡는다, 누군가를 껴안는다, 누군가와 스쳐 지나간다.... 그게 산다는 거야. 나 혼자서는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없어.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누군가는 싫어하는 나, 누군가와 함께하면 즐거운데 누군가와 함께하면 짜증난다고 생각하는 나, 그런 사람들과 나의 관계가,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산다는 것이라고 생각해. 내 마음이 있는 것은 다른 모두가 있기 때문이고, 내 몸이 있는 것은 다른 모두가 잡아주기 때문이야.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나는 지금 살아있어. 아직 이곳에 살아있어. 그래서 인간이 살아있다는 것에는 큰 의미가 있어. 나 스스로 선택해서 나도 지금 이곳에 살아있는 것처럼.





나를 바꿔놓았다. 틀림없이 그녀가

그녀를 만난 그날, 내 인간성도 일상도 삶과 죽음에 대한 가치관도 변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었다.

아, 그렇다. 그녀 식으로 말하자면, 나는 지금까지의 선택 속에서 나 스스로 변화하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고백

모두 다 솔직히 털어놓자. 뭔가를 배울 때마다 나는 그녀를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나와는 정반대인 사람. 겁쟁이여서 지금껏 나 자신 속에 틀어박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못했던 나로서는 도저히 하지 못 할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또 해내는 사람.





살아간다는 의미를 알려준 그녀

그녀가 나에게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알려준 그때에. 내 마음은 그녀로 가득 채워졌다.

나는 네가....

나는 실은 네가 되고 싶었어.

타인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 타인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 타인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나는 그 말을 발견하고 무척 기뻤다. 나 혼자 의기양양하기까지 했다. 그녀에게 선물하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말은 없었다.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 그 말을 그녀의 핸드폰을 향해 보냈다.

나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나는 실은 네가 되고 싶었어.]

[너의 발뒤꿈치라도 따라가고 싶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야마우치 사쿠라의 고백

나는 이미 오래 전부터 너의 매력을 꿰뚫어봤다니까. 죽기 전에 너의 발뒤꿈치라도 따라가고 싶어.

....라고 써놓고 나서 문득 깨달았어.

이런 흔해빠진 말로는 안 되겠지? 나와 너의 관계는 이런 흔해빠진 말로 표현하기에는 아까운 관계니까.

그래, 너는 싫어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역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그녀가 죽기 전, 나의 진심을 읽었다....

나도 울었다.





정반대 같았던 우리는 서로를 보고 있었다

우리는 방향성이 다르다고 그녀는 곧잘 말했다. 당연하다. 우리는 같은 방향을 보고 있지 않았다. 언제든 서로를 보고 있었다. 정반대 쪽에서 항상 맞은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은 알지 못했을 터였는데, 깨닫지 못했을 터였는데. 서로를 보고 있었다는 것. 다른 장소에서, 관계없는 장소에서, 각자 따로따로 있었을 터였는데. 그런데도 우리는 만났다. 그녀가 둘 사이의 장벽을 훌쩍 뛰어넘어 내게로 와줬기 때문에.





드디어 클래스메이트의 이름이 밝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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