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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아! 춥니?

일상/하루하루

by gyaree 2018. 10. 2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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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아! 춥니?


점심 먹고 돌아오는 길.
쌀쌀한 날씨에 열어 놓은 점퍼 지퍼를 올렸다. 흐린 하늘에서 싸리눈 같은 비가 내린다. 길거리에 우산을 받쳐 쓴 사람들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 예상하지 않은 비가 내린 탓이다. 머리 위에 손을 얹어 비를 막으며 뛰는 여자들. 이 정도 비쯤이야 맞아도 상관없다는 듯 유유히 걷는 사람들. 옷을 적실 정도까지는 아니어서 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걷는다. 그래도 비라고 걷다 보니 조금씩 젖는다. 잠시 내리는 비 같아서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이 나오면 쉬었다 가려고 주변을 둘러봤다. 때마침 공원 벤치가 있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벤치 위로 플라스틱으로 덮은 천장이 있어 지금 내리는 비를 충분히 피할 수 있다. 




벤치에 앉았다.
옆 벤치 아래로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왔다. 살이 토실토실 찐 황색 길고양이.
이 녀석도 쌀쌀한 날씨에 비까지 내리니 나처럼 비를 피한다고 벤치 아래로 들어온 모양이다. 그런데 벤치는 나무 사이사이가 벌어져 비를 막아주지 못한다. 고양이가 고른 벤치는 천장 막이 없는 곳에 있다. 나는 비를 피해 앉아서 녀석을 관찰했다. 몸을 최대한 조이는 고양이. 따스한 온기를 끌어모으는 듯 몸을 둥글게 말았다. 그러더니 내 쪽으로 얼굴을 돌린다. 아무래도 자기가 고른 자리가 잘못됐다고 느끼는 것 같다. 나는 조심스럽게 스마트폰으로 녀석을 찍었다.


 


녀석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있는 자리가 부러웠을까. 나한테 다가온다. 

"뭐지? 왜 나한테 오는 거야?"


어슬렁어슬렁 다가오더니 내 다리 사이로 파고든다. 녀석의 움직임도 신중하다. 내가 자신을 해치지 않을 사람이라고 판단한 건지. 조심스럽게 냄새를 맡더니 허벅지 위로 올라왔다. 마치 제 주인 품으로 파고들 듯이 자리를 잡는다. 왠지 얼떨떨하다. 애완동물을 길러본 적도 없고 개나 고양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게 달려온 고양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그저 그렇게 가만히 있었다. 아마도 따뜻한 온기가 필요해서였을까. 허벅지에 올라와서 빙그르르 돌더니 편안한 자세를 취하며 앉았다. 땅바닥에 앉을 때와 똑같은 자세로. 고양이 발이 내 허벅지를 누르는 느낌이 묘하다. 적당한 압박감과 따스한 기운이 섞여 나쁘지만은 않다. 녀석도 내 허벅지가 그러했을지도.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고 궁둥이를 밀착시킨다. 허락한 적도 없는데 남의 허벅지를 이불로 만드는 녀석.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자세가 되어 녀석의 바닥이 되어주었다. 손으로 한번 쓰다듬어주지도 못했다. 인간의 손길을 아는 녀석이라 내 품을 파고들었을 텐데. 나는 순간 몸이 굳어버렸다. 혹시나 이 녀석이 내 바지에 오줌이라도 싸지는 않을까. 귀엽다는 생각보다 그런 걱정이 앞섰다. 빨리 내 허벅지에서 내려가 주기를. 길고양이 하나 따뜻하게 품어줄 아량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인간에게도 마찬가지였던 듯하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제대로 따뜻하게 품어준 기억이 없다. 마냥 혼자가 편했고 누군가와 어울리는 것이 귀찮고 싫어서 피해왔다. 내가 먼저 따스한 손길을 뻗어본 적이 없었다. 이 길고양이에게조차 내 품을 흔쾌히 허락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도 따스한 품이 그리워 찾아온 고양이를 내칠 수 없어 허벅지를 내주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서 서투르고 어색하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다. 한 번이 어렵지 다음에 또 만난다면 내 허벅지를 내어 줄게 고양아!    




다시 내 옆에 왔어. 내가 좋은 거야?




바이바이! 나중에 또 보자.



201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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