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 우리나라에 일하러 노동자들이 몰려오던 시기가 있었다. 그들이 한국에서 제일 힘든 점이 먼 곳을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에서 살던 사람들, 눈을 가로막는 게 없어서 멀리까지 바라보던 그들에게 빌딩으로 둘러싸여 혹은 산들에 가로막혀 앞이 가려진 풍경은 고통이었다.
길들여진다는 것은 그렇게 무섭다. 습(習)이 인간의 본질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오래 반복해서 습이 되어버리면 그게 곧 나의 업(業)이 된다. 벗어나기 어렵다. 인간에게는 뇌가 있다. 생각하고 판단하고 해법을 모색한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인간은 궁리를 할 줄 안다. 슬럼프가 아무리 대단해도 그걸 이기려는 인간의 의지보다 강하지는 않다.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내가 해야 할 역할에 집중하다 보면 슬럼프는 언제가 떠난다.
이때 생의 속도를 늦추고 잠시 쉬어도 좋다. 넘어진 김에 쉬어가자. 여러모로 슬럼프는 뭔가를 전환해야 할 시기임을 알려준다. 슬럼프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 그 시기를 지나고 나면 나중에는 그걸 겪은 다른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다. '고생 좀 하시겠군. 그래도 가다 보면 끝이 보인다네.' 그렇게 여유를 부려볼 날이 머지 않았다. 남의 아픔을 이해하는 마음의 품도 넓어진다. 내공이 쌓이는 계기라고 믿어도 좋다.
먼지와 티끌과 갖가지 오염으로 더럽혀진
내 자신이 껍데기를 벗고
본래의 감각과 생각과 모습을 찾는다.
각질을 벗은 정신,
나의 투명한 마음,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는 시선.
엄청난 것을 얻는 게 아니라
그저 나를 나로서 바라보는 일이다.
-최옥정 [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 중
|
|
마크저커버그 목적이 이끄는 삶의 의미 (0) | 2019.04.17 |
---|---|
내 스스로 등불을 밝혀 법을 찾으라! 자득명(自燈明), 법득명(法燈明) (0) | 2019.04.11 |
입체적 글쓰기와 평면적 글쓰기 (0) | 2019.04.08 |
백번 망설인 당신에게 (0) | 2019.04.04 |
나의 자화상을, 미래의 지도를 그려라. 이대로, 아니면 다르게! (0) | 2019.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