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량 기질 아버지와 부지런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두 분의 중간이 되지 못하고 '게으른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한량'이 되었다. 이 책을 펼치면 작가 도대체 씨의 간단한 프로필이 나와 있다. 책을 읽다 보니 어쩌면 이렇게 자신에 대해서 딱 들어맞게 적어놓았는지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근래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그리고 나의 입꼬리와 눈가의 살들을 가장 많이 들어 올린 책이다. 뭔가 묵직한 책들 위주로 읽다가 힘겨울 때, 이런 산뜻하고 가벼우면서도 위트가 넘치는 책이 필요한 것 같다. 무더위에 지쳐 목이 타는 날, 냉장고에서 꺼낸 차가운 탄산음료 캔 꼭지를 따서 한 모금 마셨을 때처럼.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제대로 공감하고 깔깔거리고, 버스에서 옆사람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조용히 웃으면서 읽게 되는 책이다.
작가는 자신이 게으르다고 여러 컷의 그림에서 보여주며 웃음 짓게 한다. 그런데 정작 이런 모습이 마치 나를 혹은 우리들의 숨겨진 모습이 아닐까.
"다들 이렇게 살잖아"
"너무 반듯하고 정확하게 살면 오히려 더 힘들고 지친다고"
삶이라는 게 적당한 게으름도 피우며 사는 거지. 너무 빡빡하게 살아갈 필요 없잖아. 그래서 웃을 거리가 생기는 거라고. 작가는 단지 게으름에서 그치지 않고 무언가 곰곰이 생각할 여유를 준다. 책을 읽으며 무언가 하나를 얻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크게 한 번이라도 웃음을 주는 책도 때로는 필요하다.
시인 류시화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살고 사랑하고 웃으라. 그리고 배우라."
나를 웃게 해주는 이 책이 있어서 나의 존재에 대한 이유 하나를 더해간다.
나라는 인간은 점심은 고사하고 아침부터 졸리는데 말이야...
가장 무서운 지옥은 견딜 만한 지옥일 것이다. 빠져나올 생각을 안 할 테니까...
'내가 지금 왜 이 짓을 하고 있나'란 생각이 든다면
'이 짓을 안 했을 때도 딱히 더 나은 일을 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침착해지세요.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뭘 하고 싶은 거지? 뭘 해야 할까? 뭘 좀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뭐라도 하긴 해야 하지 않을까?
교훈만 계속 얻고, 삶은 그대로예요. 교훈만 이만큼이에요.
척척척 샥 척척척 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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