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었어요?
나랑 차 마실래요?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에서 결혼 후 남녀의 사랑에 재난이 닥치고 그 사랑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에 대해 다루었다면, [그래도 사랑]은 파릇파릇한 사랑의 시작과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다.
이 책에는 다양한 방식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와 딱 어울리는 영화나 책이나 음악에서 나오는 사랑에 관련한 스토리를 소개한다. 글로 풀어낸 사랑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사람은 누구나 처음 사랑을 시작할 때 서투른 감정을 어떻게 추슬러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 사랑에는 정답이 없으니 그럴 만도 하다. 수학공식처럼 딱 들어맞는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
가령 내가 행복한 순간, 그 사람도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수학처럼 모자란 부분을 채워 줄 정확한 공식이 있어서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 행복의 저울을 균등하게 만들기 어렵다. 이렇게 남녀 간의 사랑에 장벽이 생기거나 균열이 생겼을 때, 이 책은 정말로 소중한 상담 선생님 역할을 한다. 특히 이제 갓 사랑을 시작한 청춘들이 이쁜 사랑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그래도 사랑]은 바로 옆에 있는 친구의 한마디 조언보다 더 좋은 고민상담사가 될 것이다.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이 자라서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랑을 찾으려 할 때, 나는 꼭 이 책을 읽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사랑한다고 해서 행복으로 충만하지만은 않다. 아빠나 엄마가 모든 사랑에 대해서 가르쳐 줄 수도 없다. 사랑엔 반드시 아픔이 따르기도 하고 혼자서는 풀지 못할 난제에 부닥치기도 한다. 이렇게 사랑이 어렵고 힘들 때, 마음 한구석을 뻥 뚫리게 해주는 다양한 사랑 이야기가 담긴 책 한 권에서 때로는 큰 힘을 얻을 수 있고 다시 기운을 차려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할 수 있다.
우리 안에 들여놓은 것들에게 마음을 주세요.
우리에겐 그럴 책임이 있어요.
창밖에 비가 내린다고 해서 집안에 들여놓은 화초에 저절로 빗물이 떨어지지 않는다. 화초는 하루라도 물을 주지 않으면 말라죽는 것처럼 자기 안으로 들어왔다고 해서 관심이 사라진다면 그 또한 말라버린 화초와 다를 바 없다.
그 사랑은 아팠던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 사랑은 즐거웠던가.
그랬습니다.
인간의 뇌는 여러 가지 기억 중에서 고통을 가장 먼저 잊도록 구조화되어 있다고 합니다. 계속해서 살아가라는 뜻이라 들었습니다. 서둘러 고통을 잊고 멈추지 않고 살아가고 또 사랑하도록 말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사랑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내가 행복한 순간, 그 사람도 행복하다는 건 아주 중요한 거예요.
어느 책에서 본 건데
사랑은 고백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래요.
밥 먹었어요?
나랑 차 마실래요?
이런 간단한 말로 시작하는 거래요.
새는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칩니다. 곁에서 보기에 안타깝다고 사람이 밖에서 알을 깨주면 그 새는 날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해요. 몸부림치는 동안 날개의 근육이 단련되어 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니까요.
스스로 깨고 나와야 해요. 두려움의 벽 너머에 놀라운 사랑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으면서 우리 스스로.
사랑에 있어서도 그렇고, 일에 있어서도 '새로운 것에 밀리면 어쩌나' 불안할 때가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아니에요. 중요한 것은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되는 일이고, 시간이 가르쳐준 깊이와 경험, 능력은 다른 것이 대신할 수 없다는 걸 알아가는 것입니다. '낡은 사람이 되지 않고 깊은 사람이 되는 중'이라고 믿으니까 한결 기운을 내서 일과 사랑 모두를 씩씩하게 해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깊어져요, 우리.
시간과 함께 낡아지지 말고.
우리의 사랑도 그렇게 될 수 있도록 기억하기로 해요.
오랜 시간을 함께한다는 것의 가치를.
그 힘을.
선배 하나가 이야기를 해주었지.
너의 얼굴은 집에 두고 출근해라.
가면을 쓰고 있어야 안전하다는 거야.
회사에 있는 동안은 늘 웃으며 친절해야 하니까 직장 여성의 기능적인 가면을 쓰고 진짜 마음은 그 뒤에 숨기는 거야.
가면을 써보니까 그쪽이 더 편하더라고.
편하긴 했는데 그렇게 1년, 2년 지나다 보니까 이젠 어떤 게 진짜 내 얼굴인지 모르게 됐어.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아 남자는 여자를 안아주었다.
우리는 모두 조금씩 같은 방식으로 자신을 숨기며 살아간다.
단단해서가 아니라 약해서 말이다.
있는 그대로 세상을 만나면 부서져 버릴까봐 겁이 나서 보호막을 치는 것이다.
우리 안에 들여놓은 것들에게 마음을 주세요.
우리에겐 그럴 책임이 있어요.
창밖에 비가 내린다고 해서 집안에 들여놓은 화초에 빗물이 떨어지지 않는다. 화초는 하루라도 물을 주지 않으면 말라 죽는 것처럼 자기 안으로 들어왔다고 해서 관심이 사라진다면 그 또한 말라버린 화초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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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0 - [책소개/소설] -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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