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보면 현찰이 따라갑니다.
2018년 6월 5일, 아침 버스 정류장.
아저씨가 발을 가만히 두지 않고 통통 튀기도 하고 무언가 자세가 불안정하다. 오른손엔 흰 봉투가 서너 개 들려 있고 어떤 표적을 찾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그 흰 봉투 위로 오만 원권 지폐가 살짝 삐져나와 있다. 그 옆을 지나가던 아저씨 드디어 표적이 되었다. 봉투를 들이밀더니 "신문 보세요. 현금 있어요."
역시나 신문 영업을 하는 아저씨의 표적은 나이 든 사람들. 어리거나 나이가 40대 밑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현금이 살짝 보이는 봉투를 내밀지 않는다. 주 표적은 50대 후반에서 60대 이상의 남성 어르신이다. 젊은 사람들은 어차피 안 볼 거라는 걸 아는지 눈길조차 주지 않는 노련함. 그의 상대는 따로 있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잘 다니지 않는 아침 버스 정류장에 그의 봉투를 받을 사람은 없어 보인다. 이 정류장에서는 더는 표적을 찾지 못했던지 방금 도착한 버스에 올라타고 자리를 뜬 신문 영업 아저씨. 요즘도 이런 방식으로 신문 영업은 이루어지고 있다. 돈 없는 사람에겐 아주 큰 미끼가 아닐 수 없다. 오만 원권 지폐를 몇 장이나 주는지 알 수 없지만, 그 누군가에겐 가뭄에 단비 같은 거금이다. 이런 미끼 상술에 나의 아버지 또한 제물이 됐으니. 누군가에게는 엄연히 통하는 상술이다. 이 때문에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신문 영업 사원들의 존재에 매서운 눈길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한 번 걸려들면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파리 끈끈이처럼 들러붙는다. 결국에 신문을 넣지 말라는 말을 수차례 하고서도 몇 년을 더 신문을 봐야 했다. 애초에 돈을 받지 말고 신문 구독을 하지 말아야지 실수로 집안에 들이는 날엔 적어도 3년은 각오해야 한다는 사실. 보기 싫은 신문을 몇 년 동안 봐야 한다는 건 가혹행위나 마찬가지다.
나의 아버지 같은 분이 있는 한 우리나라 신문사의 밥줄은 끊어지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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