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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이런 문자가 하나 왔다. 돈 갚으라는 독촉 문자 투성이 핸드폰에서 뜻밖의 문자를 받았다. 즐겁다. 입꼬리가 올라가고 눈가에 주름이 생길 정도로 좋다. 그렇다고 로또라도 당첨됐다는 이야기는 아니니까 배 아파하지 않아도 된다. 한 2주 전쯤 신청해놓은 책이 들어왔으니 찾아가라고 도서관에서 문자가 왔다. 반신반의로 재미 삼아 신청해본 건데 정말로 책을 구매했다고 연락이 왔다. 그것도 최근에 나온 따끈따끈한 책이라는 것.
내가 책을 돈 주고 사서 보지 않은지 반년은 흐른 것 같다. 도대체 어떤 방법이냐고?
정답은 동네 도서관이다.
잘 찾아보면 구마다 하나 또는 여러 개를 나라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이 있다. 그런데 이게 의외로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 웬만한 책은 구비되어 있다. 책을 사서 보지 뭘, 도서관까지 가서 귀찮게 빌려서 보느냐고 묻는다면... 딱 두 가지만 얘기해주고 싶다.
첫째, 돈이 없어서.
이게 아주 솔직한 심정이다. 나도 물론 내 돈 내고 사서 보고 싶다. 한 달에 한 권쯤은 나를 위해서 도서 구입하는데 돈을 써보고 싶지만 대한민국의 애 딸린 가장으로서 이것도 사치라는 생각 쪽으로 기운다.
두 번째, 이게 진짜 이유다. 집이 좁다.
어느 정도 예상하겠지만 집안에 애들이 점점 자라나면 아빠의 책장은 야금야금 사라진다. 책장은 어느덧 전부 애들의 책으로 꽉 채워진다. 아빠의 책 따위는 들어설 틈새를 찾기 어렵다. 습기 많은 창고에 처박히든지, 라면박스에 포장된 채로 베란다로 직행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아빠의 책은 무의미하다. 때문에 책을 한 권 한 권 사서 읽고 모아놓을 장소가 없다. 뭐 돈 잘 버는 가장이라면야 넓은 집에서 자기만의 서재 룸을 만들어서 멋들어지게 꾸며놓을 수도 있겠지만, 나 같은 범부는 가당치도 않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엄청난 독서광인 양 자랑하는 것처럼 들릴지도. [문제가 있습니다]의 저자 '사노 요코' 할머니처럼 어릴 때부터 활자를 좋아해서 평생을 책을 읽거나 하지도 않은 주제에 무슨 책장 타령이냐고 반박한다면 딱히 뭐라 할 말은 없다. 다만 집이 좁아서 그 조금밖에 없는 책도 이제는 책장에 만원 지하철처럼 꽉 들어차 벼렸다. 그러면 할 수 있는 방법은 책을 버리거나, 남을 주거나, 팔거나 해야 한다. 다시 한번 사노 요코 할머니 이야기를 해보자. 할머니는 자신이 읽고 너무 재미있는 책은 지인들에게 나눠줬다고 한다. (책이 너무 많아 집 옆에 창고를 하나 만들어 그곳에 책을 보관하기도 했다는데) 여행을 떠날 때는 항상 책을 가지고 가서 읽은 부분을 잘라서 버렸다고 한다. 여행 짐을 가볍게 하려는 방편으로. 나와 같은 범인은 내가 정말 재밌게 읽은 책들은 남에게 준다는 것이 왠지 용납이 되지 않는다. 한 마디로 아깝다는 거. 역시 소인배라고 해야 할까. 그럼 남은 방법은 버리거나 파는 일이다. 일단 나는 파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한 권 한 권 팔다 보니 이제는 집안에 내 책은 많이 남지 않았다. 책장에서 딱 한 칸 정도가 내 모든 인생에서 남은 책이 됐다. 뭔가 슬프기도 하고 안돼 보이기도 하고 씁쓸하다. '1만 권 독서법'의 저자 인나미 아쓰시처럼 1년에 700권 넘게 다독하는 사람도 아니기에 집안에 책이 넘쳐날 만큼 있지도 않거니와 독서광은 더더욱 아니다. 따라서 나의 경우는 책을 사서 읽는 건 지금 형편에 어울리지 않는다. 안 그래도 좁아터진 집에서 내가 읽은 책을 전시해서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러므로 나는 책을 빌려서 읽는 생활을 선택했다. 도서관에 마련된 '희망도서 신청' 코너. "설마 되겠어"라는 심정으로 신청해본 것이 덜컥 문자가 날아왔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이렇게 책을 읽는 방법도 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다. 책을 읽는 재미에 덧붙여 선물을 받는 기분마저 든다.
당신이 사는 곳 어디에나 도서관은 있습니다.
이렇게 책을 한 번 읽어보는 건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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