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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천 불꽃놀이 명소. 걷는 아저씨, 17일

일상/하루하루

by gyaree 2019. 5. 2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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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위에 모든 눈이 한 곳을 바라보았다.

2019.5.4 / 14,735보

다리가 무너질 것 같아! 

이 많은 사람의 무게를 버틸 수 있을까?

이 다리의 설계자는 예상했을까? 이 다리 전부를 사람들이 점령했을 때의 무게를.

나는 두려웠다.

나무다리 위에서.

사람이 너무 많다.


"우리 불꽃놀이 구경하러 가자!" 

아들 : "안 가"

딸 : "안 가"

 

결국 내 짝꿍과 둘이서 양재천 밤길로 나왔다. 아이들도 이제는 엄마 아빠와 어디든지 함께 하는 동반자에서 벗어났다. 특히 걸어가자고 하면 손사래부터 친다. 자동차는 좋고 걷기는 싫다고. 오늘 저녁 8시 30분 롯데월드에서 불꽃놀이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내 머릿속에서 번뜩하고 떠올랐다.

 

"바로 그곳이다! 거기로 가면 제대로 볼 수 있겠구나."

 

양재천 밀미리 다리

양재천을 걷다 보니 얻은 수확 중 하나. 어디로 가면 무엇이 있고 어디가 걷기 좋은 길인지 훤히 꿰게 되었다. 경험으로 얻은 나만의 자산에 왠지 뿌듯해진다. 내가 걸어가는 양재천에는 총 10개의 다리가 있다. 순서대로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면교, 양재천교, 영동 1교, 영동 2교, 밀미리 다리, 영동 3교, 영동 4교, 영동 5교, 영동 6교, 대치교. 오늘의 핫스폿은 영동 2교와 3교 사이에 있는 밀미리 다리다. 이 다리는 유일하게 사람만 건널 수 있는 다리다. 바닥이 나무로 되어 있고 여름엔 더위를 피하려는 밤 피서객들로 북적이는 곳. 다리 한쪽 끝은 서울 남부 혈액원이 있고 다른 쪽은 대치중학교로 이어진다. 이 다리 위로 가면 굳이 석촌호수까지 가지 않아도 불꽃놀이를 구경할 수 있다. 더욱이 잘 걷지 않는 아내가 걷기에도 적당한 거리에 있어 그리 힘들지 않게 가볍게 걸을 수 있다. 오늘따라 양재천 밤길에 사람이 많다. 목적지에 다가오자 사람들의 이야기가 귓속으로 들어왔다. 

 

"저기래! 저 다리래!"

"저기가 제일 잘 보인데"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대화가 들렸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행선지라는 사실. 그곳을 향해서 그들도 우리도 발걸음은 바빠졌다. 다리 위는 이미 사람들의 그림자가 바글바글했다. 이미 이곳은 유명한 장소였다. 롯데월드가 한눈에 보이는 장소. 부푼 기대감을 안고 다리 위로 올라갔다. 이 다리에 여러 번 왔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은 처음이다. 진즉에 최적의 장소는 사람들이 점령했다. 불꽃놀이가 시작하려면 아직 20여 분 더 기다려야 한다. 사람들은 점점 더 모여들었고 다리 위에 빈 곳은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사람들이 이리도 불꽃놀이를 좋아했던가. 가족, 연인, 할머니 할아버지, 동네 꼬마 할 거 없이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서 있다. 핸드폰의 액정은 대부분 카메라 앱이 실행된 채로. 저 멀리 있는 롯데월드 빌딩은 사람들의 핸드폰 액정 안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밀미리 다리 위에서 불꽃놀이 구경

 

찰칵! 찰칵! 찰칵!

여기저기서 셔터음이 들렸다. 불꽃놀이는 아직인데 사람들의 핸드폰 액정은 이미 불꽃처럼 밝게 번쩍였다. 

 

드디어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 롯데월드 빌딩에 '오'. '사'. '삼'. '이'. '일' 큰 글자가 나타났다. 다리 위 함성도 동시에 시작됐다. 빌딩에 새겨진 신호에 박자를 맞춰 소리 내는 사람들. 빌딩을 태울듯한 기세로 불꽃은 화려하게 타올랐다.

"우와!"

"우와!"

다리 위에서 컴컴한 하늘로 감탄사가 날아다녔다. 

 

롯데월드타워 불꽃놀이

 

그러나 나는 겁이 났다. 어느새 내 주위로 사람들이 밀려들었다. 고개를 돌려 둘러보니 어느새 움직일 틈이 없는 다리. 다리는 그야말로 만원.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정말로 이 다리는 튼튼할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들은 불꽃놀이를 보려고 올라왔다. 다리 전체를 사람들의 다리로 가득히 채우면서. 나의 불안한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불꽃은 쉬지 않고 터졌다. 나에게는 다행, 사람들에겐 아쉬운 불꽃놀이는 단 11분 만에 끝났다. 너무 멀어 불꽃 소리가 안 들린다는 불만의 소리도 있고 너무 짧아 아쉽다는 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너무 짧았던 탓일까. 불꽃의 여운도 짧았고 사람들의 발걸음도 빨리 떠나갔다. 언제 그랬냐는 듯 빠른 속도로 다리는 그 전 모습으로 돌아왔다. 

 

내년에는 영동 3교 위로 가야겠다. 그곳엔 사람이 많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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