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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버튼 달린 신발 못 사줘서 미안해!

글쓰기/자유롭게 마구 쓰기

by gyaree 2018. 4. 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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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운동화



가격과 실용성을 생각해 적당히 타협한 철 지난 운동화 한 켤레. 그래도 새것이라고 판매장에서 신어보더니 헌 신발은 벗고 새 운동화로 신고 가겠다고 하며 좋아한다. 아직은 비싼지 싼 지 머릿속에 개념이 자리 잡지 않아 부모가 고른 신발을 흡족해하며 기쁜 마음에 발걸음마저 가볍다. 아들의 운동화를 사러 여러 번 매장에 갔다가 빈손으로 나온 아내. 사주고 싶고 마음에 드는 신발은 넘치지만, 지갑은 넘치지 않기에 점원에게 가격만 물어보다 그냥 돌아서서 나온다. 지난겨울 해어진 운동화를 투정 하나 부리지 않고 신고 다녔던 아들. 운동화가 해어지고 뜯어졌으니 새것 하나 사달라고 조르는 일도 없다. 어려서 물욕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이미 눈치가 생긴 건지.   


오늘도 다시 신발 판매장을 찾았다. 여러 군데 돌아보지만 마땅한 신발이 보이지 않는다. 아니, 마땅한 가격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아이들 신발이 왜 이리 비싸냐며 당신은 한마디 거든다. 옆에 있던 아내가 바로 응수한다. "비싼 게 아니라 요즘 다 이래. 우리가 돈이 없는 거지." 그리고 다시 다른 매장 앞으로 가니 세일하는 신발 몇 개가 매대 앞에 진열되어 있다. 가격도 적당하고 디자인도 그런대로 색깔도 괜찮은데 아내는 그냥 지나친다. 당신의 눈엔 괜찮아 보이는 것이 아내의 눈에는 겨울철 모델에 봄에 신기에는 너무 덥기도 하고 어울리지 않는 모델이다. 아내가 찾는 모델은 싸면서도 봄에 신어도 아무 거리낌 없을 색깔을 지닌 운동화다. 그러던 중 아들이 눈에 걸린 운동화 한 켤레. "엄마 이거 우리 반 누구누구가 신은 거랑  똑같애." 아들이 가리킨 운동화를 보니 신발 끈 옆으로 버튼이 달려 있고, 그 버튼을 누르면 운동화 끈이 쉽게 조이는 역할을 한다. 아들도 그 모델이 갖고 싶은지 조금은 격앙된 목소리로 엄마 아빠를 부른다. 그런데 가격을 보니 아내가 예상한 가격의 세 배는 비싼 가격표가 붙어 있다. "이거는 아니야!" 그것이 안 된다는 자초지종과 합당한 설명도 없이 아들의 외침에 일격을 가한다. 사실은 돈 때문인 것을. 그래도 아들은 싫은 내색 하나 하지 않지만 어딘지 모르게 아쉬워하는 모습은 역력하다. 매장에서 신발의 디자인보다 신발 아래 붙여 놓은 가격표에 먼저 시선을 주는 아내. 


결국, 여러 매장을 돌다 돌아 적당한 가격의 신발을 찾았다. 정말 사막에서 바늘 찾기 하는 심정으로. 그 신념이 통한 것인지 아들도 만족하고 엄마 아빠도 만족하는 신발을 찾았다. 솔직히 말하면 엄마 아빠는 만족하지 못한다. 세 배는 더 비싼 버튼이 달린 신발을 사주지 못했기에 미안함이 앞선다. 남편의 아침 출근길과 아들의 학교길에 새 운동화는 훨훨 날아간다. "아빠! 너무 가벼워! 신발 너무 좋아!" 친구가 신었던 신발의 삼 분의 일밖에 안 되는 가격이라도 아들의 등굣길은 날아갈 듯 가벼워 보인다. 


아들! 버튼 달린 신발 못 사줘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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