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러멜 마키아토

캐러멜 마키아토

캐러멜 마키아토

내 돈 주고 사 먹지 않는 음료 중 대표적인 브랜드. 두둥두둥! '스타벅스' 

내가 이상한 건가? 세상 사람이 이상한 건가?

그런데, 오늘은 내 손에 녹색의 긴 머리를 하고 머리 위에 큰 별이 달린 왕관을 쓴, 미묘한 웃는 표정을 지은 여자의 로고가 박힌 컵이 들려있다. 캐러멜 마키아토! 먼저 말해두겠지만 절대 내 돈으로 산 게 아니라는 것. 영수증에 인쇄된 가격을 보니 5, 600원. 

나는 이상하게 스타벅스에서 사 먹는 커피가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다. 내가 생각하는 커피의 적정가는 대략 1, 500 ~ 2,500원 사이.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꽉 박혀있다. 다른 브랜드 커피라도 이 정도 가격이면 그냥 내 돈 내고 사 먹는 편이다. 뭐, 오차 범위 내에서 500원 정도 더 나가도 괜찮지만, 그 선을 넘어서면 그냥 바이바이다. 돈이 없어서 못 사 먹는다고 솔직해지라고 한다면 변명할 여지는 없다. 내게는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만족감이 저렴한 커피를 마시는 만족감보다 뛰어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정말 커피 맛에 있어서 빼어난 차이를 보인다면 사 먹지 않을 이유는 없다. 백다방의 1,500원짜리 커피에서는 맛볼 수 없는 별다른 무언가가 그것에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둔한 것일 수도 있다. 적어도 4, 000원은 차이 나는 금액이라면 맛과 향도 그만한 차이가 있어야 한다. 값이 비싸서 사 먹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설명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변명하지 마! 너는 돈이 없어서 못 먹는 거야!" 

타인의 눈에는 이렇게 보일지도 모른다. 커피 한 잔 가지고 구차한 변명에 궁상떤다고. 내게도 맘대로 스타벅스를 즐길만한 여유가 있다면 아마도 매일매일 그냥 지나치거나 하지는 않을지도. 오히려 매일 출석 도장을 찍을지도 모른다. 이따금 스타벅스 문을 박차고 들어가 마시고 싶을 때도 있기는 하다. 그 돈 없어도 살고, 한 잔 마신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나의 정신이 허락하지 않는다. 지금, 현재 내가 새워놓은 기준에 벗어난 행동을 한다는 게 싫을 뿐이다.

"야! 오늘, 니 손에 있는 커피는 뭔데?"라고 묻는다면...

"누군가 선물해준 거야. 이럴 때 스타벅스 먹어 보지. 언제 먹어?"    

스타벅스! 너는 내게 이런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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