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쟤 또 왔어. 저기, 저기!"
드디어 이 녀석의 아름다운 자태가 드러났다. 내가 생각하는 양재천의 명물은 왜가리다. 이 새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새가 아니다. 내가 동물원에 가서도 본 기억이 없는 새이므로. 이 녀석을 만나면 더 신경이 쓰이는 이유다. 항상 외롭게 홀로 생활하며 두 마리 이상 같이 있는 순간을 본 적이 없다.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은 욕심에 살금살금 다가갔다. 역시 길바닥에 흔한 비둘기 따위와는 비교할 새가 아니었다. 사람이 바로 앞에 다가가도 날아가지 않는 비둘기는 왠지 새인데도 새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양재천을 매일 다니다 보니 까치 또한 비둘기를 닮아가는 것 같다. 비둘기가 무리를 지어 다닌다면 까지는 보통 두 마리가 한 짝이 되어 다닌다. 산책로에서 통통 튀어 다니는 시커먼 녀석이 있다면, 그건 까치다. 이 까치들도 점점 겁이 사라진 건지 내가 다가가도 도망가려 하지 않는다. 뭐 비둘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까치도 좀처럼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다시 왜가리로 돌아와서. 이렇게 크고 아름다운 자태를 가진 왜가리는 겁이 많은 동물이다. 나는 조금 더 가까이에서 자세히 보고 싶었을 뿐인데 큰 날개를 펄럭이며 당차게 날아오른다. 큰 날개를 접었다 폈다 반복하면서 날아가는 폼은 여느 작은 새들의 날갯짓과 확연히 달랐다. 한 마디로 우아했다. 비둘기가 팔락 팔락이면, 왜가리는 펄럭펄럭. 하얗고 긴 목과 긴 다리, 날개 끝부분을 회색으로 장식한 깃털은 오히려 끝까지 하얀 것보다 아름답게 보인다. 왜가리는 물 깊이가 낮은 양재천에서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 다닌다.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서 고요한 장소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무리 짓지 않으며 오롯이 진정한 혼자가 된다. 요즘의 내가 이 왜가리를 닮아가는 것 같다. 무리 짓기 싫어하고 혼자이길 바라는 마음. 나는 떼로 몰려다니는 비둘기보다는 왜가리에 가깝다. 어떨 때는 외롭기도 하지만 그만큼 자유롭다. 무엇에 얽매이지 않는 삶. 이것이 내가 바라는 삶이다. 양재천에서 만난 왜가리가 왜 이리도 친근하고 정겨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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