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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사표 [영주]

책소개/에세이

by gyaree 2018. 6. 2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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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사표 [영주]

반복되는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신으로 바뀌는 것

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여자는 자신에게 소중한, 어머니를 업고 살았습니다.

여자는 결혼하여 그 자리에

남편과 남편의 아버지 어머니를 업었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나자 그 위에 아들과 딸도 업었습니다.

몸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점점 힘들고 지쳤지만

그래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아무도 여자에게 업지 않고도, 서로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이가 없었습니다.


업혀 사는 이들은 집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곳이었습니다.

업고 사는 여자는 집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곳이었습니다.

여자는 무게를 견디지 못해 내리라고 했지만

그럴수록 여자의 등에서 더욱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업고 살았던 여자는

자기도 모르게 업었다 내리기를 반복하였습니다.


여자는 용기를 냈습니다.

남편을 내렸습니다.

남편의 아버지 어머니를 내리고 아이들도 내렸습니다.

그리고 등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내리고 보니 그들이 업힌 것이 아니라

여자 스스로 업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여자는 업고 업히는 삶이

누구에게도 행복할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돌보는 것이

행복의 시작임을 배워갑니다.


여자는 일 인분으로 살아갑니다.



한 여자가 있습니다. 어느 날 시댁에 찾아가 시부모님께 편지 봉투 하나를 내밉니다. 봉투의 겉면에는 '며느리 사표'라고 적혀있을 뿐 아무런 내용이 없는 봉투입니다. 여자는 23년 동안 해왔던 맏며느리의 역할을 내려놓고 싶다며 무거운 입을 뗍니다. 여자의 사연을 들은 시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네가 많이 힘들었구나.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너희들이 마음 편하게 잘 살면 그것으로 됐다. 우리는 우리가 알아서 잘 살 테니 걱정 말아라. 그동안 고생 많았고, 아비로서 미안하다."


여자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왜일까요? 그렇게 힘든 맏며느리 자리를 내려놓을 수 있는데 말입니다. 오히려 눈물이 난다고 하니. 예상치 못했던 시부모의 태도. 맏며느리의 고달프고 힘들었던 나날을 이해한다는 시부모의 따뜻한 배려심 때문이었을까요? 그래서 여자는 도리어 죄책감마저 듭니다. 차라리 꾸중을 듣거나 욕이라도 들었다면 어렵게 내민 '며느리 사표'에 당당함이 넘쳤을 것이고, 반대로 죄스럽고 미안한 마음은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 여자는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합니다. 


이 책의 첫 장을 읽으며 정말 놀라웠다. 회사에서나 사표를 쓰지 집안에서 사표를 던지다니, 하물며 '며느리 사표'라는 타이틀을 달아서 시부모에게 내밀 용기 있는 며느리는 과연 이 나라에서 몇이 될까? 2016년 3월의 어느 날, 알파고와의 제4국에서 이세돌이 던진 신의 한 수가 떠오른다.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묘수로 이세돌은 구글이 자랑하는 슈퍼컴퓨터에 통쾌한 1승을 거두었다. 마찬가지로 이 책의 저자 또한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수를 두었다. 바둑으로 치자면 9단, 아니 10단이라고 해도 무방할 시아버지 시어머니를 상대로 한 어려운 1국. 맏며느리 23년의 경력이라고 해봐야 시부모 앞에서는 초라한 햇병아리에 불과하다. 어디로 보나 승산이 없는 게임이다. 적어도 대한민국의 가부장적인 사회 아래에서는. 이 대결에서 며느리는 초강수를 둔다. '며느리 사표'가 그것이다. 두려운 마음에 굴하지 않고 용기를 냈던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일 인분으로 살아갈 자아의 재발견이었다. 


이 책은 표면적으로는 며느리 탈출이라는 주제로 시작한다. 대한민국에서 며느리의 삶은 고달프다는 단어로 함축될 만큼 입이 아프게 거론됐고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데 저자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이것이다. '반복되는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신으로 바뀌는 것.' 결혼 전에는 어머니를 업었고, 결혼하고 나선 남편과 시부모를 등에 지고, 아이들이 태어나서 아이들까지 업게 된 여자의 삶. 그 속에서 1인 4역의 역할을 담당한 여자. 이런 세상이 드라마 같은 픽션의 세계라면, 연속극만 끝나면 역할은 종료가 된다. 하지만 실제 삶으로 이어지는 일인다역의 역할은 누군가에게는 고문이나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그 세월이 20년, 30년으로 이어진다면 어떨까? 아마도 몸이 삭아서 쓰러지기 전에 마음과 정신에 큰 구멍이 뚫려 자아를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악순환을 끊어내는 방법은 먼저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반복된 습관을 바꿀 수 있는 힘은 간절함이라는 것. 간절하다면 어떻게든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절실할 때는 그 어떤 일도, 심지어 죽음까지도 받아들인다. 그리고 행동한다.


저자는 일 인분의 삶을 찾기 위해 행동했다. 불행한 현재가 미래에까지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시부모 앞에서 힘들지만 어려운 결단을 내려 '며느리 사표'를 던진다.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누구나 낭만적인 결혼 생활을 꿈꾸지만, 실상은 재난의 예고다. 이런 재난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부부는 '일심동체'가 아니라 서로 다름에 대해 관심과 이해가 필요한 존재임을 알아야 한다. 각자의 모습을 존중함으로써 재난 같은 결혼 생활이 다시 낭만으로 채워질 수 있다는 것.



같이 읽으면 좋을 책 :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죄송합니다, 며느리 역할을 그만두겠습니다

"아무 때든 네가 편안히 오고 싶을 때 와라. 그게 10년이 걸리든 20년이 걸리든... 아무런 부담 없이 편안한 마음이 들 때 온다면 좋고, 안 와도 괜찮다."





어쩌면 감옥, 여기서 쉽게 나가기는 어렵겠구나

"며느리니까 가야 돼!"

남편의 그 말이 벽돌처럼 날아와 머리를 세게 쳐주었다.





나의 독립 그리고 딸과 아들의 독립 연습

조지프 캠벨은 통과의례란 소년소녀가 부모의 울타리('어머니의 아들딸')를 벗어나 현실에서 스스로 사냥(밥벌이)하며 자신을 책임지는 삶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자신의 이력, 자신의 이름, 자기의 근본을 찾는 일을 의미하는 것이다.




시간, 장소, 역할에 묶인 나의 삶

"우리 집안은 종교가 불교라 한 집안에서 두 종교를 믿으면 안 된다. 네가 성당을 다니지 마라." 하고 말씀하셨다.




있어도 없는, 사실상 남편 없는 삶

"내가 있는데 뭐가 문제야. 그 어떤 어려움도 다 막아줄 거야!" (중략)

"왜 내 옆에는 남편이 없지? 내 남편은 어디에 있는 거야?"

발밑에 수북이 쌓여 있는 낙엽을 사박사박 밟고 내려가며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나는 산을 좋아한다'며 수년 동안 혼자서도 씩씩하게 다녔던 등산길이었다. 그런데 외롭지 않다고 스스로를 속였다. 안간힘을 다해 버텨왔던 둑이 그날 터져버렸다.

아름다운 가을, 매주 다니던 등산을 그만 두었다. 다시는 혼자 산을 다니진 않겠다는 마음이었다.




부탁이야, 담배를 밖에서 피워줘

담배 문제로 남편과 지루하고도 끈질긴 싸움이 이어졌다. 그렇게 해서 받아낸 것이 '안방 화장실에서만 피우겠다'는 약속이었다. 문제는 화장실에서 문을 닫고 피워도 방안과 그 너머까지 담배 냄새가 퍼진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무슨 담배 냄새가 나느냐고 우겼다. 보이지 않는 냄새를 증명하기 어려우니 우기는 사람이 이기는 대화가 이어졌다. 피우는 당사자는 안 난다고 우기는데, 냄새 때문에 나는 여전히 스트레스를 받았다.




나로 살아가기 위해 칼과 등불을 들다

자신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상대 남자에게 떠넘기고 '사랑하니까 다 알아서 해주겠지' 하거나, 불합리한 것들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상대의 야행성 동물이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허락하는 셈이다.

"나는 누구인가? 여자는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가?", "나는 왜 그런 강요를 따라 살지? 그것을 통해 내가 얻는 것은 무엇인지?",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지혜를 얻는 일의 시작은 질문이다. 질문을 할 때 답을 찾게 되기 때문이다.




홀로서기, 두려움에서 자신감으로

처음 이혼을 생각한 것은 결혼 초 남편이 외도했을 때였다. 남편에게 이혼하자는 말을 했을 때 그 말에는 힘이 없었다.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 말의 의미는 단지 "여보, 내 마음 아프게 하지 말아줘."라는 하소연일 뿐이었다.

솔직히 이혼은 상상할 수도 없이 무섭고 두려운 일이었다. 무엇보다 혼자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남편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은 나약한 마음 때문에 남편의 외도나 일방적인 횡포에 강하게 맞서지 못했다. 





꿈 작업, 무의식의 상처를 열다

"나의 꿈은 나 자신이고, 나의 삶, 나의 세계, 나의 현실이다." (카를 구스타프 융).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두려워하며 열어보았던 상자에서 나 자신의 몹쓸 것들을 만나야 하는 것은 그 자체가 고통이며 아픔이었다. 그럼에도 매일 상자 열기를 멈추지 않았던 이유는 판도라의 상자처럼 그 안에 남아 있는 희망 때문이었다.





반복되는 꿈속에 메시지가 있다

영화 <사랑의 블랙홀>에서 필 코너스에게는 매일 똑같은 하루가 반복된다. 매일이 어제의 반복이다.

영화에서처럼 우리는 변하지 않고 반복되는 삶을 살면서 매일 다르게 산다고 착각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의 삶이 변하지 않고 똑같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면?




익숙한 불행은 행복으로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누구나 의식 차원에서는 간절히 행복을 원한다. 동시에 무의식 차원에서는 자신에게 익숙한 불행을 끼고 산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50년 만에 석방된 장기수가 세상에서 선택한 길은 자살이었다. 감옥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삶과 결별하고 새로운 삶을 살라는 것이 죽음과도 같은 것이다.




익숙함은 변하지 않는 똑같은 삶의 반복

우리의 몸은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편안하기 때문이다. 익숙함은 노력할 필요도 없다. 익숙함은 변하지 않는 똑같은 삶의 반복이다.(중략)

변화 없이 사는 것은 편안할지 모르겠으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행동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삶에서 벗어나는 길

반복되는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신으로 바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반복된 습관을 바꿀 수 있는 힘은 간절함이다. 간절하다면 어떻게든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절실할 때는 그 어떤 일도, 심지어 죽음까지도 받아들인다. 그리고 행동한다.




NATO란?

'나토NATO''No Action Talking Only'의 머리글자로, 행동은 하지 않고 말만 하는 사람을 가리켜 나토족이라고 한다. 행동하지 않으면 삶을 바꿀 수 없다.




아무리 애써도 볼일을 보지 못하다

위험하고 불쾌한 생각, 감정을 어떤 식으로든 표현하지 못할 때, 그것은 자신 안에 쓰레기로 남아 마음에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안전하게 배설하려면 자신만의 화장실이 필요하다. (가령 일기라든가)




죽음에 관한 꿈, 새로운 시작

자살, 살인, 죽고 죽이는 꿈은, 변화와 성장의 순간에 꾸게 된다. 죽음은 병들거나 나이 들면 자연스레 일어난다. 그러나 살인이나 자살은 의식적, 의도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자살하거나 살인하는 꿈은, 심오한 변화와 성장이 스스로의 의식적인 선택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꿈 작업가 제레미 테일러는 말한다. 현실에서 자신의 삶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시점에 있을 때, 그 이전의 내가 죽지 않으면 변화와 성장이 어렵다는 것이다. 뱀이 성장할 때 허물을 벗고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는 것과 같고, 애벌레가 누에고치 속에서 나비가 되어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꿈에 자주 등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꿈에 나오는 사람은 '나는 누구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꿈에 등장하는 존재다. 그들을 통해 자신이 볼 수 없었던 뒷모습과 도무지 알 수 없었던 자신의 문제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나는 훌륭하고 멋지다

부러움은 고통의 감정이다. 누군가를 부러워한다는 것은 자신에게는 그런 요소가 전무하다는 것,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자신은 도저히 저런 멋진 사람처럼 될 수 없다고 생각하면 고통스럽다.




부러워했던 요소를 받아들여 내 것으로 만들기

1단계. 현실에서나 꿈에 나오는 사람 중 자신이 부러워하는 요소, 마음에 드는 것 세 가지를 적어본다.




2단계. 거울 보기

2단계. 거울 보기 : 상대의 모습을 '나'로 바꾼다.(주어만 '나'로 바꾸면 된다.)



3단계. 자기 이해

3단계. 자기 이해: 그렇게 하지 못하는(혹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여자는 일인분으로 살아갑니다

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여자는 자신에게 소중한, 어머니를 업고 살았습니다. 여자는 결혼하여 그 자리에 남편과 남편의 아버지 어머니를 업었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나자 그 위에 아들과 딸도 업었습니다. 몸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점점 힘들고 지쳤지만 그래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아무도 여자에게 업지 않고도, 서로가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이가 없었습니다.

업혀 사는 이들은 집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곳이었습니다. 업고 사는 여자는 집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곳이었습니다. 여자는 무게를 견디지 못해 내리라고 했지만 그럴수록 여자의 등에서 더욱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업고 살았던 여자는 자기도 모르게 업었다 내리기를 반복했습니다.

여자는 용기를 냈습니다. 남편을 내렸습니다. 남편의 아버지 어머니를 내리고 아이들도 내렸습니다. 그리고 등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내리고 보니 그들이 업힌 것이 아니라 여자 스스로 업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여자는 업고 업히는 삶이 누구에게도 행복할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돌보는 것이 행복의 시작임을 배워갑니다. 여자는 일인분으로 살아갑니다.






환상으로 시작된 사랑에서 깨어나기

부부는 같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 다름에 대해 관심과 이해가 필요한 존재임을, 각자 있는 그대로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임을 알게 된 것이다. 남편에게 '부부는 일심동체'라 여겼던 기존의 사고방식을 깨주었다.

우리는 서로를 통해 무의식적인 욕망을 채우려 했던 것이 문제였다. 나는 남편에게 아버지로부터 받고 싶었던 관심과 인정과 지지를 원했고, 남편은 어머니로부터 받았던 무조건적인 헌신이 아내를 통해서 계속되기를 원했다. 성장하지 못한 '어른아이' 부부는 서로가 원하는 것을 계속 누군가 해줘야 채울 수 있다는 착각으로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상대에게 불가능한 것을 원하는 동안, 그 욕망이 허상임을 알아차릴 때까지, 우리는 서로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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