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쉽고 편하게 읽었던 책이 있었던가 싶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았다. 답은 간단했다. '먹는다'라는 행위가 내가 좋아하는 동사라서. 작가는 이 책의 제목에 두 글자를 더했다. '오늘 안주 뭐 먹지?'라고. 이 두 글자를 더해 생기가 돌고 윤기가 흐른다고 하는 것처럼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요즘 티브이에서 유행하는 먹방(먹는 방송)은 눈을 배부르게 한다면, 이 책은 마음마저 배부르게 만드는 위력이 있다. 어쩌면 그렇게 맛깔나게 음식을 표현했는지 음식을 못 하는 나조차도 작가의 말대로 따라 하고 싶을 정도니까.
물회 한 그릇을 먹으며 표현하는 글귀는 내가 지금까지 먹어왔던 그 물회와 같았다. 그래서 더 공감되고 침이 고이게 한다.
차지고 부드럽게 후루룩 넘어가는 회와 오독오독 씹히는 해산물과 싱싱한 야채와 매콤새콤한 국물까지 그야말로 통쾌하고 상쾌한 맛이었다.
물회를 먹었을 때, 딱 그 맛이었다. 작가는 새삼 가르쳐줬다. 물회가 어떤 맛이라는 것을.
술과 함께 살아온 인생. 권여선 작가에게 안주가 없었다면 불행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깔나는 안주가 있어 술도 더 달콤했을 것이고 인생 또한 즐겁지 않았을까. 특히 글을 읽다 보면 요리사 뺨치는 작가의 요리 솜씨를 엿볼 수 있다. 오랜 시간 칼과 도마를 애지중지 여긴 느낌을 받는다. 음식에 대한 애정이 물씬 풍기는 글귀에 저절로 허기가 올라온다. 끝으로 모든 음식의 맛 속에는 사람과 기억이 숨어 있다는 말. 맛 속에 숨은 첫 사람은 '어머니'라는 말에 절대 부정할 수 없다. 술과 안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기를.
페이지 93 / 물회, 그것도 특!
차지고 부드럽게 후루룩 넘어가는 회와 오독오독 씹히는 해산물과 싱싱한 야채와 매콤새콤한 국물까지 그야말로 통쾌한 맛이다. 땀과 더위와 앞으로 써야 할 글의 부담까지 한 방에 날려버리는 맛이었다.
급식의 온도
페이지 156 / 급식의 온도
먹는 얘기를 하다보면 이렇게 뜻밖의 바람직한 술자리를 낳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우리가 먹는 얘기를 그토록 끈질기게 계속하는 이유는, 먹는 얘기를 도저히 멈출 수 없는 까닭은, 그것이 혀의 아우성을 혀로 달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혀의 미뢰들이 혀의 언어를 알아듣고 엄청난 위로를 받기 때문이다.
페이지 180 / 그 국물 그 감자탕
가끔 견딜 수 없이 어떤 국물이 먹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무언가가 몹시 먹고 싶을 때 '목에서 손이 나온다'는 말을 하는데, 그럴 때 내 목에서는 커다란 국자가 튀어나오는 듯한 느낌이다. 당장 그 국물을, 바로 그 국물을, 다른 국물이 아닌 바로 그 국물의 첫맛을 커다란 국자로 퍼먹지 않으면 살 수가 없을 것 같아지는 것이다.
페이지 191 / 솔푸드 꼬막조림
모든 음식의 맛 속에는 사람과 기억이 숨어 있다. 맛 속에 숨은 첫 사람은 어머니이고, 기억의 첫 단추는 유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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