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알게 된 드립 커피의 맛. 나의 첫 커피는 병에 들어있는 맥심 커피와 비닐봉지에 포장된 프리마의 조합이었다. 넉넉지 않았던 어린 시절. 우리 집 부엌 찬장엔 엄마의 맥심과 프리마는 떨어지지 않았다. 가난했어도 커피는 마시는 집이었다. 뭔가 분수에 맞지 않는 사치를 부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렇다 보니 남들보다 어린 나이에 커피의 맛을 경험하게 됐다. 아마도 중학교에 가서야 커피라는 맛을 처음 알게 됐던 것 같다. 당시엔 맥심 커피보다는 프리마가 더 맛있었다는 편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아기들 분유가 그렇듯 프리마도 한 숟갈 퍼먹으면 우유 같은 맛에 달달함이 더해져 간식이 많지 않았던 우리 집에 나의 간식거리였다. 엄마 몰래 한 숟가락씩 퍼먹는 묘한 스릴과 함께. 입천장에 달라붙어 뻑뻑함이 밀려와도 맛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느끼한 맛인데. 그 시절엔 왜 그렇게 맛있었는지....
커피 두 스푼, 프림 두 스푼, 설탕 두 스푼으로 시작한 커피. 커피 원두 본연의 맛을 즐긴다기보다 프림과 설탕으로 범벅된 커피의 공식이었다. 여기서 조금 고급스럽게 먹는 사람들은 프리마를 빼거나 설탕을 넣지 않고 먹었다. 흔히들 '블랙'이라고 말하던. 뭔가 좀 있어 보인다는 느낌. 내가 먹는 커피는 다방 커피와는 레벨이 다르다고 애써 위로하며. 그 시절에 잘사는 부자들은 원두커피를 즐겼을지 모르지만, 우리에겐 오로지 맥심이었다. 이렇게 인스턴트 맥심은 나와 긴 세월을 같이 했다.
내가 인스턴트커피를 졸업할 때쯤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 '아메리카노'였다. 그동안의 커피는 갈색이었는데 이건 말 그대로 블랙이다. 검은색이다. 그냥 쓰고 아무 맛도 없는 시커먼 물에 지나지 않았다. 이럴 바엔 그냥 다방 커피로 돌아가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촌놈이 이런 생소한 커피를 만났으니 적응이 안 되는 건 당연한 일. 이것도 한잔 두잔 마시다 보니 쓴맛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조금씩 적응되기 시작했다. 아메리카노에 완벽하게 적응했을 때는 내가 왜 저런 다방 커피를 계속 마셔왔는지 후회가 들기도 했다. 청년기까지가 다방 커피의 역사였다면 20 중반을 넘으면서 아메리카노의 길이 시작됐다. 나와 함께 한 아메리카노도 어언 20년이 넘었다. 특히 교회 십자가만큼 생기는 카페가 나의 아메리카노 사랑에 부채질을 한 견인차 노릇을 했다. 카페에서만 즐기던 아메리카노를 집안으로 끌어드린 것이 캡슐 커피다. 조금 더 커피 원두의 맛을 느끼고자 선택한 캡슐 커피. 이것도 처음엔 신세계였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집안의 아메리카노. 3년을 넘게 네스프레소 캡슐은 우리 집 바리스타였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이제는 캡슐 커피에 만족감이 떨어지는 시기가 왔다. 원두의 맛과 향은 어떨까? 궁금했다. 입때까지 원두커피는 귀차니즘이라는 이유로 거절했었다. 간편함과 맛과 향을 비교했을 때 항상 간편함이 승자였다. 커피믹스 또는 캡슐 커피의 완승. 이제는 맛과 향을 즐기고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찾은 동네 근처 개인이 운영하는 드립 커피 전문점. 각각의 유리병 안에 담긴 여러 나라의 원두가 눈에 들어왔다. 커피 문외한도 다 아는 브라질, 콜롬비아 원두를 필두로 케냐,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등등... 나라 이름이 유리병에 붙어있었다. 점원에게 초보자에게 추천할 만한 커피가 뭐가 있냐고 물었다. 역시 브라질, 콜롬비아를 추천한다. 한국인 입맛을 길들인 브라질, 콜롬비아 원두다. 마셔보면 안다. "아아! 이게 브라질이었어!" 내가 지금까지 마셔왔던 커피가 대부분 브라질이나 콜롬비아 원두였다. 그런데 원두의 향은 역시 달랐다. 내가 마시던 커피의 향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고소함과 콧속을 파고드는 매혹적인 향. 드립 커피의 매력을 알 듯했다. 굳이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원두의 향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시음으로 드립하는 엘살바도르 원두의 향은 다크 초콜릿의 향과 중후함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새로운 세계를 맛보는 경험이었다. 이렇게 우리 부부의 원두커피가 시작됐다.
정말 구하기 힘들었다.
2017 서울 카페쇼 전시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런 전시가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검색해보니 이미 사전등록은 끝난 지 오래. 입장권을 알아보니 18, 000원. '허걱' 커피의 원두 향과 맛을 느낀 지 얼마 안 돼 이런 큰 전시회를 한다니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아내가 무료관람권을 준다는 곳엔 전부 응모했다. 날짜는 다가오고 응모한 곳은 전부 떨어지고 초조한 마음에 중고나라에서 1장 5, 000원에 판매한다는 글에 사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다행히 전시회 오픈 일주일 전 응모했던 곳에서 합격했다는 답장이 왔다. 초대권 두 장. 36, 000원을 아낀 셈이다.
아침 10시 30분. 아직은 한산. | 초대장 소지자는 3층으로 |
첫 번째 시음한 이탈리아 커피. 나쁘지 않았다. 사고 싶었지만, 처음 들린 곳이라 그냥 패스.
보나파르테 커피
현지인이 직접 홍보
사람들로 북적북적.
하와이 커피
에스프레소 아으! 써.
이 아저씨 열심히 라테 아트 하는데 전부 그림의 떡. 저렇게 만들기만 하고 시음하라고 주질 않는다. 기다리던 아줌마 화가 나서 진행요원에게 쓴소리. 만들기만 하고 주지를 않냐고. 아줌마 덕분에 한잔 얻어먹나 했더니 역시 우리의 바리스타님 예술만 하네.
한잔 주면 안 되나?
당 떨어진 분은 한잔. |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 |
밀크 | 페퍼민트 | 헤이즐넛 |
칙칙폭폭 소리도 나려나?
커피와 단짝.
이제 세계 4대로 입성하려나?
인기 만점.
본사 직원인 듯.
싸다 싸!
아이쇼핑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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