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잠수종과 나비 [ 장 도미니크 보비]

책소개/에세이

by gyaree 2018. 10. 22. 14:30

본문

반응형

잠수종과 나비 [ 장 도미니크 보비]


열쇠로 가득 찬 이 세상에 내 잠수종을 열어 줄 열쇠는 없는 것일까?


주인공이 가장 바라고 원했던 말이 바로 저 문장에 드러나 있다. 이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에센스이다. 한 평도 안 되는 독방 감옥에 갇힌 죄수가 죽어야만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육체에 갇힌 의식. 주인공은 롹트인신드롬( Locked-in syndrome)이라는 불치병에 걸린 40대 중반의 남자다. 장 도미니크 보비. 이 병은 주변에 대해 정상적으로 인식하지만, 전신 마비로 인해 스스로 움직일 수 없다. 이런 상태에서 주인공은 20만 번이나 눈을 깜빡거리며 한 자 한 자 자신의 이야기를 써나갔다. 한 번 상상해보자. 어느 날 갑자기 건강하던 사람이 쓰러져 말도 못 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며 입으로 음식물을 삼킬 수도 없게 됐다. 그런데 뇌는 모든 것을 인지할 수 있어 주변의 상황을 이해하지만, 자기 뜻을 타인에게 알릴 수 없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파리가 콧등에 앉아 간지러움을 느껴도 쫓아낼 수 없다. 모기에게 얼굴이 뜯겨도 어쩔 도리가 없다. 도와달라고 누구를 부를 수도 없다. 이 사소한 괴롭힘조차도 물리칠 수 없는 깨어 있는 의식은 패배감으로 가득 찰 것 같다. 차라리 인지기능이 없는 식물인간이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저자는 모든 주변 상황을 인지한다. 하물며 그런 상황에서 이런 책까지 써냈으니 얼마나 대단한가. 인간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의지가 살아 있는 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산악인들이 산에서 조난했을 때 가장 두려운 것은 '체념'이라고 했다. 체념하는 순간 모든 희망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자신이 살아 있는 인간이며 식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의식은 몸에 갇혀 있지만 엄현히 살아 있는 존재라고. 누군가 바닷속 깊숙이 잠긴 잠수종의 자물쇠를 열어주기를 희망한다. 그리하여 한 마리 나비가 되어 훨훨 날고 싶은 도미니크. 


내가 주인공의 처지라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저 죽고 싶다는 마음만 가득 찰 것 같다. 나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오로지 눈 깜빡임 뿐이라면, 괴롭고 괴로워 죽여달라고 애원할지도 모를 일. 그러나 주인공은 그 하나의 수단으로 책을 쓴다. 나는 살아 있는 인간이라고. 그런 주인공의 자세에 저절로 고개가 숙어진다.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을 소개하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뇌]에서 장 루이 마르탱이 바로 장 도미니크 보비가 모델이지 않았을까. 교통 사고로 롹트인신드롬에 걸리는 설정만 다를 뿐 이 책의 주인공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의사소통 수단이 눈 깜빢임이라는 것.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고 식물인간 취급하며 환자를 함부로 대하는 소설 속 설정은 조금은 과장됐지만 실제로 도미니크가 병원에서 느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잠수종이 한결 덜 갑갑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면, 나의 정신은 비로소 나비처럼 나들이길에 나선다.



  • 잠수종(潜水鐘, 영어diving bell 다이빙벨[*])은 바다 깊이 잠수하는 데 사용하는 단단한 챔버이다. 




사진

페이지 69 / 사진

그날 이후 아버지와 나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나는 나의 의지와는 전혀 관계 없이 베르크의 휴양지를 떠나지 못하게 되었고,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아흔두 살이라는 고령 때문에 아버지의 아파트 계단도 못 내려오실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둘 다 '로크트 인 신드롬' 환자인 셈이다. 나는 마비된 내 몸 속에 갇혔고, 아버지는 4층 계단 때문에 발목이 묶이셨다.




내 운명을 되돌려 놓기 위해서

페이지 72 / 사진

나는 내 운명을 되돌려 놓기 위해서, 지체마비자가 아닌 달리기 선수가 화자로 등장하는 대하소섫을 쓰려고 생각하고 있다.




파리

페이지 115 / 파리

나는 점점 멀어진다. 아주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멀어지고 있다. 항해중인 선원이 자신이 방금 떠나온 해안선이 시야에서 사라져 가는 광경을 바라보듯이, 나는 나의 과거가 점점 희미해져 감을 느낀다. 예전의 삶은 아직도 나의 내부에서 불타오르고 있지만 점차 추억의 재가 되어 버린다.




식물인간

페이지 123 / 식물인간

저녁 해질 무렵에 꺾은 장미꽃, 비 오는 일요일의 나른함, 잠들기 전 울음보를 터뜨리는 어린아이 등등, 삶의 순간에서 생생하게 포착된 이러한 삶의 편린들, 한 줄기 행복이야말로 나에게 다른 어느 무엇보다 깊은 감동을 안겨 준다.




휴가 끝

페이지 188 / 휴가 끝

열쇠로 가득 찬 이 세상에 내 잠수종을 열어 줄 열쇠는 없는 것일까?




우리 시대 웹툰작가들의 생존기 - STYING ALIVE
국내도서
저자 : 박인찬
출판 : 다할미디어 2017.04.25
상세보기
나도 웹툰 작가가 될 수 있다
국내도서
저자 : 박인찬,박세기
출판 : 혜지원 2016.05.07
상세보기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