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류의(자기계발) 책을 읽게 되면 이상하게 우울한 기분에 빠진다. 삶은 어떻게 살아가야 한다느니, 좀 더 윤택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바꿔나가야 한다는 이야기 일색이다. 내가 살아온 삶 자체에 채찍을 맞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웬만하면 자기계발 책들을 피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몇십 년의 세월을 내 방식대로 살았는데 이걸 뜯어고치지 않으면 나는 계속 제자리에 머물 거라는 확신을 주는 글귀들이 넘친다. 이 책을 읽고 나도 이렇게 행동하면 과연 삶이 바뀔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신경 끄기의 기술. 어떻게 하면 세상 복잡하게 얽힌 온갖 것에서 신경을 끄고 살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 신경을 끄는 것이 아닌, 정말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잘 선별해 신경을 쓰며 살라는 말을 한다. 거창하게 포장할 필요 없이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은 딱 이 부분이다.
당신 기분이 더럽다면 그건 당신이 어떤 문제를 내버려두거나 해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당신 두뇌가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부정적 감정은 행동하라는 요구다. 그걸 느끼면 당신은 뭔가를 해야 한다.
살면서 내 기분이 더러운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아니 자주 있다는 편이 더 맞을지도. 이 더러운 기분의 근원을 알지 못했었다. 나의 기분은 왜 이렇게 찝찝하고 더러울까. 문제의 해결책은 간단했다. 나 자신이 그 문제를 그냥 내버려 두고 해결하려고 하지도 않았던 것에 원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모든 것이 내 책임이었고, 이런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날 때는 바로 '행동'하라는 이야기가 이 책에 나온다. 이 문구를 읽는 순간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 때문에 나의 감정이 더럽다고 느꼈는데 원인은 내게 있었다는 것. 행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무언가가 두려워. 이 책에서 이 한 가지 얻은 것만 해도 큰 수확이다. "부정적 감정은 행동하라는 요구다."
신경을 끈다는 건 삶에서 가장 무섭고 어려운 도전을 내려다보며 아무렇지 않게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우리는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일에 지나치게 신경 쓰느라 몸부림을 치며 살아간다.' 한 마디로 '신경을 쓰지 말자'라는 뜻이다.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개인이 받아들이는 정보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정보를 얻을 곳은 TV 또는 나와 관계된 사람에 한해서였다. 스무 살이 넘어가면서 컴퓨터를 접하게 됐고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맛보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은 확연히 차이가 났다. 새로운 세상을 접하면서 오히려 재미를 느꼈지 그것에서 피로함을 느끼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신경을 쓰며 살아왔다는 것. 스스로 자각하지는 못했지만 내 삶에는 전혀 좋은 영향을 주지도 않는 패턴들이 몸에 붙은 듯하다. 습관처럼 되어버린 포털 사이트 뉴스 검색이라든가 잘 교류도 하지 않는 페이스북 타임라인 체크 등등. 현대인에겐 필수가 되어버린 SNS 활동. 이 모든 것들이 정말로 내 삶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로 하나하나 체크하는 생활을 한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이런 것들에 피로감을 느끼는지, 아니면 이런 것에 재능이 없어서 무뎌지는 건지, 아니면 인간관계 미숙으로 사회 관계망에서 벗어나려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마크 핸슨의 말처럼 우리가 지금 너무 많은 것에 신경을 쓰며 살고 있다는 것에 망치로 머리를 맞은 느낌이다. 나 자신이 그렇게 많은 것에 신경을 쓰며 살고 있었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일에 신경을 끈다는 것은 또 다른 두려움이 있다. 신경을 끄게 되면 자꾸 뒤가 땡기는 듯한 느낌. 찝찝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신경 쓴다고 그 일이 잘되리란 보장도 없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신경을 끈다는 건 가장 무섭고 어려운 도전이라는 말이 이해가 될 듯하다.
다시 말해, 자신이 보기에 옳거나 중요하거나 고귀한 것을 하기 위해서라면, 누군가를 열 받게 하는 것쯤은 신경 쓰지 않음을 의미한다.
모든 일에 신경을 끄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무것에도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목표에 따른 역경과 고난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의미다. 자신에게 닥친 일이 부당한데도 참으라는 말은 아니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다툼과 고난이 예상될 것이 두려워 신경을 끈다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보기에 옳고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행동이 필요하며 누군가와의 얽히고설키는 전쟁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이야기. 그런데 그런 다툼과 싸움이 싫어서 나는 계속 도망치거나 신경을 끄게 된다. 잘못된 신경 끄기의 예가 바로 나인 것 같다. 이 말이 정말 내 심장을 후벼 파는 느낌이 든다. 나는 그러지 못하는데…….
난 결과를 사랑했다. 사람들이 환호하며 지켜보는 가운데 무대를 휘저으며 혼신을 다해 연주하는 내 모습을 말이다. 하지만 과정은 사랑하지 않았다. 그래서 실패했다. 그것도 여러 번. 젠장, 심지어 실패라는 말을 입에 올릴 수 있을 만큼 열심히 하지도 않았다. 사실 안 한 거나 마찬가지다.
꿈이 뭐냐고 물으면 우리는 대답한다. 대통령, 장군, 과학자, 의사 등등. 그야말로 좋고 화려한 단어들의 연속이다. 이것이 나의 어린 시절 나에게서 또는 내 친구들의 입에서 나오던 답변이다. 뭐 대부분 아이의 꿈이 아니라 부모들의 의견이 100% 반영된 꿈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른들은 결과만 사랑했던 것 같다. 그 단어들이 주는 어감에서 고급스러움과 대단함, 스포트라이트 받는 삶. 결과만 보여주는 그들의 화려함만을 좇아 꿈을 꾸게 하지 않았을까. 그러다 보니 커서도 미디어에서 주목받는 삶이 부러워 그런 삶을 꿈꾸며 살았다. 그들의 결과만 보고.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전혀 생각지 않았다. 하나의 위치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힘든 역경과 고난을 경험했을지는 안중에 없다. 그저 좋아 보이니까. 그도 그럴 것이 그런 힘든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하거나 알려주는 멘토나 도우미가 없어서 막연하게 꿈을 만들어 갔다. 이건 누구의 잘잘못도 아니고 단지 그러한 내막을 조금 더 자세하게 들려줬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선 과정을 잘 알아야 하고 무엇보다 성실하게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자신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노력한다고 모든 것이 다 되거나 하지는 않아도 그 과정을 사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
성공을 결정하는 질문은 '나는 무엇을 즐기고 싶은가'가 아니라, '나는 어떤 고통을 견딜 수 있는가'다. 행복으로 가는 길에는 똥 덩어리와 치욕이 널려 있다.
성공은 고통을 견디는 일이다. 그래서 성공이 참 어려운 것 같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제일 처음 드는 생각은 '돈 많아서 좋겠다'이다. 너무 싼 티가 팍팍 나는 답변이었나. 솔직히 그런 생각이 처음 든다. 그 사람이 이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위치에 오기까지 얼마나 혹독한 고통을 이겨내며 왔을지에 대한 생각은 없다. 그저 화려함만이 보일 뿐이다. 인생에서 많은 것을 누리고 즐기기 위해서는 고통이 따르며 소중한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행복의 기준은 다르지만, 그 길 위에는 똥 덩어리와 수많은 치욕과 힘겨운 난관이 있다는 것.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수평선 밑으로 저물어가는 해를 잡을 수 없는 것처럼 행복도 잡히지 않을 것이다. 성공과 행복엔 고통이 따른다는 사실. 고통을 견뎌라!
이처럼 어떤 일을 하려는 동기가 그저 기분을 나아지게 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거의 모든 것에 중독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문제로 인한 고통을 가라앉힐 나름의 방법을 가지고 있고, 적절히 사용하기만 하면 나쁠 게 전혀 없다. 하지만 문제를 피하고 고통을 가라앉히는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마침내 문제를 직면했을 때 받게 될 고통은 더 커질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무수히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문제가 없는 인생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어릴 때야 문제가 발생하면 엄마 아빠가 해결해주지만, 성인이 되어서까지 부모의 손을 빌릴 수는 없다. 어떤 어려운 문제가 닥쳤을 때, 특히 사람과의 관계가 그렇다. 나 혼자만이 노력해 풀 수 있는 문제라면 도망치지 않고 어떻게든 해보려 할 텐데. 그와 싸우거나 다툼으로 이어질 것이 두려워 회피하거나 문제 해결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냥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이 문제를 더 크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에 빠진다. 그 엉킨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데 딱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모든 삶의 고통을 풀 수 없는 문제도 있다는 걸 느끼며 살고 있다. 나는 불완전한 인간일까? 도망자일까? 피하지 말고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나이만큼은 살았는데.
당신 기분이 더럽다면 그건 당신이 어떤 문제를 내버려두거나 해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당신 두뇌가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부정적 감정은 행동하라는 요구다. 그걸 느끼면 당신은 뭔가를 해야 한다. 반면에 긍정적 감정은 적절한 행동을 했을 때 주어지는 보상이다. 긍정적 감정을 느끼면 삶이 단순해 보이고 그저 삶을 즐기면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세상일이 다 그러하듯, 바로 그 순간에 긍정적 감정이 사라지고 만다. 필연적으로 더 많은 문제가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감정은 우리 삶의 방정식의 일부일 뿐, 전부는 아니다.
직장에서 내 기분이 더러운 이유를 알았다. 이 문장을 읽기 전까지는 이 더러운 느낌의 근원을 알지 못했다. 내 기분이 왜 그런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그냥 방치해 두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부정적 감정은 행동하라는 요구' 무언가 틀어지고 잘못됐는데 그것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었다. 그냥 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렇게 내버려 둔 기간이 오래되다 보니 고통이 더 심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용기가 부족해서일까? 행동하지 못한다. 고통을 참고 견딘 뒤에 무언가 달콤한 향기라도 맡을 수 있는 보상이 따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핑계를 대자면 고통을 참고 견뎌야 주어지는 보상은 평상을 유지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더 피하는 건지도... 감정이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말에 위안을 구해본다.
확신은 성장의 적이다.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기 전까지 학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조차도 논쟁의 여지는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선택하는 가치관이 필연적으로 불완전하다는 점을 받아들여야만 성장할 수 있다. 확실성을 추구할 게 아니라, 끊임없이 의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자신의 느낌과 믿음을 의심해야 한다. 확신을 추구하는 자세를 버린 뒤, 스스로 미래를 일구지 않는다면 내 앞날이 어떻게 될지 질문해야 한다. 항상 내가 옳기만을 바랄 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 틀렸는지를 따져 봐야 한다. 우리는 항상 틀리기 때문이다.
명심하라. 삶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는 건, 분명히 뭔가 잘못된 게 있다는 뜻이다. 당신이 날이면 날마다 거기에 시무룩하게 앉아 있다면, 그건 당신이 이미 뭔가를 놓치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게 무엇인지 스스로 알아내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삶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는 걸 깨달은 건 내 나이 40이 넘어서면서 느끼기 시작했다. 너무 늦게 그런 상황을 인지한 것에 후회가 밀려오기도 한다. 정신없이 회사 일에 빠져있던 나의 30대는 변화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냥 하루하루가 힘들고 버거운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이러다 훌쩍 40을 넘기다 보니 모든 면에서 변화를 하지 않은 안 되는 상황이 닥쳤다. 나아지지 않는 집안 경제. 도대체 내가 뭔가를 놓치고 있어서 상황이 이렇게 되었나. 그 무언가가 어떤 것인지 찾지 못하겠다. 아직까지 생활은 변한 게 없고 오히려 더 안 좋아지고 있다는 것만 느낄 뿐. 삶에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는 건 이미 시작됐다. 그런데 제자리걸음, 아니 뒷걸음질 중이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그래야 변화할 수 있다는 것.
작가 팀 페리스는 70편이 넘는 소설을 쓴 소설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떻게 그렇게 꾸준히 작품을 쓰면서 영감과 동기를 잃지 않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소설가는 이렇게 답했다. "전 하루에 쓰레기 같은 단어 200개를 쓰죠. 그게 전부입니다." 그는 쓰레기 같은 단어 200개를 쓰다 보면, 종종 쓰는 행위 자체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이걸 알기 전에는 종이에 수천 단어를 쓰곤 했다고 한다. '뭐라도 해' 원리를 따르면, 실패가 하찮게 느껴진다. 모든 결과가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성공의 기준은 그저 행동하는 것이며, 자극은 전제조건이 아니라 보상이다.
자! 나도 오늘부터 하루에 쓰레기 같은 단어 200개를 써 보기로 한다. 마크 맨슨이 말하듯 '뭐라도 해' 원리를 따라서 가만히 있는 것보다 아무거라도 해보는 것이 변화할 수 있는 길인지 몸소 느껴보자.
|
|
외우지 않는 기억술 [가바사와 시온] (2) | 2018.02.23 |
---|---|
책 먹는 법 [김이경] (4) | 2018.01.23 |
책 쓰기 꼬박꼬박 월급 나올 때 시작하라 [서현관] (2) | 2018.01.19 |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정선] (2) | 2018.01.17 |
표현의 기술 [글 유시민 / 그림 정훈이] (0) | 2018.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