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VR
VR 게임의 현재.
송도 트리플 스트리트 D동 6층에 있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VR 테마마크. 초등학생 아들내미를 위해 거금 들여 go go!.
블로그 검색을 해보니 이곳이 가장 큰 VR 게임존이며 사람이 많아 자유 이용권을 구매해도 3시간 이내에 전부 경험하지 못한다는 글을 봤다. 이제 VR 게임이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VR 게임은 아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강남, 홍대를 필두로 생겨나는 VR 체험존. 속속들이 올라오는 후기를 보면 신기하다, 색다른 경험이다, 재미있다, 어지럽다 등등...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어린 시절 내가 즐겨 다녔던 동네 오락실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대형화
35년 전. 50원 짜리 동전을 집어넣고 그 50원이 아까워 나의 캐릭터가 죽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 왼손으로 조종기를, 오른손으론 열심히 버튼을 누른다. 동네 오락실은 기껏해야 10대 정도의 오락기계가 있다. 많아봐야 20대 정도. 다닥다닥 붙은 오락기계들. 돈이 아까워 오락은 하지 못하고 옆에 앉아서 다른 아이들이 하는 게임만 줄곧 구경한다. 그러다 입으로 오락 훈수가 시작된다.
"야! 절로 가" " 피해 피해" "빨리 폭탄 쏴!"
나도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지만 내가 가진 돈은 단돈 200원이 전부. 한판에 50원이니 네 번이면 끝이다. 아끼고 아껴서 정말 재밌고 아끼는 게임에 돈을 넣어야 한다. 친구들 게임하는 거만 쳐다보는 일이 대부분이다. 천 원짜리 지폐를 아저씨한테 바꿔서 게임하는 아이들은 그야말로 부러움의 대상. 직사각형의 기다랗고 불룩한 모니터에서 나오는 2차원 그래픽과 단순한 효과음 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게 놀았다. 동네 허름한 오락실은 아이들의 집합소였다.
지금의 VR 테마파크를 처음 가본 느낌은 크다는 것이다. 이름이 테마파크이니 그에 어울릴 만한 규모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대형 오락 장비, 대형 스크린, VR 안경, 입장할 때 손목에 차는 바코드 팔찌, 진행 요원 등등... '무슨 오락실이 이렇게 큰가'할 정도로 오락실 치고는 크다는 이미지다. 예전의 오락실은 똑같은 모양의 기계가 진열되었다면, 이곳은 게임마다 모양새며 크기도 다르다. 모터보트에 올라타거나, 열기구에 올라타기도 하고, 군용 트럭을 타고 엄청난 진동과 함께 즐기는 구조다. 시각, 청각에 촉각을 더한 놀이를 제공한다. 가만히 앉아서 내 팔과 눈만 움직였던 구시대 오락실은 작은 공간에서도 충분했다. VR 게임은 온몸을 사용해야 만 하는 구조라 더 넓은 공간은 필수요소다. 장비에 올라탄 게이머들에게 실제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특수 장비도 필요하다. 가짜 세계이지만, 진짜 세계로 착각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바로 공간적인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몬스터 VR
주말 아침 손님 없다.가격표에서 고민에 빠지다.
가격의 상승은 만족감으로 이어질까?
게임은 2D에서 시작해서 3D로 발전했고 다음이 VR [가상현실 : Virtual Reality]로 발전했다. 오락실 게임 그래픽이 2D에서 3D로 바뀌었다고 해서 큰 비용 증가는 없었다. VR 테마파크는 기존의 오션월드나 캐리비안베이가 운영하는 방식과 비슷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자유이용권이 있고, 몇몇 게임만 즐길 수 있는 티켓이 있다. 그런 대형 놀이 파크를 표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격이 올라간다. 장비가 대형화되고 기반 시설 초기 투자 비용이 들어가니 가격의 상승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겠으나, 비싼 비용에 만족감을 느끼느냐가 관건이다. 성인 32,000원, 아이 27,000원은 대형 물놀이 테마파크의 할인 티켓을 구하면 갈 수 있는 장소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다시 찾아간다.
물놀이 공원 팔찌와 똑같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VR 테마파크는 게임에 불과하다. 게임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로 구성되고 한번 설비하면 물놀이 테마파트에 비해 많은 유지비용이 들지 않을 것이다. 35년 전의 50원으로 한판 즐겼던 동네 오락실과는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게임을 한다는 자체는 변함없는 사실이다. 그때의 50원으로 얻었던 만족감과 비싼 VR 테마파크에서 얻은 만족감의 차이는 크지 않다는 것. 이곳에선 VR 게임 한판 즐기기 위해선 9천 원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오락 한판의 가격이 180배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물가 상승을 전제로 해도 적어도 10배 정도의 만족감은 얻어야 아깝지 않다는 기분이 들 텐데. 개인적인 느낌에 50원이나 9천 원이나 만족감의 차이는 없었다. 물론 지금의 아이들은 예전 오락실을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느끼는 만족감과 다를 수 있다.
두 번은 가고싶지 않다.
아직은 기술의 한계
VR 테마파크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실제 사물에 직접 타고 즐기는 어트랙션 파트. 일정 공간에 들어가서 모션 센서를 잡고 즐기는 파트. VR 안경 없이 즐기는 게임. 뭣도 모르고 화려하게만 보이는 모터보트를 체험하러 아들내미, 와이프, 나 이렇게 세 명이 탔다. 구멍 뚫린 하얀 안대를 쓰고 VR 안경을 그위로 장착했다. 안경 안에서 보이는 그림은 정글 숲이 있는 급류를 타고 폭포에 떨어지는 게임이다. 영상이 펼쳐지며 물살 위를 가르는 보트가 출렁이듯 우리가 탄 보트도 같이 움직인다. 폭포가 나타나면 떨어지는 느낌이 들게 360도 영상을 볼 수도 있다.
안대는 한 개씩.
그런데.... 안경을 쓴 지 채 1분도 되지 않아서 머리가 돌더니 눈알이 뒤집힐 듯한 울렁거림이 시작된다. 딱 바다낚시 갔을 때 느꼈던 뱃멀미와 비슷했다. 실제로 내가 가보지도 못했던 환상 속의 세계가 판타스틱한 광경으로 360도 펼쳐지지만, 나는 눈을 뜰 수가 없다. 이미 안경은 무겁게 느껴지고 눈알은 빙빙 도는 느낌. 내가 가보지 못한 세계를 가상현실로 만나보지만 즐겁지 않다. 오히려 토가 쏠린다. 4분가량 이어지는 구간에 3분 정도를 눈을 감고 보트에서 내려와야 했다.
여기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은 VR로 구현되는 가상 세계의 화질에 있다. 지금은 HD를 넘어서 4K(UHD)로 넘어가는 시점이다. 한쪽 눈에 1280 * 720 픽셀도 안 되는 해상도로 구현되는 영상으로는 내가 지금 정글 숲에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지금 시점에서 양쪽 시야가 풀 HD(1920*1080)로 구현되는 VR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사람의 눈과 뇌에 피로감을 주지 않는 기술은 없는 것 같다. VR이 아닌 일반 영상으로 1280 * 720 픽셀 사이즈 영상은 충분히 볼만 하다. 빠른 속도로 바뀌는 360도 영상이 사람 눈에 피로감을 주지 않기 위해선 그걸 리얼타임으로 처리할 수 있는 프로세서(CPU or GPU)의 뒷받침은 빼놓을 수 없다. 급류를 타거나 스피디한 고해상도 그림을 전달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프로세서의 발전이 있어야 한다.
나의 뇌가 인지하는 가상현실은 아직은 실제 세계에서 느끼는 감각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 1분의 체험으로 알 수 있었다.
이제야 조금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
멀미 조심! | 이거 타고 토 나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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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데 손님이 없음.
제일 어지러운 거 1등.
번지점프
롤러코스터
그래도 아이들은 즐겁다
VR 게임을 제대로 즐기는 연령 층은 그래도 10대~20대가 아닌가 한다. 그들에게는 전혀 어지럽지 않은 것인가? 이제는 나이가 들어 내 몸이 늙었다는 증거인가? 아이들은 VR 안경 안에서 보이는 세상이 마냥 즐겁다. 정말로 자신이 그 세계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으로 괴성을 지르거나 무서워한다. 성인들은 이미 그곳이 가짜 세계라는 것을 알고 있어어 일까. 그냥 신기하기는 해도 즐겁게 즐기지 못한다. 롤러코스터에서 빙빙 돌며 떨어지는 기분을 만끽하기도 하며, 좀비 헌터가 되어 앞으로 다가오는 좀비를 죽이며 무서워하는 아이들도 있다. 실제로 좀비가 자신을 해칠 것 같은 느낌을 받는 모양이다. 이렇게 아이들은 낄낄거리기도 하고 놀라 괴성을 지르고, 안경을 벗는 일도 생긴다. 그들에게는 충분한 만족감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0원을 넣고 오락 한판을 하던 과거의 내가 미래로 날아와 VR 게임을 한다면 어떨까? 지금의 아이들처럼 만족하고 좋아하며 괴성을 지르기도 하고 즐겁게 놀 수 있을까? 지금은 아저씨이지만 옛날에 했던 오락은 아직도 여전히 재미있다. 그때보다 훨씬 더 기술이 발전한 지금의 VR 게임은 내가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따른다. 나와 같은 아저씨나 아줌마도 즐길 수 있는 VR을 기대해본다.
규브 박스에서 여러 게임을 즐길 수 있음.
힘든 어른들은 요기서 휴식.
쉬는 곳. 아무도 없음.
비즈니스로 방문한 어른들.
어지움 각오하고 타길
한번 달려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