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통닭 양재점
"하필이면 금요일 저녁에 치킨을 사 오라고 하는 거야!"
웹툰 작가들 모임에서 처음 알게 된 '노랑통닭' 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도 맛있게 먹었다. 간장, 후라이드, 매운맛이 하나의 세트에 같이 들어있다. 역시 달달한 맛은 여성들의 워너비 치킨으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다. 맛있게 먹었다는 말에 와이프가 사 오라는 명령에 찾아보니 양재역에 있다. 우리 집까지는 배달이 안돼 직접 가지러 가야 한다. 세트 하나를 주문했더니 1,8000원. 사장님한테 이거 가족 네 명이 모자라지 않냐고 물어보니 장사를 잘하는 사장님 왈!
"간식으로 먹으면 안 모자라고, 밥으로 먹으면 모자라요."
"여기다 닭똥집 감자튀김 하나 추가하면 알맞아요."
"그건 얼마예요?"
"만 원."
이렇게 장사 수단이 좋은 사장님의 말을 따라 세트 하나에 닭똥집을 추가해서 포장. 다음이 문제다. 금요일 저녁이라 버스에 사람이 가장 많은 날이다. 이렇게 고소한 냄새를 버스 안에서 풍겨야 하니. 사람들에게 얼마나 민폐 인가. 될 수 있는 한 냄새가 나지 않게 포장지를 덮어달라 주문했다. 그런데 바로 튀긴 닭은 통풍되지 않으면 눅눅해진다는 점원. 어쩔 수 없이 스테이플러로 몇 군데 박아 넣고 가운데 부분만 약간 숨 쉴 구멍을 남기고 포장해주는 센스 있는 여점원.
버스 정류장엔 역시나 사람들로 빽빽하다. 마을버스 안은 이미 발 디딜 틈도 없다. 벌써 치킨 냄새가 스멀스멀 퍼지기 시작한다. 배고픈 저녁시간. 이런 냄새는 고통이다. 버스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옆에 앉은 아저씨가 창문을 연다. 참기 힘들다는 제스처다. 나라도 그랬을 텐데. 괜스레 미안해진다. 치킨의 고소한 냄새는 점점 버스 안을 메우고 있다. 빨리 내리고 싶은데 이런 날은 길도 막힌다. 우리 집까지 배달도 안 되는 '노랑통닭' 다음에 또 먹고 싶은데 이걸 들고 또 버스를 타려니....
양재역 1번 출구 내려와서 오른쪽으로
바로 튀긴 닭을 주는 주방.
금요일 저녁은 역시 치맥.
기다리기 심심한 사람은 주방에서 양파를 까도 된다고 함. ㅎㅎ
모집 / 여자는 면접 끝. 남자는 다 할 줄 알아야 함.
스테이플러로 냄새 안 나게 포장해준 여점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