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정리
자꾸만 쌓여 간다. 정리되지 않은 모든 것들이. 원래 정리정돈과는 거리가 먼 나. 회사 컴퓨터 폴더 하나에 만 장이 넘는 사진이 들어 있다. 폴더 하나에 많은 파일이 쌓이니 이것도 버벅댄다. 더블클릭을 해도 반응이 없다. 두 번의 '타닥' 하는 소리가 나고 한참이 지나서야 그 안으로 들어간다.
인생도 한 번쯤은 털어내고 가야 할 때가 있는 것 같다. 컴퓨터의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파일이 쌓이면 느려지고 버벅거리는 원인이 된다. 하드웨어를 바꾸지 않고 제 속도를 내려면, 답은 하나다. 돌아보기다. 오늘 아침도 책상에 앉아 핸드폰을 컴퓨터와 연결했다. 출근 버스에서 읽었던 책의 한 부분을 찍은 파일을 옮기기 위해서다. 언제부턴가 사진이 저장된 폴더에 들어가는 길이 험난해졌다. 쓸데없는 파일을 버리지 않고 담아두기만 하니. 인생도 마찬가지다. 버려야 할 것들을 버리지 못하고, 예컨대 나쁜 습관이나 관행들이 몸에 들러붙어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이대로 폴더 하나에 수만 장이 넘는 사진을 넣으면 결과는 뻔하다. 옛 기억을 더듬고 싶어도 오랜 버퍼링 때문에 여의치 않을지 모른다. 2014년, 2015년, 2016년, 2017년, 2018년 폴더를 만들어 분리했다. 컴퓨터 반응이 훨씬 빨라졌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폴더 네 개 만들어서 1년 치 파일을 전부 드래그해서 각각의 폴더로 옮겼다. 귀찮아서, 나중에, 이런 생각들이 변화를 막는다. 이렇게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것을. 미련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
2018.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