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우리 아들 100점 맞았어!

글쓰기/자유롭게 마구 쓰기

by gyaree 2018. 3. 28. 10:41

본문

반응형

우리 아들 100점 맞았어!


회사 책상 위에 컴퓨터에 연결해 충전 중인 핸드폰의 액정이 켜진다. 밝은 화면에 아내의 이름이 뜬다. USB 케이블이 꽂힌 채로 전화를 받는다. 전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밝다. 무언가 좋은 일이 일어났다는 건 금세 알 수 있다.

"오빠! 아들이 학교 수학 시험에서 100점 받았어."

아내의 목소리는 들떠있다. 듣는 나도 덩달아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흥분해서 전달한다.

"반에서 백 점 받은 애는 다섯 명이래."

아이가 4학년 올라가서 처음 치른 학급 시험 결과였다. 서른다섯 명 중에 백 점이 다섯 명이라며 좋아하는 아내의 들뜬 목소리. 잘했다고 게임 한 시간 허락했다고 한다. 아들이 백 점을 받아온 게 이리도 좋을까. 세상 엄마들은 다 비슷한 듯하다. 자식이 공부 잘하면 기뻐하고 즐겁고. 그렇다고 나는 슬프다는 얘기는 아니다. 나는 다만 시험이란 게 때로는 몇 개를 틀릴 수도 있고, 컨디션이 나쁘면 왕창 틀릴 수도 있는 것이라서 아이들의 점수에 그렇게 연연하지 않는다. 그런데 엄마들은 다르다. 아이들의 시험 성적 하나에 희비가 엇갈려 성난 호랑이가 되기도 했다가 애교 넘치는 고양이가 되기도 한다. 수학 문제 못 푼다고 수도 없이 혼나며 머리통 맞아가며 울며불며 엄마의 단호한 목소리에 싫은 기색 한 번 안 내고 따라주는 아이들이 고맙기만 하다. 

학교 시험에서 떡 하니 백 점을 받아왔으니 말이다. 내 어릴 적보다 잘하는 아이들. 나는 어려서 백 점을 받아 본 기억이 없다. 거의 삼십 점대를 오가며 빨간색 엑스 표시가 많은 시험지를 받은 기억만 남아 있다. 그런 나에 비해서 이 아이들은 참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다행히 아빠를 닮지 않아서. 아빠라는 인간은 아이들이 시험에서 삼사십 점을 받아와도 그리 큰 실망은 하지 않는다. 세상 모든 아빠가 다 그러진 않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다. 하지만 엄마는 다르다. 시험에서 많이 틀리면 금세 기운이 빠진다. 그동안 잘 가르치지 못하고 신경 써주지 못한 자책감에 더 가슴 아파하는 것 같다. 맞벌이하기 때문에 아이들 공부에 신경 써서 체크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조금만 시간을 내서 들여다보고 지도해주면 좋았을 텐데'라고 자책하기도 한다. 


사는 게 뭔지....

사는 데 바빠서...

사는 데 힘겨워서...


생활의 피곤함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달된다. 엄마 아빠가 그래도 밝은 아이들. 백 점을 받아서 기쁘고 좋은 것이 아니라 혼나도 금세 밝은 얼굴을 보여주는 아이들이라서 고맙다. 엄마는 백 점이 더 고마울지도 모르지만... (실은 엄마도 너희들의 밝은 얼굴이 더 고맙다는 것)

오늘 저녁엔 선물로 이천 원 미만으로 집 근처 알파 문구에 가서 마음껏 고르라고 했다.

마음껏. 

작은 사치를 부려본다.



우리 시대 웹툰작가들의 생존기 - STYING ALIVE
국내도서
저자 : 박인찬
출판 : 다할미디어 2017.04.25
상세보기
나도 웹툰 작가가 될 수 있다
국내도서
저자 : 박인찬,박세기
출판 : 혜지원 2016.05.07
상세보기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