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 헤더 영역
상세 컨텐츠
본문
반응형
표현의 기술 [글 유시민 / 그림 정훈이]
유시민은 내 머릿속엔 좋아하는 정치가의 모습이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있다. 이 사람이 정치가였지 작가였다는 사실은 최근에야 알았다. 얼마나 독서를 하지 않았으면 작가인지도 모르고 살았는지 조금은 창피한 기분이다. TV에서 작가라는 호칭을 들었을 때, "저 사람 작가였어?"라고 혼잣말을 했다. [표현의 기술] 한 권을 읽으며 확실히 작가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미 그의 해박한 지식은 TV를 통해 봐와서 누구나 알고 있다. 그의 폭넓은 지식을 이런 책으로 만날 수 있어 글자 한 자 한 자 새기며 곱씹으며 많은 공부가 된 책이라 할 수 있다. 나도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이제 겨우 1년이 조금 넘었다.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어떤 글이 좋은 글인지, 어떻게 독서를 해야 하는지도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았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끄적거리고 있다는 편이 어울린다. 이 책에는 이제 글쓰기를 시작하려는 사람이나 이미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좋은 해답을 제시한다. 그가 살아온 인생과 경험을 통해 글 잘 쓰는 기술이 아닌,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고 푹 빠져들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길을 알려준다. 글쓰기가 막막해졌을 때 이 책을 다시 한번 열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무엇보다 삶에서 외롭고 힘들고 지칠 때,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견디려고 책을 읽는다는 말이 너무나도 가슴에 와닿는다. 마지막 정훈이 작가의 만화는 나와 동갑이라서 그런지 그의 만화가 너무 공감된다는 것.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그런 것들.
예술적으로 쓰고 싶다면 자유롭게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정해진 도그마보다 자신의 눈과 생각, 마음과 감정을 믿는 게 현명합니다. 저에게 진보냐고 묻는 분들, 진보적 원칙을 글쓰기에 어떻게 반영하느냐고 묻는 분들께 솔직하게 대답하겠습니다. 저는 글을 쓸 때 그런 생각을 아예 하지 않습니다. 사실에 부합하는가? 문장이 정확한가? 논리에 결함이 없는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인가? 독자의 마음에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가? 그런 것만 살핍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해 보시기 바랍니다. 열심히 하면 정치적 글쓰기를 예술 근처까지라도 가져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말입니다.
글쓰기에 유념해야 할 사항. 사실에 부합하는가? 문장이 정확한가? 논리에 결함이 없는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인가? 독자의 마음에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가? 독자의 마음에 공감을 얻는 일은 내가 쓴 글을 독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과 자세가 필요하다. 자기 글에 자만하지 않고 제삼자의 눈으로 봤을 때 공감되는 글이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는다는 것. 자유롭게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습관 이 둘 중에서 스스로 판단하는 습관이 더 중요해 보인다. 스스로 판단하는 습관이 없다면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펼치기 어렵다. 살면서 나의 주장과 생각들을 시원하게 표현해본 적이 없다. 지금 그나마 글을 끄적이면서 조금씩 스스로 판단하게 되었다. 스스로 판단하지 않으니 어떤 주제에 관련해서 생각이 정비되지 않아 말로 표현하지 못했다. 어떤 문제에 가로막히면 다른 사람이 판단할 때까지 기다려 그 사람의 의견을 따랐던 기억이 선하다. 나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았던 습관은 나의 주장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습관으로 이어졌다. 공감을 주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 판단하는 습관을 기르고 타인의 생각이 아닌 자신의 자유로운 생각과 시각이 우선되어야 한다.
저는 주로 논리적인 에세이를 씁니다. 그런데도 논리적 추론보다 도덕적 직관에 더 크게 의지합니다. 그럴 리가! 놀라실지 모르지만 사실입니다. 논리적 추론 없이 곧바로 판단하는 능력을 직관(直觀, intuition)이라고 하지요. "좋아! 멋쪄!" "싫어! 찜찜해!" 도덕적 미학적 직관은 이런 느낌으로 자기의 존재를 알립니다. 저는 일단 느끼고, 그 다음 왜 그런 느낌이 드는지 이유를 찾습니다. 먼저 논리적으로 추론한 다음 그에 합당한 감정을 느끼는 게 아닙니다.
어떤 주의나 '이즘'을 받아들여 사용하면서도 그것에 속박당하지 않으려면 자기의 '직관'이 필요하다. 마음이 내는 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이는 것. 일단 느끼고, 그 다음 왜 그런 느낌이 드는지 이유를 찾는다. 논리적 추론은 먼저 느낀 후에 찾아가는 것이다. "먼저 느껴라!"
"내 생각과 감정을 나다운 시각과 색깔로 써야 한다. 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진부하고 상투적인 생각과 표현에서 멀어져야 한다."
글 쓰는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정말로 글을 쓰면서 나를 알아가는 것 같다. 글을 쓰기 이전의 나는 나의 본 모습을 돌아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고도 하지 않았고 나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내 생각들을 조금씩 풀어 놓는 연습을 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를 알아야 나만의 시각과 색깔로 감정을 담을 수 있다는 것. 이제는 알아간다. 진부하고 상투적인 표현에서는 아직 멀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천천히 멀어져 가길 바란다.
 |  |
저는 자기소개를 할 때 두 가지를 반드시 챙깁니다.
첫째, 내가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살기를 바라는지 거짓 없이 그리고 명확하게 요약합니다.
둘째, 자기소개서는 글쓴이가 읽는 사람들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써야 합니다. 읽는 사람이 중요하고 의미 있다고 느낄 만한 사실을 중심으로 써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려면 철저하게 읽는 사람에게 감정을 이입해서 가지 인생을 요약해야 합니다.
자기소개서는 나를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자기소개서 쓰기가 어려운 것은 나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기를 제대로 알아야 상대방이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글이 되지 않을까. 먼저 자기를 알기 위해서는 평소에도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내가 누구인지. 글을 써 봄으로써 자기 자신을 알아간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만, 책을 많이 읽는데 집착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단 한 권을 읽더라도 책 속으로 젖어 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남이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이해하지도 못할 책, 읽어도 공감이 일어나지 않는 책을 굳이 붙들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최근에 읽기 시작한 에밀 파게의 [단단한 독서]가 내게는 딱 그런 책이다. 어떻게 독서를 해야 하나. 항상 이 의문에 답을 얻지 못했다. 남들이 추천하는 유명한 책을 읽으면 내 머리도 지식으로 가득 찰까? 이것도 나름 책을 고르는 기준 중 하나고, 단순히 책 제목에 끌려 선택하기도 한다. [단단한 독서]는 후자의 경우다. 무언가 가르침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담. 그 기대감은 나의 떨어지는 지적 수준에는 어울리지 않아 그대로 무너졌다. 참고 참고 끝까지 읽으려 했지만, 도중에 덮어버렸다. 읽고 있는데 도저히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나도 저런 고급스러움에 감정 이입이 되어 "역시 그렇지!"라는 말이 나와야 할 텐데. 내가 한 번도 읽어보지 않은 문학 작품에 대해서 작가의 생각을 쓴 글인데 내겐 어렵다. 그래서 도중에 접었다. 그 책 속으로 완벽하게 젖어 들지 못한 것이다. 이해하지도 못할 책, 읽어도 공감이 일어나지 않는 책을 굳이 붙들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유시민 작가의 말에 가슴 한편이 가벼워진다. 나의 지적 소양을 더 쌓은 후에 다시 도전해 보리라!
책은 간접 경험을 통해 무엇인가 배우고 깨닫고 느낄 목적으로만 읽는 게 아닙니다. 저는 외롭고 힘들고 슬플 때 그런 부정적 감정의 무게를 견디려고 책을 읽기도 합니다.
내게 책을 읽는 이유는 지식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어느 틈엔가 작가의 이 말이 공감되었다. "저는 힘들고 슬플 때 그런 부정적 감정의 무게를 견디려고 책을 읽기도 합니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를 문자로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이 이 문장으로 인해 완벽해졌다. 책을 통해서 부정적 감정을 털어버리는 효과를 느끼고 있다. 이런 느낌을 말로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던 차에 딱! 맞아 떨어지는 대답을 찾아서 머릿속이 개운한 느낌이다. 내 머리에 지식이 차는 느낌보다는 마음의 쌓인 부정적인 생각들이 쓰레기로 변해가는 감정을 알게 된 것 같다.
어떤 글을 쓰든, 자료를 찾기 전에 먼저 질문을 만들어야 합니다. 질문을 잘 만들면 글은 이미 절반은 완성한 거나 다름없어요.
항상 질문 던져보기. 질문이 있으면 글은 시작될 수 있다. 정말 간단하고 쉬운 명제인데 이걸 모르고 있었다. 질문은 호기심이 있다는 증거. 궁금해야 답을 구하고 찾으려는 행동이 따른다.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인 것을. "질문을 잘 만들면 글은 이미 절반은 완성" 이 말을 잊지 말자.
글을 잘 쓰려면 어느 것이 제일 중요할까요? 독자의 감정 이입을 끌어내는 능력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글 쓰는 기술은 외모입니다. 롱다리, 브이라인, 에스라인, 빨래판 복근 같은 것이죠. 내용은 사람이 가진 것이에요. 체력, 돈, 재능, 지식입니다. 감정 이입 능력은 성격, 마음씨, 인생관이라고 할 수 있죠. 사람들은 흔히 외모를 부러워하고 돈과 지식을 선망하지만 행복한 삶을 사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성격과 마음씨와 인생관입니다.
독자의 감정 이입을 끌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길과 연결될 수 있다는 말인데. 정말 글을 잘 쓰면 행복해질 가능성이 더 많을까? 이 답이 진실인지 알기 위해선 아직도 갈 길이 먼듯하다. 감정 이입은 내가 쓴 글을 읽고 그 사람도 똑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두말하면 잔소리. 나도 내가 쓴 글을 읽으며 제일 먼저 생각하는 건 과연 다른 사람도 공감이 되고 이해가 될까? 이런 마음으로 쓴다. 글쓰기 스킬이 뛰어나지 않아 다른 사람이 봤을 때 "아아 그렇구나!" 정도의 말만 나왔으면 하는 바람뿐.
 |
|
 |
|
반응형
'책소개 > 자기계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외우지 않는 기억술 [가바사와 시온] (2) | 2018.02.23 |
|---|---|
| 책 먹는 법 [김이경] (4) | 2018.01.23 |
| 책 쓰기 꼬박꼬박 월급 나올 때 시작하라 [서현관] (2) | 2018.01.19 |
|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정선] (2) | 2018.01.17 |
| 신경 끄기의 기술 [마크 맨슨] (0) | 2017.12.2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