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우리 사회와 이렇게 닮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 일치하는 감정이 있다.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 이런 마음은 전 세계 어디나 공통되지 않을까. 이 이야기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야시마 후유키. 그는 아오야기 다케아키의 살인범으로 몰린다. 이미 매스컴에서는 일용직 근로자였던 후유키가 회사에 재계약이 되지 않은 이유로 앙심을 품어 그 회사 본부장을 살인했다는 식으로 보도를 한다. 바로 이 부분이 일본 사회가 일용직 근로자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보여주는 부분이다. 회사의 잘못된 방침으로 업무 중 크게 다친 후유키는 일용직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다. 회사에서 산재처리를 하면 회사의 잘못된 운영이 드러나 회사에 악영향을 끼친다. 병원에 찾아가 업무 중 다쳤다고 말하지도 못하는 일용직인 것이다. 그렇게 했다가는 회사에서 잘릴 부담은 오로지 후유키의 몫이다. 또 한 가지, 마쓰미야 형사가 회사로 탐문 조사를 나와 공장장에게 물었을 때 일용직 근로자들은 서로 말도 하지 않고 인간관계도 맺지 않는 사회 낙오자 같은 뉘앙스로 얘기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일용직 근로자와 정직 근로자의 간극이 우리 사회를 보는 듯하다. 작업 중 다쳐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일용직 근로자가 지금 일본 사회에도 만연하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놀랍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건축 부품 제조회사 본부장 아오야기 다케아키는 칼에 찔린 채 니혼바시 다리까지 걸어와 주저앉는다. 근처에 있던 경찰이 발견하고 병원으로 이송되지만 사망한다. 두 시간 후 사건 현장 근처에서 경찰의 불심 검문에 걸려 도망가다 트럭에 치어 병원에 이송되는 젊은이 야시마 후유키. 그의 소지품에서 아오야기 다케아키의 운전면허증과 지갑이 발견된다. 당연히 살인 용의자로 몰리고 경찰 상부에서도 야시마 후유키를 살인자로 결론 내리려 하지만 무언가 미심적인 부분이 있다. 형사들 사이에서 날카로운 수사력을 자랑하는 가가 교이치로. 그는 사촌동생인 마쓰미야 슈헤이와 한 조가 되어 사건의 진상을 조사한다. 가가는 사건을 파헤치다 진범이 야시마 후유키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살해당하기 전 아오야기는 니혼바시 근처 신사를 돌며 천 마리 학을 접어 기도를 하고 있었고, 그 이유가 3년 전 발생한 그의 아들 유토가 관련된 수영부 학생 익사 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진범은 그들 중에 하나다. 학교 수영대회에 출전하는 한 팀으로 구성된 멤버 중 유일한 한 학년 후배였던 도모유키의 수영 자세가 제일 좋다는 선배의 말을 듣고 질투를 하게 된다. 유토, 스기노, 구로사와 셋은 동급생 친구. 셋은 도모유키를 훈련시킨다는 목적으로 수영장으로 끌고 가 무리한 연습을 시키다 끝내 도모유키가 익사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우연히 현장을 목격한 이토카와 코치가 다가와 셋을 수영장에서 떠나게 하고 이 사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지시한다. 이토카와가 현장을 정리하고 구급차를 불러 도모유키는 병원으로 실려가지만 깨어나지 않는다.
이 부분이 코치 이토카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좋은 학교에 진학을 앞둔 제자들을 위해 사건의 진범을 감추고 만다. 이것이 어린 제자들을 위한 교육이라는 생각으로. 사건의 진실을 묻어버린다. 그 또한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면 코치로서 자신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 모두에게 비밀로 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결국 3년 전에 벌어진 이 사건이 원인이 되어 아오야기 다케아키의 살인 사건으로 이어진다. 진범이 누구인지는 말할 수 없다. 책을 끝까지 읽는 독자에게 남겨두겠다.
이 이야기의 주제는 페이지 397에 나온다. 가가 교이치로는 아오야기 유토에게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지. 중요한 건 그 실수를 어떻게 대응하느냐야. 도망치거나 외면하면 똑같은 실수를 다시 저지르게 되는 법이란다." 가가 교이치로 형사를 통해 살인 사건의 진범을 파헤쳐 하나하나 꼬인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수사물이다. 작가가 '기린의 날개'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참된 교육이 아닐까 한다. 잘못을 저지른 아들의 죄를 대신해서 피해자를 위해 신사에 기도를 드린 아빠. 아들이지만 잘못에 대한 벌을 받게 하려 했던 아오야기 다케아키와 잘못을 감춘 선생 이토카와의 대조가 잘 버무려진 이야기.
페이지 313
"가가 씨가 본 것은 시체지 살아 있는 사람의 죽음이 아니에요. 저는 죽어 가는 사람들을 수없이 봐 왔어요. 죽음을 눈앞에 두었을 때 사람은 본래의 마음으로 돌아가죠. 자존심이나 의지 같은 것을 다 버리고 자신의 마지막 소원과 마주하게 돼요. 그런 그들의 마지막 메시지를 마음에 받아들이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의무예요. 가가 씨는 그 의무를 소홀히 했어요."
어떤 이유가 있어서인지 알 수는 없지만, 가가 교이치로는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아버지의 3주기 추모식 또한 할 필요성이 없다고 느끼는 그에게 추모식을 준비하는 가나모리 도키코가 임종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다. 부모의 임종을 지켜야만 하는 이유를 알게 해주는 부분이다. 우리는 왜 먼저 세상을 떠나는 이들의 마지막 이야기를 들어야 할까.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은 본래의 마음으로 돌아간다는 것. 세상을 어떻게 살았든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마지막 소원을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그 마지막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것은 남겨진 자식의 의무라는 것. 아직은 부모가 저세상으로 떠나지 않았기에 임종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 일은 없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임종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대목이다.
페이지 397
"용케 그런 사실을 깨달았구나.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지. 중요한 건 그 실수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야. 도망치거나 외면하면 똑같은 실수를 다시 저지르게 되는 법이란다."
이 이야기의 주제라 말할 수 있다.
페이지 411
"그건 당신이 그 아이들에게 잘못된 것을 가르쳤기 때문이야. 잘못을 저질러도 어물쩍 넘어가면 다 해결된다고 말이지. 3년 전 당신은 세 아이에게 그렇게 가르쳤어. 그래서 스기노가 똑같은 잘못을 반복한 거야. 아오야기 씨는 당신이 잘못 교육한 아들에게 무엇이 옳은 일인지 가르치려고 했어. 그것도 모르면서 당신이 무슨 선생이야. 당신은 아이들을 가르칠 자격이 없어."
아이들에게 무엇이 잘못인지 가르치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잘못을 덮는 것은 더 큰 재앙을 일으킬 가능성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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