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의 유혹.
송도 트리플스트리트 다이소
송도 트리플 스트리트 D동 지하 1층에 있는 다이소 매장.
이곳이 다이소 인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거대하다. 매장 면적 530평. 이 정도면 국내 최대라 하는 부산 연제점보다 더 크지 않을까 싶다. 내 머릿속 다이소는 그동안 동네 어귀에 있는 조그마한 싸구려 물품을 파는 구멍가게 정도로만 생각했다. 다이소 매장을 처음 방문했을 때 인상은 동네 슈퍼에서 팔지 않는 생활 잡화 물건을 팔아 참! 편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형마트나 골목 상점에서 취급하지 않는 물건들이 많아 확실한 차별적인 공간이라는 인식. 거기에 물건 값도 비싸야 5천 원 정도. "이런 게 천 원밖에 안 해?" 라며 플라스틱 바구니에 마구 담았다. 그곳에 가면 질은 그저 그래도 값싸고 신기한 물품을 살 수 있다는 딱! 그 정도의 상점이었다.
100円샵(햐쿠엔샵)
다이소 매장을 보면 1993~1997년 일본에 있었을 때 생각이 난다. 일명 100円샵(햐쿠엔샵).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동네 구멍가게가 없다. 24시 편의점, 일반 슈퍼마켓, 우리나라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동네 중대형 슈퍼(이마트 슈퍼 또는 홈플러스 슈퍼) 같은 중소규모 슈퍼가 일반적인 동네 상점을 형성하고 있다. 내가 살았던 동경의 작은 동네의 모습은 그랬다. 당시 100円샵(햐쿠엔샵) 매장도 우리나라에 처음 다이소가 들어섰을 때처럼 크지 않았다. 일본의 버블 경제가 무너지던 시기. 많은 일본 사람에게도 지갑을 아낄 수 있었던 상점. 특히 유학생인 나에게 조금 더 싼 물건을 살 수 있는 100円샵은 내 지갑 주머니를 가볍게 해주는 고마운 곳이었다. 유학 초기엔 당연히 백화점이나 대형 슈퍼에 가서 물건을 살만한 벌이가 아니었다. 그만큼 자주 들락날락하는 상점으로서 구멍가게와 다를 바 없었다. 기본은 100엔이지만 그 밑으로도 살 수 있는 물건이 많았다. 나의 흐릿한 기억으로는 4년 동안 100엔 샵이 대형 매장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지는 못했다. 내가 살던 곳과 학교와 아르바이트하는 곳은 전부 다른 동네였기에 적어도 세 개의 동네에선 큰 매장을 찾을 수 없었다. 자전거를 타고 하루에 3시간 이상씩 다른 동네를 거쳐 집으로 오는 길에도 큰 매장은 없었다. 내 짧은 식견으론 적어도 일본에선 100엔 샵 매장을 크게 만들지 못하게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100円샵(햐쿠엔샵)을 그대로 한국에 들여와 서민들의 지갑을 털고 있는 곳이 다이소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천 원의 유혹은 계산원의 "4만 원입니다."라는 소리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개개의 물품은 쌀지 모르지만 한 번 들어가면 천 원의 유혹을 이기기가 쉽지 않다. 무언가 당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가격이 저렴하면 물건의 질도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 떨어지는 질인데도 불구하고 사게 만드는 것이 다이소의 마력이고, 100엔 샵의 꼬임 수라는 것. 알면서도 다이소를 찾게 된다. 1997년 천호동 1호 매장을 시작으로 지난해 말 기준 1,150개 매장이 서민들의 지갑을 노리고 있다.
다이소 로고 이미 대기업?
다이소 매장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취급 물품이 나날이 늘어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한 곳에서 다양한 물건을 살 수 있으니까 나쁘지 않다. 다이소 매장에 처음 갔을 때는 먹는 물품은 보이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제는 음료, 과자, 라면, 고추장, 된장 등등... 구멍가게나 집 앞 슈퍼에서 파는 물건들이 늘어났다는 것에 정신이 번쩍 뜨였다. 뭐 이 정도 가지고 난리를 떠냐고 할 수도 있지만 간단하게 생각할 문제는 아닌 듯하다. 이미 대기업이 운영하는 국내 3위 GS슈퍼마켓의 매출을 넘어섰다는 뉴스가 있다. 매출 1조 3천억.(출처 : 경인일보 이원근 기자) 앞으로 대형화는 불 보듯 뻔하다.
고급스런 다이소 매장 소상공인도 아닌 주제에 걱정을
내가 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은 아니지만 다이소의 대형화를 보면서 걱정이 먼저 드는 것은 왜 일까?
송도 트리플 스트리트에 들어선 다이소 매장은 동네에서나 보던 다이소가 아니었다. 넓고 밝은 조명으로 고급스럽게 인테리어 한 매장. 조금 과장해서 입구에서부터 백화점에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또한 그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봐 왔던 다이소를 떠올리면 이곳과는 천지 차이다. 이게 대형 마트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미 다이소 매장의 증가는 동네 골목 상권과 마찰을 빚는다는 뉴스가 있다.
청소, 세탁용품, 주방, 패브릭, 욕실, 미용, 화장, 조화, 문구, 완구, 일회용, 위생, 공구, 레저용품 등등... '만물상'이 딱 어울리는 단어다. 이젠 식품까지 취급하게 되었으니 동네 구멍가게는 대기업 슈퍼 외에 적이 하나 더 늘어난 샘이다. 매장 위치 또한 동네 골목골목으로 침투해 있다. 소비자인 나에게 이런 다이소가 나쁠 이유는 하나도 없다. 더 넓고 쾨적한 공간, 다양한 물품, 값싼 물건. 돈 없는 서민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점점 더 많은 종류의 물품을 팔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대형 매장을 보면서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하나 늘어나는 물품은 동네 구멍가게가 사라지는 원인이 될 것이고, 서민들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느낌이다. 이미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슈퍼의 매출을 넘어섰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언젠가는 무엇이든지 다 파는 '다이소'가 된다면 그나마 향수로 남아있는 시장도 모습을 감출 날이 빨리 다가오지 않을까. 대형 마트에 맞서 싸우는 시장들의 힘겨운 뉴스에 이제는 하나가 더 붙는 꼴이 될 것이다. 내 주제에 다이소를 가면 안 된다는 말은 할 수도 없다. 자유경쟁 체제인 이 나라에서 소비자에게 더 좋은 환경과 물건을 제공한다면 당연히 손님은 그쪽으로 모이게 된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도 조금은 공정하게 경쟁하는 시대가 되지 않았을까? 돈 많은 부자만 더 잘 살게 되면 억울하잖아. 그렇지 않을까? 대기업에 맞서 싸우는 소상공인들도 지칠 대로 지친 이런 시대. 혹을 하나 더 달게 생겼으니. 여러 분의 엄마 아빠가 구멍가게의 주인일 수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