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살아가다 가족 간의 관계가 틀어지거나 멀어져 서로 얼굴도 보지 않고 사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 '회복하는 인간' 속의 자매 역시 서로를 보듬거나 챙겨주는 따스한 가족애를 볼 수는 없다. 그래서 더 가슴이 아려온다. 동생은 언니를 사랑했다. 하지만 언니는 어떤 이유에 선지 동생을 싫어했다. 언니와 가까워지려 했지만 언니는 그런 동생에게 오히려 열등감을 느꼈다. 객관적 사실로만 보더라도 동생보다 못할 것이 없는 언니. 외모도 동생보다 뛰어나다는 주변의 평판, 월세를 내며 원룸에서 사는 동생과 달리 능력 있는 남자와 결혼해서 강이 내려다보이는 아파트에서 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언니보다 나은 인생을 살고 있지 않다. 고지식하고 고집이 세 신통찮은 전공을 선택했고, 서른 넘도록 연애 한 번 해보지 못했고, 부모와 관계가 좋지 않아 경제적 도움을 받지도 못한 삶을 왜 언니는 질투를 했을까. 냄새가 싫은 음식을 꺼리듯 자신을 내치는 언니.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동생은 알지 못한다. 어떻게 해도 언니와 가까워질 수 없는 거리 때문에 차가운 언니에게서 동생도 결국엔 돌아서고 만다.
언니의 임종을 앞둔 시간. 아내를 떠나보내는 슬픔에 뒤돌아서서 우는 남편, 딸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내는 무뚝뚝한 아버지의 떨리는 턱, 언니의 손을 감싸 쥔 채 아가, 아가, 라고 속삭이는 어머니. 가족들이 슬퍼하는 자리에서 같이 울어줄 수 없는 자신이 언니의 마지막 순간을 망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순간, 언니, 라고 불러보고 싶었지만, 이미 모든 것이 끝난 뒤. 언니와 회복하지 못한 관계는 언니의 생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에도 되돌리지 못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에게서 멀어진 가족들, 혹은 내가 저 멀리 내쳐버린 가족들 때문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한 번 끊어진 관계는 다시 이어 붙이기기가 왜 이리도 힘든 건지. 가족이지만 가족이라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나지 않는다. 임종 직전의 언니에게 차마 다정하게 '언니'라고 불러보지 못했던 동생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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