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동 백제 고분
미세먼지로 요 며칠 째 일회용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이제 오후가 되면 20도로 올라가는 여름 같은 날씨. 긴 남방 등 뒤로 땀이 차오를 정도로 후끈하다. 걸으면 걸을수록 등판이 찐득거린다. 벌써 이렇게 더워졌나. 겨울이 끝난 지도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봄을 건너뛰고 바로 여름이 앞에 서 있는 느낌이다. 봄의 파란 하늘 대신 미세먼지와 황사 입자가 보일 만큼 머리 위는 희뿌옇다.
그렇게 터벅터벅 걷다가 마주친 소나무.
큰 가지 하나가 뱀처럼 휘어져 길 위에 터널을 만든다.
이파리는 이미 녹색 옷으로 갈아입고
나뭇가지 몸뚱어리에서도 새살이 돋아나듯,
겨우내 입고 있었던 껍질이 벗겨져 드문드문 뽀얀 갈색 살이 보인다.
아, 그런데 나뭇가지 끝에 철기둥 두 개가 받치고 서 있다.
멋들어지게 휘어진 두툼한 나뭇가지는 저 혼자서는 설 수가 없는 모양이다.
저 철기둥이 장대한 소나무의 자태를 흐트러뜨린다.
저 철기둥만 없으면...
소나무의 내면을 모르고 그냥 내뱉은 말.
저 철기둥 없이는 나뭇가지가 쓰러지겠지.
그러다 썩은 고목이 되겠지.
몇백 년을 그 자리에 살았을 소나무도 이제는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할 때,
서로가 의지하며 더 고운 자태를 이끌어낸다.
소나무 가지를 받치고 있는 쇠기둥을 보다가 불현듯 생각이 났다. 저 나무도 이제는 혼자서는 살 수 없는 것처럼, 사람도 혼자서는 살기 어려울까? 인간은 '사피엔스'라고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라 한다. 군집을 이루어 살아야 한다고. 그런데, 나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는 것이 왜 이리도 힘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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